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사라진 이유를 보고 인간의 미래를 떠올려보다

정말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어. 우리도.

by 단월

아이들과 함께 공룡 전시회를 다녀왔다. 처음엔 단순한 흥미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가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며 실물처럼 전시되어 있었고 영상관에서는 공룡들의 생활 모습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재현되었다.

거대한 몸집으로 초원을 달렸다. 서로 먹고 먹히는 치열한 생태계 속에서 그들은 지구의 주인처럼 살았다.
인간은 아직 존재하지 않던 시절 그들만의 질서와 방식으로 수천만 년을 번성했다.

그런데 영상은 갑작스레 화면이 흔들리며 화산이 터지고 뒤이어 하늘을 뒤덮는 연기와 검은 구름, 순식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그 많던 공룡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정말,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어"

전시관을 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은 신이 났지만 나는 자꾸만 그 장면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게 정말 공룡만의 이야기일까?

인간도 지구상에선 꽤 번성한 종이다. 하지만 지금 지구는 이미 신음하고 있다.

매년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여름

올여름도 예외는 없다. 36도, 샤워를 하고 나와야만 버틸 수 있는 일상.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쓰러지는 새들, 불에 타는 산과 마을들, 살 곳을 잃고 표류하는 수많은 동물들

기후위기란 말도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렸지만 나는 이제 정말로 위기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누구보다 더 예민하게 날씨를 견뎌야 하는 아기들과 함께 지내며 이상고온, 열대야, 국지성 호우가 삶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 되었다.

"우리는 공룡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공룡은 자멸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의 큰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그 안에서 멸종당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우리는 멸종을 선택할 수도, 막을 수도 있는 유일한 종일지도 모른다.

지구를 망가뜨린 것도 우리고 되살릴 열쇠를 쥔 것도 우리다.

누구의 손에 들린 플라스틱 하나, 누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결국 이 세계의 방향을 바꿀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더 민감하게 느끼기로 했다"

그 전시를 본 날, 나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아이가 자랐을 때,
공룡이 왜 멸종했는지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기록하는 전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기후 이야기를 '환경 교과서'에서나 볼 얘기로 넘기지 않고 오늘처럼 더위에 숨이 막힐 때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한 번쯤 멈춰 설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공룡은 그럴 수 없었다.
우리는, 아직 가능하다.


2045년 너의 미래를 상상해 보며.

keyword
이전 04화AI 시대, 감정 많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