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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슴슴하게씀 Nov 28. 2021

당신의 기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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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렇게 외부효과에서 그래프 문제가 자주 나오고 있어요. 개념 똑바로 잡는 건 당연하고 그래프도 시간 맞춰서 확실하게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올해도 그래프 문제로 나올 거란 말이에요. 문제 자주 풀어봐야 돼요.” 강사는 열변을 토하고 있었고, 지훈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지훈의 마음은 아직도 붕 떠 있었다. 도대체 뭘 보고 기운이 굉장하다고 말한 걸까? 올해는 합격인가? 그렇다 하기엔 머리가 점점 굳는 게 느껴졌다. 날이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갔다. 시험을 칠수록 합격점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운 좋게 된다는 건가? 아님 아예, 공시 때려 치고 큰 사업을 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강사인 미은과 눈이 딱 마주쳤다.

“시험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요. 집중해야 됩니다. 잘하다가 항상 마지막에 힘 빠지는 친구들이 있어요.” 지훈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그녀의 말이 자신을 두고 하는 것임을 느꼈다.

“오랜만에 한 마디 하는 시간 가지려고 했더니 수업 마쳐야 할 시간이네. 이렇게 집중해야 할 때 한 마디 하는 걸로 시간 잡아먹는 나도 꼰대 다 됐다. 그렇죠?” 미은의 농담에 분위기가 다시 밝아졌다.

“오늘 내용 꼭 복습하시고요. 여러분, 멍청이가 되세요. 공부 말고는 모르는 멍청이가 됩시다. 다음 시간에 봐요.” 미은이 그렇게 말하며 지훈에게 눈짓을 했다. 개인 면담을 뜻했다.

“저 지금 스터디 모임 가야 돼요.” 짐을 챙긴 지훈이 미은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래? 그럼 이따 이야기 좀 할까? 힘드니? 못 하겠어? 요즘 뭔 일 있어? 너 멍 때리고 있는 거 다 티나. 여기서 얘기 못하니? 길어? 상담실에서 얘기할까?”

“그게… 일단 갔다 와서 말씀드릴 게요.”


“야, 나 멍 때리는 거 티 많이 나냐?”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훈이 재현에게 물었다.

“어, 완전.”

“이따 미은쌤 하고 면담하기로 했어. 한 소리 듣겠다.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안 와. 고장 났나?”

“애들 몰려서 그런가. 스터디 시간까지 여유 있는데, 계단으로 가자.”

“야, 여기서 9층까지면 다섯 층을 더 가야 돼. 언제부터 생활체육인이었냐?” 지훈은 투덜거리면서도 재현을 따라 계단으로 향했다.

“나도 어제 그 할아버지 봤다.”

“뭐?”

“저번에 너가 말한 그 할아버지 있잖아. 뭐 기운이 좋다고 하는 그 할아버지.”

“야 진짜? 진짜로? 뭐라고 하던데? 자세히 좀 말해 봐.” 계단을 오르며 빨라진 지훈의 심장이 더욱 두근거렸다.

막상 들어보니 지훈이 겪은 것과 별 다를 게 없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었고, 할아버지를 마주쳤고, 한약 냄새가 났고, 굉장한 기운을 갖고 있다 했고, 가버렸다. 그게 전부. 재현은 짧고 덤덤하게 말했다. 지훈은 노인을 놓쳐버린 재현에게 공연히 화를 냈다.

“당황해서 뭘 물어볼 겨를도 없었어. 기분은 좋더라. 야, 됐다. 됐고, 이번주도 벌금 내냐?”

“낼 것 같다. 아, 공부 안 하는 것도 쪽팔리는데 벌금까지 내야 돼, 진짜.” 지훈이 웃으며 앓는 소리를 했다.

학원은 수험생들에게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주었다. 실상은 공부만 하느라 피폐해지지 말라는, 친목도모의 시간이었다.

그런 모임을 같은 조원인 정연이 고치려 나섰다. 그녀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냈다. 토익 점수를 만들기 위해 영어 단어 테스트를 하기도 했고, 공부량 미달인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지훈은 벌금을 꽤 많이 냈다. 오늘도 낼 예정이었다. 지금 지훈에게 벌금은 안중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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