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제19화 사랑의 힘

by Henry Hong

긴장의 연속

내가 겪은 로미오와 줄리엣 커플. 그리스계 신부와 아르메니아계 신랑의 결혼이었다.


두 사람은 뉴욕 주의 버펄로 대학에서 만났다고 한다. 뉴욕 시가 집이었던 두 사람은 가족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했고 처음부터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좋아하는 음악 같은 것, 특히나 뉴욕 퀸즈에서 보낸 어린 시절 등의 공감대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많은 공감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집안은 종교가 틀렸다. 젊은 두 사람은 애초에 그리 종교적이지 않았고 신경을 쓰는 부분도 아니었지만 집안의 어른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양가 부모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녀들의 결혼을 목숨 걸고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반대한다는 의사 표현은 할 수 있는 만큼 다하는 부모들이었다.

종교가 틀리다는 이유로 결혼식 피로연에 불참한 신랑의 부모. 결혼식과 연회 시간 모두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결혼 전, 이미 촬영스탭에게는 주의사항이 전달됐다. 결혼식 분위기 안 좋을 테니 분위기 파악 알아서 잘하라는

친절한(?) 신랑, 신부의 조언이 있었다.


결혼식 당일 날 촬영팀은 두 번의 세리머니를 찍어야 했다.

첫 번째는 신부 측의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로 가서 촬영을 해야 했고, 그다음에는 바로 이슬람 사원(Mosque)으로 가서 신랑 측이 원하는 촬영을 했다. 나중에 듣게 된 이야기로는 신랑의 출신국인 아르메니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는 나라인데 신랑의 가족이 흔치 않게 이슬람이었다고 한다.

나라와 언어로만 보면 그리스와 아르메니아는 무척 가까운 나라라고 하던데 종교가 문제였다.

당연하게도 교회에서의 예식에는 신랑 측 참석자로 신랑밖에 없었고,

모스크에서의 예식에는 신부만이 신부 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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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이야기에 희극적 요소가 있었다면..

그리스 교회에 갔더니 모든 진행을 그리스어로 하는 거였다. 그리고 이슬람 쪽을 갔더니 그쪽은

그 나라의 언어로 식을 진행하는 거였다.

나와 사진사는 한국인. 당연히 그 나라 말 모른다. 주례자와 촬영자의 눈치 싸움 아니 눈치 소통.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언제 말이 끝났는지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의 연속.

그저 소리로만 들렸던 그들의 언어..

카메라는 무조건 말하는 사람을 향했던 순발력을 요하는 촬영이었다. 두 번의 예식이 끝나니 두통이 찾아왔다.

손님은 왜 나를 촬영자로 골랐을까? 혹시 싼 맛에?



서로가 원했던 곳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드디어 양가가 모일 피로연 장소로 이동을 했다.

이유를 알 수 있는 긴장감이 파티 장소에 가득했다. 양가가 무슨 결투를 버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두 쪽으로 갈라진 양가의 자리 중간에 촬영 위치를 잡고 서 있자니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본인들이 속한 테이블 쪽을 바라보면서는, 웃고 떠들고 잔칫집 같다가 반대쪽을 바라볼 때는 바로 장례식 분위기가 되었다. 그 싸늘함이 피로연의 열기를 식히고도 남음이 있었다.

양쪽을 관찰하던 나는 피로연 내내 인상을 쓰게 되었다. 괜히 웃다가 욕먹을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말을 안 하면 어느 쪽이 신부 쪽이고 어느 쪽이 신랑 쪽 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거였다. 어차피 입고 있는 옷은 모두가 아메리칸 스타일이었다.

종교는 다를지 몰라도 유전자는 상당히 비슷하지 않을까? 이 것이야 말로 신의 장난?


촬영을 할 때는 양가를 공평하게 찍어야 했다. 예를 들어 신부 측 가족을 10분 정도 카메라에 담았다면 신랑 측도 비슷한 불량을 찍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촬영을 하자니 다른 때 보다 훨씬 긴장을 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촬영팀만큼 긴장 속에서 일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

음악을 선곡하는 디제이가 긴장 속에서 음악 선정을 해야 했다. 양 측에서 처음부터 원했던 요청 사항이 똑같은 양의 음악 배정이었다고 한다. 그리스 노래가 다섯 곡이라면, 아르메니아 노래도 정확히 다섯 곡을 틀어야 했다. 춤을 추기 위한 스테이지 모습은 밀물과 썰물이 오가 듯, 한쪽 가족이 들어 서면 다른 쪽 가족이 나가는 모양새였다. 놀랍게도 고개를 숙인 채 자기 자리를 잘도 찾아 들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스테이지로 나와, 현대곡에 맞춰 춤을 추면 그 모습이 마치 유엔 평화 유지군 같아 보였다. 흘러나온 노래 중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있었다.


현대의 로미오와 쥴리엣 같은 이 결혼식에서 유난히 내 기억에 남는 건 양가의 아버지였다.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눈가의 눈물을 닦아 내리던 모습 그리고

결혼식 이건 결혼 피로연이건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신랑의 아버지.

신부 아버지의 눈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참회? 용서? 사랑?

신랑의 아버지는 자식의 결혼식조차 참석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끼니나 때웠을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이야, 각자 틀릴 수 있겠지만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요?


종교가 틀려 모두가 힘들었던 결혼이 있는가 하면, 가톨릭 신부님과 유대교 랍비님이 나란히 서서 주례를 진행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믿음 따위 내가 믿는 거나 믿으련다 같은 태도.

양가가 쿨하게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고 한 장소에서 아예 두 종교의 예를 섞어 버린다.

신부님이 결혼 서약, 예물 교환, 성혼 선언 같은 것을 주례하시고.

랍비는 유태인 식 혼인 계약서 (Ketubah Signing), 유리잔 깨트리기 같은 부분을 주제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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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벽을 넘어 새 출발하는 젊은이들을 축복해 주는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주례자, 두 분 아주 재미있고 여유 있는 분들이다.

매번 같은 농담을 하는 게 흠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신랑의 직업은 코스트가드 (Coast Guard)였다. 미국의 해안가를 지키는 것이 신랑의

직업이었는데 신랑은 하와이로 전근을 신청해 곧 떠날 예정이었다. 가족들에게 질려 버린 신혼부부는 가족이

아무도 없는 하와이에서 새 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그들의 자식들은 종교를 떠나 좀 더 자유롭게 성장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는 하나 있는 자식을 위해 무엇을 믿으면 좋을까?

그냥 자식이나 믿겠습니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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