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쓰는가 > - 정치적 글쓰기 / 민족주의
Notes on Nationalism
1945년 5월에 집필해서 같은 해 10월 <폴레믹>지에 게재한 글이다.
오웰은 이해 2월에 <트리뷴>지 편집장 일을 그만두고 <옵저버>지의 전쟁 특파원 자격으로 파리로 떠난다.
그러다 3월 말 지적이고 헌신적이었떤 아내 아일린이 수술을 받다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한다.
이후 4월에 파리에 돌아가 5월에 귀국한 오웰은 이 글을 쓴 후 직후인 6~7월엔 총선 보돌ㄹ 하고, 같은 무렵 <<1984>>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8월엔 1년 반 동안의 거절과 지연 끝에 <<동물농장>>이 출간된다.
인류를 곤충 분류하듯 나눌 수 있으며 수백만이나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싸잡아 좋으니 나쁘니 하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고 여기는 모든 습성을 뜻한다.
민족주의는 힘에 대한 욕구와 분리할 수 없다. 모든 민족주의자의 변치 않는 목적은 더 많은 세력과 위신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억누르고서 섬기기로 한 나라 또는 어떤 집단을 위한 일이다.
'애국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던 오웰은 '민족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한다.
민족주의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민족에 기반을 둔 국가의 형성을 지상목표로 하고, 이것을 창건·유지·확대하려고 하는 민족의 정신 상태나 정책 원리 또는 그 활동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그럼, '민족'이란 또 뭘까?
민족이란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이며, 인종이나 국가 단위인 국민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이라는 의미가 국민과 비슷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다르다. 더욱이 민족은 국민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하나로 뭉치기 위해 늘 사용하는 말이 '한 민족'이라는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가 국민하고는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니 엄연히 민족과 국민은 다르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을 가진 사람과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하며 역사적 사회 집단이 민족이라 하니 당황스러우면서도 '한 민족'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웰이 말하는 '민족주의' 의미에서 힘에 대한 욕구와 분리할 수 없고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억누르며 섬기기로 한 나라 또는 집단이라는 말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민족주의 형태가 떠올랐다.
태극기 부대, 좌파, 극보수주의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머리가 어지럽고 인상이 구겨졌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보다 확대된 의미의 민족주의는 공산주의, 정치적 가톨릭주의, 유대주의, 반유대주의, 트로츠키주의, 평화주의와 같은 운동과 경향 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것은 반드시 어느 정부나 국가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조국'에 대한 충성은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상으로 삼는 집단이 실제로 꼭 존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웰이 말하는 민족주의 특징을 살펴보면 정말 정부나 국가에 대한 충성을 뜻하지 않음을 실감한다.
역사에서도 볼 수 있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민족주의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가끔 무엇을 위해 저렇게 목숨 걸듯이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국가나 조국에 대한 충성이 아니고 집단이 꼭 실제로 존재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1) 강박증(p188)
: 민족주의자는 가능한 한 자기세력 집단의 우월성 외에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다. 또한 민족주의자가 자신의 충절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아주 어렵다. 그는 누가 그의 집단을 조금이라도 비난하거나 라이벌 집단을 칭찬하는 기색을 보이면 날카롭게 쏘아붙이지 않고는 배기질 못한다. 모든 민족주의자들을 자기네 언어를 퍼뜨려 라이벌의 언어를 손상하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민족주의 심리는 흐히 공감 주술을 믿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 미신
2) 불안정(p188~190)
: 민족주의적 충심이란, 강하게 붙들어놓는다고 해서 전이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런 충심은 외국으로 향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경우가 흔하다.
민족주의자에게 변치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독특한 심리, 즉 충심의 대상이 변할 수 있으며, 가상의 것일 수도 있다는 점뿐이다.
전이된 민족주의란 희생양을 이용하는 것처럼, 자기 행실을 바꾸지 않고 구원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3)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p190~194)
: 모든 민족주의자들은 비슷한 유형의 사실들이 가진 유사점을 무시하는 능력이 있다.
민족주의자는 자기편이 저지른 잔학행위를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일에 아예 귀를 닫아버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모든 민족주의자는 과거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세력, 승리, 패배, 복수에 대해 끊임없이 골몰하면서도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선 다소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중략) 어떤 민족주의자는 정신분열증 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제 세계와 아무 상관이 없는 세력과 정복을 꿈꾸며 제법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강박증, 불안정,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
사실 이 특징을 생각해 보니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 독서모임 특징 상 평소에 읽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는 시간인데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부정하며 기분 나쁘다고 참여하지 않은 분이 떠올랐다.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태도에 따라 책을 접하는 방식이 다른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그분은 민족주의자적 성향이 강했던 것이다. 내가 믿고 있는 어떤 것을 상대방이 믿어주지 않을 때 일어나는 반발심이라고 할까. 강박증과 불안정 모습도 살짝 보였던 것이다. 그런 부분을 오웰은 이미 알아차렸다니, 정말 관찰력이 뛰어나고 천재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1) 긍정적 민족주의(p195~196)
1) 신토리주의
: 영국이 세력과 영향력이 기울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자 하는 욕구다.
'영국의 방식'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2) 켈트 민족주의
: 반영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으며 영국 혐오증과 같은 건 아니다.
