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범법자들

제16화 경찰 불러!

by Henry Hong
결혼 비디오 맨을 하며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대부분의 일 들이 해프닝 정도의 일이고, 경사로운 날이기 때문에 웬만한 사건은
그냥 넘기고 보자는 마음가짐이다.


샘플 하고 꽃이 다르다. 케이크가 다르다. 드레스가 안 맞는다.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진과 비디오 맨이 촬영은 안 하고 앉아만 있었다.. 같은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뉴요커들

결혼날에는 불만 표시를 거의 안 한다. 어차피 기분만 나빠지고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저 해프닝을 잊을 때쯤 고소장이 날라 올 수 있다.

뉴욕에서 소액사건 법원에서 해결하는 민사 소송 중, 언제나 5위 안에 드는 것이 서비스업 관련이다.

앞에서 웃는다고 웃는 게 아니다. 웨딩 관련 고소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하도록 하고, 경찰이 출동한 경험을 이야기하겠다.



브루클린에서 거행된 이탈리아 가족의 결혼이었다. 당연히도 가톨릭 교회에서 예식을 마치고 성대하게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근처 바닷가에서 기념 촬영도 무사히 끝냈다.

이제 모두가 기다리던 파티 장소로의 이동.

피로연 장소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건 좀 그렇고, 코니 아일랜드에서 멀지 않은 곳이 피로연 장소였다.

뉴욕의 N번 지하철의 종점. 소싯적 이탈리아 마피아의 소굴이었던 곳. 수많은 영화 속에서 보았던 그 동네 맞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파티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분위기 당연히 이탈리아다.

영화 대부의 결혼 피로연을 생각하면 된다. 말투, 손짓 다 똑같다. 이곳 음식은 보기도 좋고 맛도 아주 좋다.

칵테일파티의 시작. 다양한 해산물부터 이름이 어려운 파스타 까지.. 아직 메인 음식은 시작도 안 했는데..

K-S&J-1131.jpg


촬영 스텝들도 쉬엄쉬엄 칵테일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 시간 여의 칵테일파티가 끝나고 본 피로연이 시작됐다.

그 후로도 별 특징 없이 순서대로 파티는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애피타이저가 나오고 춤추는 시간이 되며 파티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한 그룹의 사람들을 향한 하객들의 웅성거림.

이런 분위기는 촬영자들이 가장 먼저 눈치챈다. 촬영거리를 찾기 위해 워낙 스테이지를 활보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저 쪽에서 춤 주고 있는 애들 누군지 알아?' "나도 아까부터 봤는데 모르겠던데!"

"신랑 쪽이야? 신부 쪽이야?"

이런 이야기가 수군수군 들리기 시작했다.

수군거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상한 그룹은 지들끼리 춤추고 바에 가서는 칵테일도 시켜 마신다.


이러다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영화에서 보던 피의 결혼식이 상상됐다. 나는 본능적으로 비상구를 확인했다.

그러니까 일단 카메라만 갖고 뛰자!

그리고 20여분이나 흘렀을까? 사이렌 소리도 없이 등장한 경찰 4명.

수상쩍어 보이던 5명의 남녀를 파티장 밖으로 데려 나갔다. 5명은 아무 반항 없이 고개 숙인 채 경찰을 따랐다.

그들을 우르르 따라나서는 하객들.

파티장의 조명을 벗어 난 5명은 애티가 나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마피아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피로연장 근처에 사는 고등학생 웨딩 크래셔(Wedding Crashers)였다. 기껏해야 열다섯이나 열여섯 정도 나이의 틴에이져였다. 옷을 꾸며 입었다고 해도 작심하고 꾸미고 온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남의 파티 구경하며 춤도 추고 먹을 것도 얻어먹으려던 계획은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사람들에게 둘러 싸인 처량한 신세의 아이들. 거기다가 취기 오른 신랑 친구들의 놀림까지 받고 있다. 이탈리안들 깐죽거림 장난이 아니다.

기어코 고개 숙이고 있던 두 소녀 중, 하나가 눈물을 흘린다. 호기심에 따라나섰던 하객들이 쇼가 끝났다는 듯,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고 아이들과 경찰만 남았다. 웨딩크래셔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아이들. 솔직히 초범 같아 보였다.

질문을 하는 경찰이 짓궂게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럴수록 더욱 주눅 들어가는 아이들. 장난 삼아 무전취식을 하려던 아이들이 조금 안쓰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자식이 하나 있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드네!

경찰이 연락 한 부모가 한 두 명씩 와서는 아이들을 데려갔다. 부모의 얼굴에는 하나 같이 "넌 집에 가서 죽었어!"였다. 다소 황당했던 경찰 출동 해프닝이었다.


내가 겪은 두 번의 경찰 출동 중, 첫 번째가 조금 애교스러웠다면 두 번째 출동은 심각한 범죄였다.

두 번째 경찰 출동도 피로연 파티에서 있었다.

모두가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난데없는 경찰 사이렌 소리. 디제이의 음악이 묻히는 요란함이었다.

하객들이 파티룸 밖으로 나오니 몇몇 경찰은 윗 층으로 몇몇은 화장실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두가 영문을 모른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신부는 울기 바로 직전이었다. 누가 이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을지 하객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던 들러리 중 한 명이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와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 들러리는 화장품을 가지러 2층의 신부 방에 갔었다고 한다.

피로연 파티에는 신부 방이 따로 있는데 보통 브라이덜 스위트(Bridal Suite)라 불린다. 방의 비밀번호는 결혼 당일 몇 사람에게만 전해진다.

들러리가 문을 열고 막, 방에 들어서려는데 어느 낯선 남자가 방에 있었고 방은 이미 난장판이었단다. 놀란 들러리는 바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도착한 경찰들.


Y-M&T-3188.jpg


결론을 얘기하자면 1시간이 안돼 주차장에 숨어 있던 범인은 검거됐다. 범인은 예전에 이곳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20대 남자였다. 높지 않은 2층의 발코니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브라이덜 스위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장범으로 잡힌 범인은 제대로 훔친 물건도 없이 놀라 숨어 있다가 잡혀버린 꼴이었다.

신랑, 신부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한편으로는 어설픈 도둑에게 헛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결혼.... 언제나 상상 이상의 일이 벌어질 수 있나 보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