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 효율 5등급의 삶

by 진이령

나를 가전제품에 비유하자면 에너지 소비효율 5등급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를 가전제품에 비유하자면 에너지 소비효율 5등급 정도 되는 것 같다.


에너지 소비효율은 공황 장애, 우울장애, 조증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 든 생각이었다. 연비 안 좋은 자동차가 된 느낌이랄까?


조증이 되면 에너지 소비효율이 등급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과연 효율이 좋을까? 생각하면 의문이 들 여지가 있지만. 어쨌거나 적게 자고,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며 영감이 떠오르니 효율이 높아졌다고 느낀다.


반면 울증이 되거나 공황이 오면 모든 것이 멈춘다. 겨울잠 자는 곰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고를 친다. 자살 사고건 무단결근이건 그 무엇이 됐건.


그리고 아무것도 하질 못한다. 우울의 늪에 발을 막디뎠을 땐 끊임없이 절제할 수없이 먹다 몸이 무거워져 늪이 허벅지까지 차오르면 잠과 자책과 자해로 점철된다. 누군가 내 몸에 청소기를 꽂아 내 속에 있는 모든 에너지와 긍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 같다.


이런 에너와 에너지 운용 불균형이 사람 미쳐 돌아갈 정도로 반복되는 것이 양극성 정동장애이다. 거기에 공황장애까지 겹치면 심신은 피폐해지고 삶은 엉망이 된다.


내가 우울과 공황을 견디는 것을 ‘절전모드’라고 표현한다. 좀 덜 웃고, 덜 말하고, 덜 행동한다.


사실 웃고 말하고 행동할 힘이 없다. 스마트폰을 절전모드로 놓아 화면 밝기를 줄이고 몇몇 앱은 구동을 멈춰놓은 것처럼 내 삶의 밝기도 줄어들고 활력도 줄여진다. 생각이 잘 이어 나가 지지 않고 능률이 떨어진다. 몇몇 감각은 기능이 저하되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우울과 공황이 때로는 조증이 심하면 ‘비행기 모드’로 간다. 모든 이들과의 연결을 끊고 잠에 빠지는 것이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아닐지라도, 잠은 나를 연명하게 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실제로 비행기 모드가 되면 스마트폰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다. 연락이 두렵고 나를 깨부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말이자 두려워하는 말이기도 하다.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삶에서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해준다. 그렇게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나 역시도 무언가를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하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병은 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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