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그 싱그러움에 대하여

소싯적 이야기

by 진이령

꽃다운 23세.

개인적으로 23살은 있는 멋, 없는 멋 잔뜩 부리며 여기저기 쏘다녀야 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기엔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20대 만의 아름다움이 있는걸…….


아무것도 모르는 20살 보단 조금은 세상을 깨우친 나이. 흔히들 여자 나이를 비하할 때 쓰는 말인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되기 전 화려하게 만개할 때가 바로 스물셋.



아이유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그녀가 <스물셋> 이란 노래를 냈을 때 나는 스물넷이었지만 충분히 <스물셋>의 마음에 공감했다.


스물셋의 나는 예쁘고 날씬했다. (지금은 살이 많이 쪄 그 미모가 바랬지만.) 이성에게 인기도 좀 있었고.


앳된 티를 제법 벗고 좀 아가씨 태가 나던 얄미운 스물셋. 겁나는 게 없는 촉법소년 같던 시절. 삶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만 때려치우고 싶진 않았던, 어중간한 나이의 성인. 사랑이 하고 싶다가도 그 시간에 돈이나 더 벌어야지 하던 애늙은이. 그래도 꾸준히 연애를 했던. 영원히 문학소녀이자 한량이고 싶었으나 부단히 고통받는 가난뱅이. 그것이 나의 스물셋이었다.


많은 것들이 부족했지만 나는 싱그러웠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내 주변에 가득했고 칭찬받고 살았었다. 삶의 만족도에 숫자를 매겨 불만족을 1로, 매우 만족을 10으로 둔다면 그래도 7 정도의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그랬던 삶이 뭉개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니,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마치 싱크홀 같다고 할 수 있다. 견고해 보이는 콘크리트 밑의 땅은 조금씩 알게 모르게 무너지고 있다가 어느 순간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생기는 싱크홀처럼 내 삶도 무너져버렸다.


한국에서 살며 공교육과 사교육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닦여진 길을 걸어왔다면 스물셋은 아마도 대학교를 다니거나 군대에 있을 나이다. 인맥을 쌓고 미래를 준비할 앞길 창창한 청년. 내 나이 스물셋 역시 그러했다.


출발선은 제각기 다르지만, 어쨌든 이 몸 한 번 내던져 무언가를 향해 달려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시동을 걸며 신발끈을 질끈 묶을 나이에 공황장애와 조울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내 발을 걸었다.


나는 아주 크게 넘어졌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고통 속에서 힘겨워해야 했다.

그때 느꼈다. 신은 내 편이 아니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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