2045년, 내 아이가 도착해 있을 그 세상

서로의 속도는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시간을 살아갈 테니까

by 단월

"2045년이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올지도 몰라요.”
“드론이 국경을 넘어서 약을 배달해 주는 세상이 될 거예요.”
“AI가 엄마보다 아이 마음을 더 잘 알아챌지도 몰라요.”

아이의 미래를 말하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 처음엔 그 말들이 SF 영화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치곤 한다. 불안이라는 말이 맞을까? 그보다는 나만 뒤처질 것 같은 이상한 거리감에 가까운 감정.

2005년에서 2025년이 된 지금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은 꽤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생겼고 유튜브가 TV를 밀어냈고 택시를 손가락으로 부르고 은행은 손에 들고 다닌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건 삶의 형태나 도구가 바뀐 것일 뿐 삶의 본질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여전히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좋아하는 사람과 커피를 마시고 아이의 웃음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건 2005년에도 있었고 2025년에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자꾸 생각한다.

"20년 뒤는 정말 모두가 호들갑스럽게 말하듯이 그렇게 달라져 있을까?"
"기술은 바뀌어도 사람은 그리 빨리 안 바뀌는 거 아닌가?"


그럴 때면 나의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1933년에 태어나신 우리 외할머니. 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한 나의 주양육자셨다.
당신이 계셨던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겠지만
나는 그분과 꽤 닮아 있다. 늘 수첩에 메모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낯선 기술 앞에서 당황하고 무언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 느리다.

만약 그분이 지금 2025년의 세상을 살아보셨다면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까. 하늘을 나는 자동차보다
배달기사님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풍경을 더 낯설어하지 않으셨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지금, ‘격세지감’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거고
그 안에서 나는 어쩌면 ‘외할머니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꼭 두려운 일은 아니라고 요즘은 조금 생각이 바뀌고 있다. 변화를 의심하는 내 마음도
변화를 먼저 맞이할 내 아이도 서로의 속도는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시간을 살아갈 테니까.

내가 지금 준비해야 할 건 모든 변화를 따라잡는 능력이 아니라 그 변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유연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음은 이렇게 미래를 상상해 보는 지금부터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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