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쓰는가 > - 정치적 글쓰기 / 1940년 12월
England Your England
일부가 '지배계급' 이란 제목으로 1940년 12월 <호라이즌> 지에 게재된 글이다.
제목은 1차대전 당시 지배계급의 자기파괴적 심리를 그린 D. H. 로렌스의 단편 소설 < 영구, 나의 영국 England Your England >(1922)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글은 1941년 2월에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된 바 있는 장문의 에세이 < 사자와 유니콘 The Lion and the Unicorn: socialism and the Engligh Genius >의 세 부분 중 1부이며, 단독 에세이로서 여러 선집에 시린 바 있기도 하다. 본 에세이집에서는 분량상의 제약에 따라, 2부와 3부는 제외하고 이 에세이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엄청난 사건들에 대해 영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추측하기 전에, 영국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오웰은 '신사의 나라'라고 잘 알려진 영국에 대해 꼭 그럴까라는 의문점 제시와 영국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볼 테니 당신이 생각한 만큼 그렇게 신사의 나라가 아님을 미리 독자에게 알려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대영제국 영국의 민낯을 오웰 글로 알고 있었지만 이것보다 더 바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보여주는 이미지와 그 속에 감춰져있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기분이 들었다.
1) 챕터 1(p88)
: 애국주의 - 국민적 충심이 갖는 압도적 힘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오늘의 세계를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애국주의는 상황에 따라 무력해질 수도 있고, 문명의 어느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 인 힘으로서 그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 차별점이 많은 민족 - 거의 모든 외국인들이 우리만의 생활 방식에 대해 느끼는 혐오감으로 보건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2) 챕터 2 (p91~99)
: 예술적인 재능 - 영국인들이 예술적인 재능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영국인은 독일인이나 이탈리아인처럼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회화나 조각은 프랑스에서와는 달리 영국에서 번성해 본 적이 없다.
: 지적이지 않다 - 영국인은 추상적인 사고에 공포를 느끼며, 철학이나 체계적인 '세계관'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 몽유병 민족 - 생각 없이 행동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영국인의 위선은 그런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꽃을 아주 좋아한다 - 꽃을 사랑하는 것은 미학적인 취미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흔히 발견되는 정서인 까닭이다. 취미와 여가활동, 즉 '사생활'에 대하 중독이다.
: 청교도적이지 않다 - 고질적인 도박꾼이고, 벌이가 허락하는 선까지 한껏 맥주를 마시고, 음담패설을 너무 좋아하며, 아마도 이 세상에서 상스러운 말을 가장 잘할 것이다.
: 점잖음 - 버스 차장이 온순하고 경찰이 권총을 휴대하지 않는 땅이다. 백인들이 사는 나라치고 사람들을 인도 밖으로 밀쳐내기가 영국만큼 쉬운 데는 없다.
: 전쟁에 대한 태도가 언제나 방어적
: 위선적 - 노동 계급에서 이 위선은 대영제국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 교수형을 좋아하는 가혹한 판사 - 그는 현실과 허상을, 민주주의와 특권을, 협잡과 품위를, 미묘한 타협의 연결고리를 묘하게 섞어놓은 하나의 상징이다. 그리고 국가는 그런 상징으로써 익숙한 모양새를 유지한다.
3) 챕터 3(p101~106)
: 부의 분배가 불평등한 나라 - 영국의 빈부 차는 유럽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하며, 사실을 확인하려면 가장 가까운 길거리를 내려다보기만 하면 된다. (중략) 애국주의는 대체로 계급 간 반복보다 강하며, 어떤 유의 국제 주의보다 언제나 강하다.
: 섬나라 근성과 외국인 혐오증 - 영국의 노동 계급은 외국의 방식을 혐오하기로 유명하다. (중략) 외국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은 때로 아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어리석은 태도다.
: 예술적인 역량 부족 - 영국인이 상당한 재능을 보인 예술이 하나 있으며, 문학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 철학적인 능력이 부족 - 거의 모든 영국인들이 체계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심지어 논리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못 느낀다는 것이다.
: 가장 계급 착취가 심한 나라 - 영국은 속물근성과 특권의 나라이며, 주로 늙고 어리석은 이들이 지배하는 나라다.
: 단단한 결속 - 평상시에는 지배계급이 도둑질도 하고, 관리도 엉망으로 하고, 사사건건 방해도 하고, 우리를 진창에 밀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여론이 지배계급 인사들에게 확실히 전달되도록 하면, 즉 그들이 일반의 정서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밑에서 힘차게 잡아당기면, 그들도 반응하지 않기가 어렵다.
