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게 다른 결혼

제14화 재미있는 결혼 문화

by Henry Hong
각 국의 문화 지킴이들


모두가 알다시피 뉴욕은 멜팅 팟(Melting Pot)이라 불리는 문화의 용광로 같은 곳이다.

전철을 타면 최소 다섯 가지의 다른 언어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곳.

하지만 세계 문화의 뒤섞임 속에서, 자기 문화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곳 또한 이곳 뉴욕이다.

자신이 이민자가 아니라도 뉴욕에서는 친척 또는 친구를 이민자로 둔 사람이 백 퍼센트라고 장담한다.

뉴욕에 살면서 이민자와 연관이 없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뉴요커가 아니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기에 뉴요커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본인이 못 버틴다. 가는 곳마다 이민자와 마주치는데 어쩔 거야?


보통 때는 미국 뉴욕이라는 공통 문화를 공용하고, 결혼식 같은 인륜지대사를 치르는 날에는 각 나라. 고유의

문화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내가 겪어 본 흥미로운 결혼 문화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결혼하면 떠오르는 성혼 선서, 예물 교환, 키스 같은 게 있을 텐데 그 밖의 흥미로운 문화가 있다.

어떤 나라를 불문하고 결혼은 새 출발을 축하하고 새로 맞는 가족을 환영하는 것일 텐데 재미있는 풍습이 녹아 있다.


돈을 뿌리고 접시를 깨트리는 그리스 웨딩이 있다. 피로연 파티 장소는 뿌려진 돈으로 뒤덮인다. 신랑, 신부가 춤을 출 때 뿌려지는 돈은 커플의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전통이라고 하는데, 돈을 뿌려되는 모습이 마치 돈으로 때리는 거 같아 우습다. 접시를 깨는 풍습은 악귀를 피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라는 바람이라고 한다.

좋은 의미겠지만 아예 깨트리라고 쌓아 놓은 멀쩡한 접시를 보고 있으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

결혼 축하는 핑계고.. 스트레스 해소용 아닐까?

그럼 댄스 플로어에 수북이 쌓인 지폐는 누구의 몫이 될까? 파티의 음악을 맡은 사람들이나 파티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팁으로 나눠 갖는다. 파티가 끝나고 빗자루로 긁어모은 돈을 관련자들이 빙 둘러앉아 돈을 세어,

나눠 갖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모두가 행복한 파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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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폐백과 비슷한 홍콩의 티 세리머니(Tea Ceremony), 가족의 어른들께 차를 올리며 인사를 드리고 어른들은 차 값으로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주거나 커플에게 금 장신구 등을 선물한다. 보통 금 목걸이나 팔찌 등을 신부에게 주는데 어른들이 건네주는 장신구를 받아 계속 착용하다 보면, 신부는 예전 TV Show의 주인공

Mr. T 가 된다. 금으로 쌓여가는 신부의 목과 팔. 그것은 자랑거리이기 때문에 따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 티 세리머니가 끝날 때까지 착용을 하고 있고 사진 촬영까지 마친 후에야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의 무게는 무조건 행복인가? 제가 괜한 걱정을 합니다.


결혼식 입장 순서에는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까지 모두가 긴장하게 된다. 그중 촬영자는 더욱 긴장하게 된다. 카메라 오작동 이라던가, 실수로 촬영을 못했거나.. 입장 장면은 컷! 을 외치고 다시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가 있었다고 입장했던 신부를 되돌려 다시 입장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 많은 하객을 통제할 수도 없다. 긴장하고 있던 입장 촬영에서 열기가 최고조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결혼이었다. 야외에 대형 천막이 쳐지고 형형색색의 전통 의상을 입은 하객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입장 순서가 가까워지며 타악기가 울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신랑의 가족부터 입장. 그렇다 신랑만 입장하는 것이 아니고 가족 전체가 입장을 한다. 그것도 춤을 추면서....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그에 맞춰 하객들도 같이 어울려 춤을 추고.. 입장 순서가 갑자기 클럽 분위기. 문제는 도대체 언제까지가 입장인지 모르겠다는 거 다. 그리고 아직 신부 측은 입장도 안 했다. 20여 분이 지나고 신랑 측 입장 끝, 그리고 이어진 신부 측 입장. 신랑 쪽과 경쟁이라도 하려던 걸까? 이번에는 춤도 더욱 격렬하고 하객들의 함성도 더 크다. 그렇게 이어진 신부 측 입장은 거의 30분. 원래 나이지리아의 풍습이 그런지 그날 가족들이 오버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입장 찍다가 지쳐 버린 기억이 난다. 그 당시의 비디오 장비는 카메라와 배터리 무게를 합치면 10kg 이 넘었다. 입장을 잘 찍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이 더 해진 경험.

촬영자는 체력이 우선이다.


결혼 후 신랑, 신부는 한 몸이 된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유태인 전통이 있다. 그 옛날 유목민 때를 기억하려는 듯, 천막 모양의 후파(Chuppah)에서 예식이 거행되고 신랑, 신부와 가까운 두 사람이 식 진행 중에 신랑, 신부를 천으로 묶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묶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묶는 시늉 정도의 묶음이라 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을 묶어 한 몸 임을 상징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예식이 끝나면 신랑이 유리잔을 깨트리는 순서가 있다. 결혼 생활중에 닥칠 기쁜 일과 슬픈 일에 대비하고 헌신하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신랑이 힘차게 유리잔을 발로 밟으며 예식이 종료된다. 유리 파편이 위험하기 때문에 보통 천으로 싼 유리잔을 깨는데, 어느 신랑이 세 번의 발길질 만에 유리잔을 깬 경우가 있었다. 하객석에서 터져 나온 3번의 탄식!

그건 그렇고 발로 유리잔도 못 깨는 신랑이 있다면 체력을 의심해봐야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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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구두를 총각들에게 던지는 러시아 어느 지방의 풍습도 있었다. 구두를 쟁취 한 사람은 신부의 구두가 맞는 여자 하객을 찾아 최소한 데이트를 신청할 수 있다. 마치 신데렐라를 찾듯 재미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장난이 아닌 러시아 총각들. 거기다 취중. 그 사람들 구두를 받기 위해 진심이다. 구두를 던지는 신랑의 손에서 구두가 떠나자마자 점프를 하는 술 취한 남자들. 그리고 환호. 갑자기 스포츠 이벤트가 돼버리고 밑에 누가 깔리든 말든.. 비명을 지르든 말든, 그냥 무시하는 승리자의 모습. 이 세상 결혼의 모습은 무한한가 봅니다.


그밖에 예식이 끝나고 더러운 것, 부정스러운 것들은 지나 치라는 뜻으로 빗자루를 뛰어넘던 카라비안 어느 나라의 풍습.

삼바 댄서들과 함께 피로연의 끝을 보여주었던 브라질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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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 결혼에서는 폐백을 모든 하객에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의 전통을 자랑도 할 겸, 다음 세대에게 전통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폐백이 끝나고 밤과 대추를 던지는 모습을 무척 희한하게 바라보는 외국인 하객들. 밤과 대추의 숫자가 어른들이 바라는 자손의 수를 의미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모두가 기겁을 한다.

좀 전까지 어른들이 밤과 대추를 한 움큼씩 던지지 않았나!


여러 나라의 결혼을 촬영하며, 이민자들이 전통을 이어가려는 특별한 마음을 느꼈다.

몸은 타국에 있지만 정신은 고국 땅에서 벗어나지 못해, 애틋함, 간절함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국에서 바라보는 고국 땅은 언제나 엄마의 품 안 같은 곳입니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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