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병이 어떻다는 건데? 3

by 진이령

조증.


조증도 감정과 신체로 온다.


감정과 행동의 경우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확연히 느낀다. 사람이 언제 우울했냐는 듯 밝고 쾌활하고 진취적이 되며 말이 많아진다.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술 약속을 잡는다. 누구에게나 말을 쏟아낸다.


아이디어가 샘솟고 기분이 너무 좋다. 세상은 밝고 화려하며 내가 그 세상의 주인공이라 느껴진다. 자신감이 생기고 낙관적으로 변한다.


정신적으로 각성되어 능률이 높아지고 영감이 쉴 새 없이 떠올라 그 영감을 잡아내느라 분주하다. 집중력은 떨어지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금은 무언가 하나를 잡고 집중하는 것보다는 샘솟는 영감의 끝을 찾아 생각을 달려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감각이 예민해진다. 그래서일까 평소보다 더 예술 작품에서 카타르시스를 강하게 느낀다. 눈물이 났다가 환희를 느꼈다가 담긴 깊은 뜻에 탄복하고 존경을 느낀다. 예민해진 감각에서 많은 정보를 취합한다. 직관력이 강해진다.


조증이 되면 수컷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치장한다. 주변에서 예쁘다고 칭찬해주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볼드한 장신구, 진한 화장, 아찔한 하이힐과 프릴 달린 원피스 때론 섹슈얼한 느낌을 주는 옷까지. 옷장을 열어보면 마치 연예인의 것처럼 느껴진다.


돈을 엄청 쓴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쓰게 된다. 과소비를 한다. 과시하는 소비는 아니지만 1의 정도만큼 필요하다면 10의 정도만큼 필요성을 느껴 구매를 한다.


힘이 넘치고 이것저것 배우려는 없는 학구열이 생긴다. 외국어를 배워볼까? 악기를 배워볼까? 공예를 배워볼까? 하며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얕고 넓게 알아간다.



신체적인 경우 하루에 3시간 정도 자면서 나머지 깨어있는 시간 활동적으로 보내는 생활이 일주일 넘게 이어져도 피곤하지 않다. 레드불이 피 대신 내 혈관에 흐르는 느낌이다.


가만히 있지 못한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뛰어다니고 열정적으로 몸 쓰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지치지 않는다.


여기까진 좋다. 근데 조증이 심해지면 부작용도 있다.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10분짜리 영상을 보는데 열 번을 끊어 봐야 하고 공부도 안되고. 생각과 영감이 너무 빨리 떠올라 다 캐치할 수가 없다. 머리가 아파온다.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한다. 언제는 영화관에서 부스럭 대고 제대로 못 앉아있어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말의 속도도 무지 빠르다. 생각의 속도가 빠르고 많아져서 그런가 그걸 다 쏟아내야 하니 신체가 못 따라가 말을 더듬기도 한다. 이야기의 비약이 심해진다.


다한증이 생긴다. 땀을 엄청 흘리고 붕 뜬 느낌을 받는다.



나는 조증의 끝을 달릴 때 나의 모습을 ‘날뛴다’라고 표현한다. 활동적인 것을 넘어 남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신체 활동이 커진다. 가만히 있지 못해 쏘다니니 거리와 복도가 남아나질 않는다.


조증일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일을 벌이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조증 때 벌렸던 일이 많지만 그중에서 하나 예를 들자면, 조증에 사로 잡혀 사이버대에 학사 편입을 했다. 2년 과정인데 병을 앓고 있지 않아도 장기 프로젝트로 봐야 하고 학비도 없었지만 말 그대로 그냥 ‘질렀었다’. 2019년에 벌인 이 일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학사도 6년 만에 겨우 졸업했는데 편입 학사 역시 3년 만에 겨우 졸업할 것 같다.


조울병은 상당히 힘든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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