4) 챕터 4(p109~114)
: 지배계급 방식 - 평화 시에는 스스로에게 어지간히 도움이 되었다는 건 인정해 마땅하다. 국민들이 분명히 그들을 너그럽게 봐주었던 것이다. 영국은 아무리 짜임새가 엉성하다 할지라도 아무튼 계급 투쟁으로 분열되거나 비밀경찰이 출몰하지는 않았다.
: 정치적 무지 - '빨갱이'를 잡아들이는 경찰은 '빨갱이'가 설파하는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다.
: 어리석음과 무의식적인 방해, 그리고 어김없이 일을 그르치는 직감 - 그저 배울 줄을 모르는 것뿐이다. 돈과 권력이 없어져야만 그들 중 젊은 세대가 자신이 몇 세기를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5) 챕터 5(p114~117)
: 블림프(군인이자 제국 주의자로서), 좌파 지식인들 - 언제나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다. 아무튼 거의 한집안 출신이라 해도 좋은 관계인 것이다.
: 영국 좌파 지식인들의 정서
- 대체로 부정적이고 불만 가득한 태도와, 언제나 건설적인 제안이라곤 없다는 사실이다. 권력을 잡아본 적도 없고 그걸 바라지도 않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트집 잡기 말고는 볼거리가 별로 없는 것이다.
- 사상의 세계에 살며 물리적인 현실과는 접촉이 별로 없는 사람들의 정서적 피상성이다.
▶ 근본적으로 자기 나라의 공통 문화와 단절되어 있다는 것
: 영국 지식인들의 생각은 유럽화 - 영국은 아마도 지식인들이 자국을 수치스러워하는 유일한 대국일 것이다. 좌파 지식인 사회에는 영국인이라는 것을 조금은 부끄러워하며, 영국의 관습은 경마에서부터 소기름 푸딩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비웃어주는 걸 의무로 여기는 정서가 항상 존재한다.
6) 챕터 6(p118~120)
: 중산층이 아래위로 확대 -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한때의 예상처럼 중산층이 소멸되는 게 아니라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산층의 사고방식과 습성이 노동 계급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 1918년 이후로 사회계층이 불분명한 사람들의 출현 - 예전의 계급 구분을 무너뜨리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계층인 것이다.
(한국에 대해, 한국인의 속성에 대해 글을 쓴다면)
자신의 나라를 이렇게 신랄하게 평하는 것은 오직 오웰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영국인이라는 특성에 대해 샅샅이 알고 있다. 물론 내란과 전쟁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더 들여다볼 수 있었던 점도 있지만 오웰에게만 있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자세하게 알았으리라.
한국인으로서 난 한국에 대해, 한국인의 속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웰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은 알 수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이강희 대사 중에서 ) 대중들이 듣기에는 거북하지만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상황을 '냄비 근성'이라고 표현한다. 들끓었다가 가라앉는. 어쩌면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케팅이기도 하다. 불처럼 활활 타올랐던 근성은 지금 사라지고 대신 조용하게 하지만 힘 있게 불의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정도 많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어려운 일이 터지면 말하지 않아도 힘을 모아 해결하는 모습이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을 가장 싫어하지만, 일본 영화나 드라마는 또 선호한다. 예부터 관객과 한 몸이 되어 공연했기에(판소리) 떼창이라는 멋진 공연 모습도 보여준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정치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싫다는 이유로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아 지금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낭패를 보고 있다. 아직 가부장 제도가 심하며 돈으로 해결하려는 점이 지금도 행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화려한 문체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시니컬하면서도 삐고는 듯한데 왠지 조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쓴 듯하지만 왜 그가 그렇게 냉정하게 바라보며 쓰는지 설득이 되는 기분이다.
"영국은 영국일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이 문장에 오웰이 조국에 대한 생각이 다 들어있는 듯하다.
영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지적하며 날카롭게 비판 해도 내 조국, 영국이라는 당연한 사실.
그렇기에 미우면서도 사랑했다는 느낌이 든다.
1) 영국인에게
- 영국인도 알 것이다. 영국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비록 오웰처럼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부정적인 면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인정하면서 오웰 역시 영국을 사랑했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또한 현 영국인에게는 대영제국이었던 영국의 이면을 보며 부정하거나 수용하는 마음을 가졌을 거라 생각한다.
2) 독자에게
-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는 영국. 왠지 예의 바르고 점잖은 것 같은 이미지에서 한 꺼풀이 떨어진 기분이다.
선진국이라도 자기 나라가 제일 위대하다고 생각할지라도 그 이면에는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으며 영국에 대해 궁금해졌다. 부드러운 영어를 쓰는 미국과는 달리 딱딱한 영어 쓰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들 문화에 이제 조금 이해가 되며 지금 영국은, 영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앞에 읽었던 에세이 분량에 비해 비중이 있는 부분이었다.
