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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봉포항, 동해 첫 다이빙

몸도 마음도 깊고, 어둡고, 차가웠던 그날의 기억

by jim

어드밴스드까지 마치고 이제 다이빙 로그도 제법 쌓여간다고 생각이 들 무렵이 가장 다이빙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골프도 100타를 막 깨고 90타 초반, 80타 후반에 들어갈 수 있을 듯 없을 듯하는 준초보 시절이 가장 열정이 넘치듯이 저와 아내의 다이빙에 대한 관심도 이때가 가장 컸었죠.



그때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했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이라고 하면 으레 볼 것도 많고, 물속에 들어오는 햇볕도 잘 비추는 남쪽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렇기에 1년에 한두 번 가능할까 말까 소극적으로만 생각했었습니다. 늦여름 하루 이틀 휴가를 낼 수 있었을 때, '제주도는 다이빙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검색을 해 보았는데, 빠듯한 일정 속에서 비행제한 시간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다이빙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가 않았습니다. 검색에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동해 강원도에서도 다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방어대, 봉포항


마침 위치도 숙소가 있었던 속초 인근에 위치한 봉포항이었습니다. 일단 하루 해보고 할 만하면 자주 다녀보자는 부푼 기대를 안고 샵으로 갔습니다. 그간 경험했던 따뜻한 남쪽 나라의 다이빙 샵은 느긋한 말투의 현지인 스탭과, 한국인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새까만 한국인 강사님, 사장님이 계시고, 몇 년 전 한국 가요와 어느 나라 노래인지 분간이 안 되는 다양한 음악이 섞여서 흘러나오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동해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국내 다이빙 샵의 첫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마치 어촌마을 외갓집을 온 것 같은 분위기의 평상이 펼쳐져 있고,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이런저런 기구들이 정돈된 듯 정돈되지 않은 듯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어 '이런 게 우리나라 로컬 다이빙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방어대, 봉포항


아무래도 수온이 열대 바다만큼 높지 않다 보니 웻 슈트도 두꺼웠습니다. 두꺼운 웻 슈트는 입기도 힘들거니와 움직임도 불편하죠. 다이빙을 할 때 가장 힘든 것 두 가지를 꼽자면, 웻 슈트를 입는 것과, 지상에서 장비를 메고 돌아다니는 것, 이 두 가지가 아닐까요.


방어대, 봉포항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포인트로 이동하는 것도 달랐습니다. 그날만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해바다 파도가 만만치 않더군요.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에도 아내는 멀미를 했고, 차라리 물속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물속에서 조류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맑은 날이 아니어서 물속이 어둡기도 했고, 물고기들의 색상도 다채롭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해 오던 다이빙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도 수영장보다는 재미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중성부력이나, 자세의 균형을 잡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물속에서도 돌고도는 물살을 이겨내고, 주변의 각종 돌덩이들이나 시멘트 구조물에 부딪히지 않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다이빙과는 모든 면에서 많이 달랐습니다.


방어대, 봉포항


그래서 그랬을까요. 사장님인지 강사님인지 모르겠지만 저희를 안내해 주신 분께서 처음에 '국내에서 다이빙해본 적 있으세요?'라고 물어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도 '열대 바다에서만 다이빙하신 분들은 어려우실 텐데'라는 우려 반 걱정 반을 계속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죠. 그래도 어드밴드스 까지 마치고 나름 다이빙을 사랑하는 부부인데 좀 무시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선수도 아니고 취미생활인데 굳이 '잘'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안전하게 절차 잘 지키면서,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좀 덜 내려가고, 조금 빨리 올라오면 될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방어대, 봉포항


그날의 다이빙은 몸도 마음도 모두, 깊었고, 어두웠고, 차가웠습니다. 그날의 바다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애써 시간과 기회를 내서 다이빙을 하는 입장에서 동해를 더 찾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이빙을 업으로 할 것도 아니고, 힘들고 어렵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실제로 그 이후로 강원도에 여행을 간 적도 거의 없었고, 가더라도 다이빙을 할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동해 첫 다이빙이, 현재까지는 동해의 마지막 다이빙이 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다 보니 또 가볼 기회가 있을 수도 있죠.


그래도 이후 비행 이동 편 시간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고, 마음만 먹으면 수도권에서도 몇 시간 안에 다이빙을 해볼 수 있는 점 등은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입에 잘 맞지 않은 외국 현지 음식이나, 흉내만 낸 한식이 아니라 다이빙을 마치고 강원도 맛집들을 탐방해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당시에도 다이빙을 마치고 일행분들께서 공수해오신 감성돔 회를 맛보고 가라고 하셔서, 같이 끼어서 몇 점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제주도 말고 국내에서 인상적이었던 다이빙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여러분의 경험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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