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나는 이미 알코올 중독에 가까웠다. 주 7회 혼자서 술을 마셨다. 그것도 독한 양주를 벌컥벌컥. 사실 주종 가리지 않고 마셨다. 매일매일이 필름이 끊기기 바로 직전이 돼서야 네 발로 기어 집에 들어가는 일상이었다.
피곤하고 피로했다. 피곤과 피로함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던 건지, 술을 마셔서 피곤하고 피로했는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서 분간이 가지 않았다.
가난했던 나는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작진 않은 내 씀씀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시급을 많이 주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야 했다. 때문에 아르바이트는 안 해본 것 빼곤 다 해본 것 같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꽉 찬 주 5일. 가끔 주말 아르바이트. 스케쥴러엔 스케줄이 빼곡했다.
그렇게 완성된 자칭 연예인 스케줄은 다음과 같은 로직으로 짜였다.
1. 시급 7,000원 이상을 받아야 하고, 최소 주 35시간은 일해야 한다. (2014년 당시 최저시급이 5,210원이었다.)
2. 그러기 위해선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이전까지 모든 강의를 밀어 넣어야 한다. 오후 강의를 듣거나 야간 강의를 듣게 되면 주 35시간 이상 일하기 힘들어진다. 무조건 수강은 오전에 끝내야 한다.
3.2번은 상당한 기술력을 요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아다리’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핵심 교양과 심화전공, 부전공까지 다 집어넣어야 한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어야 한다.
듣고 싶은 강의 따윈 없었다. 피하고 싶은 강의는 많았고. 예를 들면 영어 통사론이라던가.
아! 듣고 싶은 강의가 있긴 했다. 온라인 강의. 오프라인 출석이 필요하지 않은 아주 꿀 같은 강의였다.
우리 학교는 온라인 강의를 한 학기에 3학점만 들을 수 있었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의 교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출석을 하루라도 안 할 수 있다면야 강의 내용이고 뭐고 무엇이 중요하리? 피 튀기는 경쟁은 불 보듯 뻔했다.
4. 작성해 놓은 환상의 시간표가 환장의 시간표가 되지 않게 수강신청을 성공한다.
시간표가 어그러지면 아르바이트 구하는 데에도 영향이 가고 그렇게 된다면 해당 학기 나의 삶은 휴학으로 직결되는 아주 극단적인 로직이었다.
적어놓고 보니 도대체 왜 대학을 다녔나 싶다. 공부도 안 했는데.
하나 고백하자면 입학 당시 나의 목표는 <무사히 졸업하기>였다. 어쨌든 무사히 졸업했으니 목표는 이루었다. 그럼 된 거지.
2014년 3월의 수강 신청을 하던 나는 불과 두 달 뒤 죽음의 문턱에서 저승사자와 까꿍놀이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돌이켜보니 길고 긴 조증이 저물고 곪아왔던 병이 터져 광증으로 치달을 폭풍전야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