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알았더라면
2016년도에 쓰인 책입니다. 2월에 초판 1쇄가 나왔는데, 제가 읽은 책이 10월에 발행한 9쇄이니 거의 매달 책이 추가로 나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 지금도 투자나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당시 부동산 열기를 책의 출판정보를 알려주는 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개인 부동산 투자로 유명하신 분께서 주변의 요청에 의해 작성하신 글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투자의 개념에 대한 설명부터, 본인이 고수하고 있는 원칙, 실제 본인의 투자 사례, 그리고 투자 이후의 삶에 대한 방향까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저처럼 부동산이 어떻게 자산으로서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상식을 채우는 목적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당장 부동산 거래를 하기에는 이 책의 정보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집필된 5년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죠. 세금도 달라지고, 규제도 달라지고, 대출도 달라지고, 실제 시장에서 적용되는 거의 모든 제도가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는 방법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부동산을 어떻게 자산으로서 운용 할 수 있는지, 그 개념에 대해 이해하는 차원에서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시세차익보다는 수익형 부동산 운용을 통한 꾸준한 현금흐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월세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배당성장주 ETF와 같이 잠재된 가치를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교통, 복지와 같은 기반시설, 그리고 해당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같은 시장조사 같은 것들까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죠. 예전에 읽었던 다른 경제서적에서 이런 표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주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과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독점 투자가 아니지만, 아파트는 같은 단지라고 해도, 층이 다르고, 향이 다르고,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즉 그 조건의 그 집은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절대적인 독점 투자이고, 따라서 다른 자산보다 더욱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이었죠.
장기적으로 집이 안정적인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는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읽기에 편안했습니다. 저자 백원기 님께서는 지속적으로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성향이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이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짜릿한 한방이 부럽기는 하지만, 계속적으로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하는 active income보다는 알아서 굴러가는 passive income이 더 좋거든요. 돈이 많은 것보다는 속이 편한 것이 좋습니다. 속 편해지려고 돈이 필요한 것이니까요.
인상 깊은 부분은 서울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지속적인 공급, 인구감소 등으로 장기적 서울 부동산 시장 위축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저도 어릴 때는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고 사회시간에 배운 경제개념이 전부였던 그때에는, 인구가 줄면 수요가 줄고, 그럼 물건이 남고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유학생활을 통해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곳에서 경제학을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소도시에서 단칸방 하나를 빌려 사는데 한 달에 월세를 150만 원을 내고 살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 물가가 다른 것도 있지만, 훨씬 더 안전하고, 훨씬 더 많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서울에서 그 값이면 방이 여러 개인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런던에서 연수를 할 당시에는 셰어하우스에서 침대 하나 책상 하나 들어가는 방을 몇 주 빌리는데도 백만 원 이상이 들었었습니다. 책에서는 일본 도쿄를 비교하고 있지만, 도쿄뿐만 아니라 홍콩 등과 같은 대표적인 아시아 도시를 몇 개 비교해보면 서울의 가치는 많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원어민 강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서울이 살기 편한데 비해 저렴해서 좋다는 의견도 많았고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부동산 관련 이슈가 많았던 지난 5년의 시간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거의 벌금 수준으로 치솟은 보유세와 양도세, 각종 규제들에 대해 글쓴이 께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꼭 대단한 투자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이해하고, 텀이 긴 연재소설을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오면 다시 찾아보고 싶습니다.
23. 바로 이러한 이유로 월급의 일부를 안전한 자산에 반복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월급을 받아도 국가에 세금을 내며 기업에 상품값만 대다가 그 쳇바퀴 속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31. 제가 최고의 투자처로 부동산을 꼽은 이유는 부동산은 가격 하락이 거의 없고, 자주 매매하는 것이 비교적 어려우며,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39. 예컨대, 서울처럼 더 이상 주택을 지을 땅이 없다면 희소성이 커지므로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41. 안타깝지만,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고용이 늘어나기는 힘들 겁니다.
51. 20년 전, 아무도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능가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55. 앞으로도 서울로 들어올 외국인은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실제 일본 도쿄에 비하면 우리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앞으로 서울은 훨씬 유명한 국제도시가 될 것입니다.
56. 결국 중요한 것은 인구의 감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 것인지입니다. (중략) 수험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서울 대학교와 명문 사립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쉬워질까요?
87.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군중에서 벗어났을 때 큰돈을 벌었다."
104. 미래를 예측하지 마세요.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의 말도 믿지 마십시오.
106. 부동산 중개사들의 목적은 거래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중략) 따라서 부동산 중개사들은 매도자에게는 약간 싸게 팔기를 원하고, 매수자에게는 약간 비싸게 사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107. 고급 정보는 신문에 실리지 않습니다.
108.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들여 투자를 합니다. 따라서 투자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들은 절대 손실을 입지 않습니다.
113. 손에 사마귀가 생겼을 때 외과 의사는 메스로 이를 도려내는 방법을 씁니다. 피부과 의사는 액화질소로 얼리는 방법을, 성형외과 의사는 레이저로 태우는 방법을 씁니다.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자기가 아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결국 어느 방법이 좋은지는 내가 공부해서 깨우쳐야 합니다.
117. 부동산 투자의 특징 중 하나는 양도세뿐 아니라 물건을 최초 구입할 때 드는 취득세는 비싼 데 비해 보유세는 싼 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거래를 자주 할수록 양도세와 취득세를 계속 내야 하므로 수익이 줄어듭니다. 그러니 여러 채의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145. 일본 도쿄의 경우 부동산 위치가 지하철 5분 거리인지, 10분 거리인지 혹은 20분 거리인지에 따라 그 가격이 크게 달라집니다.
184. 이처럼 재개발은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추진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192. 이 세산에서 성공한 사람은 수많은 실패를 해본 사람입니다. 시도하고 도전했기에 실패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도전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202.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언기 위해 사고파는 것은 투기입니다. 장기적으로 투자하여 그것이 내가 꾸준히 수익을 가져오도록 만드는 것은 투자입니다.
210. 그런데 수리를 해주지 않으려고 하기에 힘든 것이지, 해주려고만 하면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220. 다만,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비용이 발생하므로 거주하는 집은 자산이 아닌 부채라고 봐야 합니다.
221. 부자가 되려면 내가 사는 집이 아닌 남에게 빌려줄 수 있는 집이 많아야 합니다.
223. 시세차익으로 얻는 자산이기보다 자산 스스로가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224. 만족을 모르면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중략)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입니다.
239. 내게 없는 재능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세요.
244. 고수익을 보장하면서 투자를 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경계하십시오. 만일 그 사람에게 고수익을 낼 만한 아이템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이유가 있을까요?
248. 만약 노후에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면 서울의 아파트에 세를 놓고 그 임대 보증금으로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