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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Oct 11. 2021

퍼블릭 마인드 & 비즈니스 마인드

공직자의 마음

국립대학에서 긴 세월을 지내다가 정년이 가까이 다가오니 이제야 퍼블릭 마인드(public mind)에 대한 개념이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35여 년 만에 깨달아 간다는 것이 참으로 창피한 일이지만 그래도 나가기 두어 달 전이라도 알기 시작을 했으니 나 스스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한 책자가 나의 뒤통수를 쳤다. 정부 중앙부처가 광화문에 있던 시절의 이야기를 엮어냈는데, 열심히 일하다 병들어 생을 마무리하는 과정과 그의 공무원 생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희망과 번민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퍼블릭 마인드가 몸에 배어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한 명의  public guy는 나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난 공직자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주변의 모든 여건과 환경 나를 위한 것이라며 사심 가득 채워가는 사직자. 그리고,

나의 모든 여건과 능력은 주변을 위한 것이라며 공심 가득 풀어내는 공직자.


주고받음과 채움과 베풂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리라 치더라도 이것이 공직자와 국민의 소통방식은 아닐 것이다.

사직자는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자(한자로는 놈 자 자를 쓴다)들이고 공직자는 국민에게 도움을 드리는 분들이다.


사직자는 비즈니스 분야에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사기 기질을 갈고 다듬어 '현명하고 공정하게 쓴다'면 훌륭한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다. 길을 잘 못 든 것이다.


공직자는 공공분야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가는 길이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사기 기질이 다소 필요하다. 다만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 실행 방법은 당연히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아마도 이런 분들이 비즈니스 분야로 간다면 십중팔구는 망해버려 연금까지도 까먹을 것이다.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은 참 중요하다. 길을 발견하더라도 어떻데 나아가느냐는 더욱더 중요하다. 이를 우린 보통 경력개발(HRD; Human Resources Development)이라 한다. 나는 HRD에서 Human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Human 보다는 Humanity를 즐겨 쓴다. 그래서 내게 HRD는 Humanity Resources Development이다.


Human은 너무 종합적이라 내겐 그 의미가 너무 버겁다. Human은 몸과 마음이 합쳐진 존재이기에, HRD를 주전공으로 살아온 내게도 너무나 어려운 과제이고, 휴머니티 개발에는 어찌어찌 도움을 드릴수 있겠는데, 몸이라는 것은 유전적 영향도 크고 해서 내가 도움을 드리기에는 버겁다. 그래서 나는 휴머니티에 집중을 하여 HRD라는 숙제를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 내  디벨롭 대상은 휴먼 리소스가 아닌 휴머니티 리소스다.


직장은 생활공간이다. 우리가 삶을 사는데 필요한 공간이고 생의 시간을 지내는 곳이다. 가정에서의 휴머니티 양성은 부모형제와 가족이 담당하지만, 직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의 휴머니티는 선후배가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있을 100년이 온전히 펼쳐진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한다. 이 말은 100년 뒤를 대비해 계획 세우는 것이 아니고, 100년 동안을 스스로 행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라는 말이다. 백년지대계는 대비책이 아닌 실행 프로젝트인 것이다.


(출처 : pixel)




즈음 공사 구분이 없는 분들이 뉴스에 등장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짜증이 왕창 나지만 어찌 보면 우리의 시대는 공사 구분이 없어야 하는 융합 세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방향과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사기업이 성장하여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면 공공 마인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대부분의 사기업들은 점점 더 돈을 향해 사악해져만 간다. 물건을 사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에 기업이 존재하는데, 이익의 일부라도 주변에게 되돌려 주기는 커녕, 오히려 죽을 때까지 빨대를 꽂으려 한다.


공공분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소 사기 치는 기술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고차원이라 여기며, '에헴'하면서 뒷짐 지고 양반 흉내를 내지 말고, 시장 좌판에서라도 정당한 사기기술을 이용하고 주변을 배불리 먹고살게 해주어야 한다.


지금은 '정의롭고 공정한 공사 구분 없음이 당연히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사악하고 자기 배만 채우려, 공사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우리를 허탈하게 만든다. 정말 화나는 일이다.


그러나 지는 해가 까지 세상을 밝히려 한다면

이 세상 더욱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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