켈트 민족들의 과거와 미래의 영광에 대한 믿음이며, 인종주의 색조를 강하게 띤다.
3) 유대주의
: 민족주의 운동의 일반적인 특징을 보이되, 미국에서 나타나는 형태가 영국의 경우보다 더 격렬하고 악의적이다. 유대인들 안에서만 활기를 띤다.
(2) 전이된 민족주의(p198)
1) 공산주의
2) 정치적 가톨릭주의
3) 인종차별 감정: 지식인들 사이에선 피부색에 대한 반감이 역전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유색인종의 타고난 우월성을 믿는다는 것이다.
4)계급차별 감정: 상류층과 중산층 지식인들 사이에서 역전된 형태
5) 평화주의: 정체불명의 종파에 속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에 반대하여 그 이상은 자신의 사고력을 진전시키지 않는 쪽을 택한 인도주의자일 뿐이다. 동기는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와 전체주의에 대한 동경이다.
(3) 부정적 민족주의(p200~201)
1) 영국혐오중: 지식인들 사이에서 영국을 비웃으며 약간의 적대성을 보이는 게 어느 정도 필수적인 태도
▶ 가식이 아닌 것
2) 반유대주의: 나치의 박해 때문에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압제자에 맞서 유대인 편을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3) 트로츠키주의: 무정부주의자, 민주적 사회주의자, 심지어 자유주의자까지 포함할 정도로 느슨하게 쓰이는 용어. 여기서는 스탈린 체제에 대한 적대감을 주된 원동력으로 삼는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자란 뜻.
나는 지식인이라면 정치에 개입할 수밖에 없으며 나름의 선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즉, 똑같이 나쁜 수단과 더불어 제시된다 하더라도, 어떤 대의가 다른 대의보다는 객관적으로 낫다는 인식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며 어쩌면 정치적 행동을 위해 필요하기까지 한 정서적 충동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병존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엔 '도덕적' 노력이 요구되는데, 우리 시대의 주요한 문제에 대하여 최소한 죽어 있지는 않은 동시대 영국 문학만 놓고 봐도 우리들 가운데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이는 너무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오웰이 이렇게 '민족주의'에 대해 비망록까지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른 거 다 배제하고 지식인들이 가지고 민족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경고한다.
자신의 나라 '영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쩌면 그 당시에 부조리한 사고와 행동이 앞으로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처럼 다가왔다.
지식인이라면 정치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오늘날 우리 사회에 지식인들의 정치개입으로 인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나부터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감정인지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도덕적 노력이 요구되는데 너무 적다는 것을 오웰은 정확하게 보았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정치와 언론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
큰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민족주의 이념을 가져와 국민들을 혼란하게 한다.
반국가세력, 친북, 반일 민족주의라는 한 나라의 대통령 입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빨갱이'라는 단어로 심기 불편하게 했으며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 '반일 민족주의'라며 정치적으로 선동한다. 오웰이 말한 강박증, 불안정,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놀라웠다.
그럼 난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일까? '민족주의'라는 넓은 의미에 포함하기에는 실로 싫다. 그런 이념보다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사실적인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와 도덕적 노력이 너무나도 적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그저 한숨만 나온다. 과연 그들은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생각할까?
보수주의니, 진보주의니 나누며 서로 날카로운 날을 세우는 것은 이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행보인 거만은 확실하다. 매년 선거가 다가오면 그 수위가 높아지는 행사는 언제쯤 끝이 날까.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분명 답을 알고 있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시하는 처사에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오웰이 말하는 '민족주의' 특징을 이야기했을 때 딱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고전 문학이기도 하다.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를 순수한 어린이가 직접 말하며 일깨워 주는 이야기.
바로 << 벌거벗은 임금님 >>이다.
고전 문학인만큼 출판사마다 꼭 한 번은 내는 그림책이다. 그중에서 현대사회 무대로 옮겨와 이야기를 펼치는 그림책을 소개한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김서정 (글),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2021-08-02
새옷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사는 나라에 수상한 재봉사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자신이 만드는 옷감이 일 못하는 사람과 바보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선전한다.
임금님은 그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려고 재봉사에게 많은 돈과 훈장까지 주면서 옷을 만들도록 한다.
하지만 재봉사들은 없는 옷감을 있는 척하며 신하와 임금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속인다.
사실은 보이지 않는 옷감이지만 옷감이 안 보인다고 말하면 바보라고 놀림 받을까 두려워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안데르센의 고전 <벌거벗은 임금님>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한 이 책은 '옷을 좋아하는 멋쟁이 임금님'이라는 설정으로 보다 강렬한 그림으로 표현한다. '옷을 좋아하는 멋쟁이 임금'이면서 '허영 가득한 임금'의 모습을 바라보는 군중들의 표정을 콜라주 기법으로 과감하게 보여준다.
이은혜,이신혜 (지은이) 북극곰2022-05-24
두 번째 소개하는 그림책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패러디한 그림책이다.
임금님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처음에는 감추었지만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찾아오는 행복을 그렸다.
민족주의자들이 강박증, 불안을 내려놓고 사실을 받아들이며 도덕적인 노력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큐레이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