나라면 한국인에 대해, 한국에 대해 이 분량만큼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어쩜 이렇게도 날카로우면서도 시니컬하게 영국을 비판했을까.
그래도 자신은 영국인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건 영국, 자기 조국을 사랑한다는 부분이다.
영국 역사에 대해 정확하게 잘 모르기에 조금 헷갈리기도 했지만 오웰이 말하는 부분은 상기하며 나름대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지 오웰이 부정적으로 본 영국 그림책은 사실 찾기가 어렵다.
어린이 대상을 기본으로 하는 그림책인 만큼 어두운 부분보다는 밝은 부분을 강조하는 책이 그림책인지라 무슨 책을 선택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선택한 그림책 큐레이션은 #영국그림책작가로 해본다.
그림책은 영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영국 그림책 작가는 많다.
아까 오웰이 문학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재능을 보였다는 말처럼 그림책 역시 지금까지 영국 그림책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국 3대 그림책 작가 그림책 큐레이션
1.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1930년~2016년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그의 작품에서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아름다운 색채와 다양한 형식, 절제되고 리듬감 넘치는 문장이 특징이다.
장 드 라 퐁텐 (지은이),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그림),
우순교 (옮긴이) 보림 2020-10-20
원제 : The Hare and the Tortoise (1969년)
다양한 햇빛의 색채를 담아낸 작가,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영국을 대표하는 3명의 그림책 작가,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1930~2016)는 다양한 컬러를 강렬하고 과감하게 사용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가장 큰 특징이자 고유한 매력이다. 그의 작품은 유럽 전역에서 프랑스로 모여 인상주의 화풍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가들의 회화 작품들을 연상케 한다. 파리의 거리 풍경과 맑은 날씨, 그리고 문화적 호기심이 많았던 프랑스인들이 여러 나라에서 유입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통해 작가 개개인의 고유한 방식으로 번성해 나갔던 시각예술의 영향이 영국인이지만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 그라스에 살았던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흐린 날로 유명한 런던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자신의 작품을 ‘햇빛의 흐름과 같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프랑스 남부의 강렬한 태양에 대한 동경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그림책에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인데 그림이 너무 예쁘다.
색감이 화려한데 난잡하지 않다.
2. 존 버닝햄: 1936년 ~ 2019년
존 버닝햄은 글과 그림이 어린이의 시각에 맞춰 표현했다.
쉽고 반복적인 어휘를 즐겨 사용했으며 서툴지만 자유분방한 그림을 그렸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페이지의 대를 적절히 이용하는데 한 쪽 지면에는 현실의 세계가, 다른 한쪽 지면에는 환상의 세계를 펼쳐 놓는다.
어른과 함께 하는 세계와 아동의 세계를 동시에 펼친 면으로 보여주며 두 세계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존 버닝햄 (지은이), 존 버닝햄 (그림), 고승희 (옮긴이) 비룡소1996-05-15
원제 : Curtney
존 버닝햄 그림책은 많이 출간되었고 다양하다.
이 그림책은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졸라 늙고 지저분한 개 커트니를 키우게 된다.
세속에 물든 어른들의 세계와는 달리 어린이들의 순수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어른과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전혀 상반된 시선에서 '커트니'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3. 찰스 키핑: 1924년 ~ 1988년
찰스 키핑은 다소 어두운 그림책이 대부분이다.
여덟 살에 아버지가 죽고 이어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깊은 상처를 가졌다. 또한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소에서 조판공으로 일하던 키핑은 2차대전 중이던 열여덟 살 때 군에 입대하였는데, 군 생활 중 머리 부상을 입어 한동안 정신병 증세에 시달렸으며 이 경험은 완치된 뒤에도 그의 내면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웠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 대도시의 변호 한가운데 놓여 있는 어린이들의 내면 또는 자기 내면의 어린이를 작품에 녹여냈다.
만약 조지 오웰을 만났더라면 둘이 잘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찰스 키핑 (지은이),박정선 (옮긴이)시공주니어1998-02-20원제 : Through the Window
석판화로 표현한 이 그림책은 제이콥(주인공)의 감정을 극대화하여 나타냈으며 색의 변화로 많은 것을 느낀다. 주인공 제이콥이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는 창이다.
커튼을 이용해 작가가 의도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우연히 그는 죽음을 목격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색 때문인지 다소 무서운 부분도 있었는데 다시 천천히 보니 제이콥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찰스 키핑의 삶을 색으로 표현하면 검정이나 회색 그리고 탁한 파란색으로 표현하는데 그만큼 어릴적 생활은 어두웠다. 다소 어둡고 우중충한 색감이지만 작가의 삶과 생각이 잘 녹여 그림책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