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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Oct 16. 2021

곶감을 좋아하는 호랑이

내 손에 든 사람들이 곶감 하나

나는 범띠, 그래서 나는 호랑이다.

나는 곶감을 좋아하는 호랑이다. 많은 곶감이 우리 주변에 있지만, 좋은 곶감을 만기는 참 어렵다. 좋은 곶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감이 필요하다. 좋은 감이 되기 위해서는 따사로운 햇살과 신선한 공기, 그리고 때때로 내려주는 단비도 필요하다. 또한 감나무 아래에 풍부한 양분이 들어있는 좋은 토양이 필요하다. 모든 자연의 풍요로움이 하나의 감 속에 들어있다.


물론 감나무는 어려운 역경도 헤쳐 나왔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메마른 대지에 한 두방을 떨어지는 빗방울로 갈증을 달래어 왔고, 매서운 눈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날에는 온몸 꽁꽁 얼어가면서도 좋은 감을 만들어내겠다는 미래 희망에 기대어 매서운 칼바람 견뎌내었다.


이렇게 용맹 정진하던 나무는 마침내 결실을 맺고  튼실한 감을 주렁주렁 영글게 한다.


 귀한 감을, 정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다 따내지 않는다. 하나같이 귀한 감이고 욕심은 나지만, 그 욕심을 잠시 접어두고 까치밥 남겨두며, 일부나마 자연으로 돌려준다.


이렇게 감사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딴 감을, 고르고 골라 잘 씻어낸다. 그리곤 대장장이의 땀과 노력과 세월 만든 예리한  정성스레 깎아서, 처마 밑에 주렁주렁 메달아 놓기도 하고 화문석 위에 펼쳐 놓기를 반복한다. 오래된 이 처마와 화문석도 사람이 자연의 허락을 받아 세심한 정성과 오래된 전통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제 깎아놓은 감은 다시 한번 자연 속에 맡겨진다.

연이 주는 신한 바람과 적절한 태양빛, 그리고 사람의 정성이 하나가 되면 감은 점점 감이 되어간다.


적당이 마른 감을 구별해 내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지켜봐 온 주름진 얼굴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한 사람의 통찰력이다. 이 탁월한 통찰력으로 적절한 시기를 골라 감을 걷어 들인다. 이것이 좋은 곶감이다.


이 곶감이 내 손으로 바로 오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어, 수거하고 포장해서 내 손까지 다다른다. 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세월가득 찬 곶감을 드디어 만나게 된다.


좋은 곶감 하나는 자연이다. 그리고 세월이다.

이렇게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어 만든 곶감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호랑이로서 단순히 달콤함에 젖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곶감 속에 이 들어 있어 좋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진짜 호랑이가 아닌  범띠 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 손에 들려있는 곶감 하나는, 호랑이인 내게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이다.


나는 곶감을 좋아하는 호랑이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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