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지 않고 딱 한 군데만 가라고 한다면 바로 여기
울릉도에서 했던 다이빙이 국내에서 했던 다이빙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다이빙으로 기억됩니다. 대단한 포인트를 가서 엄청난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날씨도 좋았고, 사람들도 좋았고, 그날의 바이브가 좋았기 때문이겠죠. 무엇보다 다이빙 샾 바로 앞바다에서 한 다이빙이었지만, 어찌 그리 물이 맑고 깨끗할 수 있을까요. 마치 청량한 사이다 한 모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울릉도에서의 다이빙은 인생의 버디인 아내 없이 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다이빙입니다. 아내와 저의 다이빙 로그가 하나 차이가 나는데, 예전 회사 선배님들과 남자들끼리만 떠났던 울릉도 여행에서 했던 다이빙 때문이죠. 사무실 선배님 한 분이 갑자기 계획하신 여행에 일정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총 4명이 울릉도에 며칠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 울릉도 여행이었는데, 그렇게 울릉도가 깨끗하고 좋은 곳인 줄 몰랐습니다. 해안마다 보이는 바다 색깔이 어찌 그렇게 파랄수가 있을까요.
일행 중에 한 선배님께서도 스쿠버다이빙을 하실 수 있다고 하셔서, 저랑 이렇게 두 명은 펀 다이빙, 다른 두 분은 체험다이빙으로 해서 경험 삼아 한번 울릉도 물속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물 밖에서만 보아도 깨끗하던 그 바다는, 물속에 들어가서도 청량하더군요. 비행기 안 타고 다이빙을 가라고 하면 여기를 다시 오겠다.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가는 길이 쉽지는 않습니다. 서울에서 새벽부터 운전하고 강릉으로 가서, 아침 배를 맞춰 타고, 여러 시간을 졸다 깨다 졸다 깨다 해야 간신히 오후 께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도어 투 도어로 계산하면 어쩌면 필리핀 리조트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빠를 수도 있긴 합니다.
이때 이용했던 다이빙 샵은 거북바위 바로 앞에 있는 울릉 다이브였습니다. 한 타임만 진행하는 짧은 일정에, 삼십 대 아저씨들만 우르르 몰려왔는데도 친절하게 잘 진행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체험다이빙도 같이 진행한 까닭에 샵 바로 앞바다인 거북바위에서 다이빙을 했었는데 작은 물고기 떼도 많고, 물도 깨끗하고, 볼거리 즐길거리들이 잔잔하니 좋았습니다.
다이빙을 처음 해보신 선배님들도 다들 만족해하셨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무더운 날씨도 한몫했긴 했을 테지만, 오후의 이런저런 계획했던 일정들을 미루고 다이빙 이후에 샵에서 마스크랑 핀 같은 것들을 좀 더 쓰겠다고 이야기한 다음, 거북바위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이나 물놀이를 하면서 오후 시간을 가득 채워 보냈습니다. 그러고 보면 친구들과 물놀이를 이렇게 했던 것이 20대 이후로 십몇 년 만에 처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짧은 며칠이지만 남자들끼리의 울릉도 여행, 그리고 그 시작이 시원한 물놀이. 물놀이 이후에 몸을 좀 말리고 낮잠 한 숨. 정신 좀 차리고 울릉도 유명 먹거리인 칡소, 약소 한우구이에 시원한 소맥 한 잔. 지금 생각해봐도 이런 여행이 또 가능할까 싶습니다. 어디 멀리멀리 떨어진 해외여행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좋은 음식을 나누는 것이 진짜 여행이지 않을까요.
다이빙 자체를 위한 여행보다는, 여행지에서 기회가 닿으면 다이빙도 해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엄청나게 많은 다이빙 경험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봉포, 제주, 그리고 여기 울릉도 이렇게 세 곳이 전부였죠. 물론 다 나름의 장단점과 매력이 있지만, 저는 우리나라에서 다이빙하러 어디에 가겠냐고 물어본다면 울릉도에 한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인생의 버디인 아내와 함께 가서 보트 타고 조금 더 먼바다로 나가보고 싶네요.
여러분의 울릉도 다이빙은 어떤 경험이신가요? 공유해주실 만한 기억이나, 추천해 주실 만한 포인트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