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유행

제20화 뉴욕 스타일

by Henry Hong
변모하는 비디오 트렌드, 변하지 않는 것들


결혼 비디오나 사진을 한 걸음 옆에서 바라보자면 어차피 그게 그거로 보인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검은 턱시도를 입은 신랑.

새 출발하는 커플을 양가 가족, 친지, 친구가 모여 축하해주는 자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연회장 관계자들.

촬영자는 비디오나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임무 끝.

그러다 보니 비디오나 사진은 신랑, 신부를 다르게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게 된다.


20년 정도 뉴욕의 웨딩 비디오 업계와 가까이 있다 보니, 스쳐 지나가는 많은 유행을 지켜봤다.

한국에서의 유행을 뉴욕에 전해 준 예도 있었고, 반대로 뉴욕의 캐주얼 한 아웃도어 스타일 촬영을

한국으로 가져가 발전시킨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 걸 소호 스타일이라 불렀다.

카메라의 발전 속도와 더불어 장비는 점점 소형화되고 기동력 또한 높아지게 됐다.

베타 테이프를 이용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편집을 끝마치고 손님에게 VHS 테이프를 건네주던 게,

그리 오래 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장비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어떤 유행들이 있었는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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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로 비슷한 결혼을 남들과 다르게 찍으려고 업체마다 많은 노력이 있었다.

결혼 날, 드론을 띄어 찍 건, 스테디 캠을 이용해 찍 건 간에 바뀌지 않는 것은 역시나 촬영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누가 하겠어! 당연한 소리 죄송합니다.

사람이 촬영을 하다 보니 카메라 감독의 재량이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웨딩 비디오가 나올 수 있다.


한때 뉴욕에서는 웨딩 비디오를 뮤직 비디오처럼 찍었다. 음악 채널 M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뮤직 비디오 스타일로 신랑, 신부, 들러리들이 피로연을 즐기는 모습 위주로 촬영하고 짧게 편집을 해서 손님에게 전달했다.

손님이 받아 보는 완성본의 길이는 20분 남짓이다.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해 한 장면을 여러 앵글로 찍어 제법 그럴듯한 웨딩 뮤직 비디오가 됐다. 가격 절대 싸지 않다. 항공 촬영을 위해 드론을 동원하고, 교회의 하객들 촬영을 위해 지미집까지 준비를 한다. 거기에 따라 나오는 스텝만도 5명 이상....

가격은 미화로 5천 불 정도가 평균이었다. 고객 만족도 글쎄?

뉴욕의 영화과 출신들이 졸업 후 웨딩 업계에 뛰어들어 또래의 신랑, 신부를 촬영하며 스타일을 유행시켰다.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웨딩 비디오가 있었다면 웨딩 하이라이트 비디오도 있었다. 이 비디오도 손님이 받는

완성본의 길이는 20여분 정도이고 말 그대로 결혼 하루 동안에 일어 난 일을 하이라이트만 뽑아 편집한다.

어느 누가 결혼식 끝나고 몇 시간 짜리 웨딩 비디오를 보고 있겠냐는 취지 하에 짧은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손님에게 주는 것이었다. 촬영자는 편집에 들어갈 내용만 찍어 편집해주면 되었다.

사실 딴짓하다가 중요 부분만 연출해서 찍는 촬영자도 종종 있다. 웨딩 촬영자가 영화감독인 줄 안다.


위의 두 가지 유행이 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좀 더 길게 내용에 충실한 유행도 있었다. 결혼식 전부터 신랑, 신부를 카메라가 쫒으며 중간중간 인터뷰를 더하고 그들의 의사 충돌도 여과 없이 웨딩 비디오에 넣는,

좀 더 발전된 모양의 다큐멘터리 스타일이었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리얼리티쇼 형식이었다.

보기 좋고 오랫동안 기억에도 남겠지만, 이 유행 너무 비쌌다.

촬영 일수에 따른 가격 차이가 있지만 시작 가격이 미화 3~4천 불로 형성되어 있었다.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유행은 아니다.


위에 열거한 유행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영화가 아니고서야 결혼 촬영. 마음먹은 대로 될 리가 없다. 뉴욕은 결혼 당일 장소를 옮겨 다니며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촬영자의 기동성이 빨라야 하는데 장비 챙기느라 혹은 장비 꺼내느라 시간 낭비하다 보면 시간에 쫓겨 촬영은 물 건너가 버린다. 나중에 손님에게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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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지나고 뉴욕의 결혼 비디오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뮤직 비디오나 하이라이트 스타일의 비디오는 소수의 팬층이 좋아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커플은 가장 행복한 날을 같이 했던 모든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함께 즐기던 현장의 생생한 모습들 그리고 목소리, 음악, 소음까지도.. 예식 중에 울음보가 터진 어린 조카의 소리도 시간이 지나니 재미있는 추억으로 기억되는 거였다.

음악으로 현장음을 대신 한 뮤직 비디오나 하이라이트 결혼 비디오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이다.


요즘 가장 보편적인 웨딩 비디오는 별 기교 없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이 자리를 잡았다.

보통 2명의 비디오 맨이 한 사람씩, 신랑 측, 신부 측의 준비 과정 촬영부터 시작 해,

피로연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 커플이 하객들에게 끝 인사를 하고 난 후, 촬영을 마친다.

커플에게 전달하는 완성본 비디오는 6주에서 8주가 정도가 소요된다.

USB Memory Card로 전달되는 비디오는 하이라이트 섹션을 포함해, 준비과정,

예식, 피로연 파트로 만들어진 비디오로 완성된다.

그리고 커플이 원하면 원본 파일 (편집을 거치지 않은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분량)을 주기도 한다.

요즘은 워낙 비디오 편집이 보편화돼 본인들이 원본 파일을 갖고 좀 더 재미있게 편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손님은 원본 파일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고 잊게 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웨딩 비디오 맨은 열심히 발로 뛰는 촬영자이다.

되도록 많은 장면을 찍은 웨딩 비디오는 장면 장면마다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비디오 맨의 첫 번째 조건은 체력이다. 그다음이 서비스 마인드.

본인 체력이 안 따라주면 절대로 좋은 그림 안 나온다.



덧붙이자면, 하이라이트만 보여 주거나, 뮤직 비디오처럼 만든 웨딩 비디오는 시간이 지나자

10 중 7 커플은, 본인들의 웨딩 비디오에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저 멋스럽게만 만들기 위해 부렸던 빠른 카메라 움직임이나 편집 때 넣었던 특수효과는 금방 식상하게 된 것이다. 특히 비디오를 본 부모님들은 아연실색. (일반화의 오류 아닙니다.)


나는 웨딩 비디오가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결혼 비디오가 좋은 비디오 아닐까요?


결혼 비디오에 무슨 기교가 필요하겠습니까? 결혼 생활에 기교가 필요하겠지....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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