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쓰는가 > - 정치적 글쓰기
1940년 가을 <폴리오스 오브 뉴 라이팅>지에 게재한 글이다.
1939년 9월 2차 대전 발발 이후, 건강 때문에 나라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 한동안 좌절하여 실의에 빠져 있던 오웰이 자신의 애국심과 좌파로서의 입장을 화해시키려는 시도로 모처럼 쓴 에세이다.
전쟁 시작: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
전쟁 발발: '독일 황제' 만화/ 마부&말&울음 / 석간신문& 한 무리의 청년들
전쟁 말기: 마가린
모병 포스터
2차 대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이 시대에 어떤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졌고 그 당시 공포감이나 충격이 얼마 큼인지 사실 모른다. 다만 역사와 미디어에서 말하는 보고를 듣고 상상할 뿐이다.
2차 대전 시 영국은 연합군이었지만 방관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영국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영국이 어떤 대처를 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프로이트적인 내면의 의미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이따금 자신에게 자기감정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그런 꿈이었다. 꿈은 내게 두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하나는 오랫동안 두려워하던 전쟁이 결국 시작되면 오히려 마음을 놓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내가 애국심이 있어 우리 편에 반기를 들지 않고 전쟁을 지지할 것이며 가능하면 참전하여 싸우기까지 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p83)
이 부분만 읽어보면 전쟁을 지지한다는 오웰말에 공감하지 못한다.
다만 전쟁이 일어나기 전 얼마나 두렵고 불안한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으며 애국심으로 전쟁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에 의문점이 생긴다.
내가 전쟁을 지지하는 이유를 스스로 옹호해야만 한다면,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히틀러에게 저항하느냐 아니면 굴복하느냐의 선택에선 딱히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주의자 입장에서 나는 저항하는 게 낫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p83)
그날 밤 꿈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은, 중산층에게 주입되어 온 애국주의가 마침내 효과를 본다는 것이었으며, 영국이 심각한 궁지에 빠지면 나로서는 애국주의에 반기를 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애국주의는 보수 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애국주의는 변화고 있되 신비롭게도 똑같이 느껴지는 무엇에 대한 헌신이다. (p84)
애국주의와 보수주의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선거철이 다가오면 애국주의와 보수주의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많이 사용한다.
애국주의란?
자기가 속해 있는 나라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국가에 대하여 헌신하려는 의식이나 신념을 말한다.
보수주의란?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이다.
나라의 큰 변화가 있을 때 애국심은 생겨난다.
어느 나라이든 그 애국심은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변화는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오웰이 말하는 중산층이 도입된 애국심은 어떤 의미를 말하는 것일까?
체임벌린의 영국에 충성하는 동시에 내일의 영국에 충성한다는 건, 그것이 일상적인 현상임을 모른다면 불가능해 보일지 모른다. 혁명만이 영국을 구할 수 있음은 수년간 명백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혁명은 지금 시작됐으며, 우리가 히틀러를 막아낼 수만 있다면 꽤 빠르게 진전될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오랜 전부터 온갖 이유로 사랑하고 배워온 영국이 어떻게든 존속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오웰은 군국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영국의 이면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이질감을 느꼈다.
이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사회주의자를 지지했지만 그 역시 영국 국민이었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했기에 그가 좌파를 선택할 수 있었고 나락 위험해질 때는 우파라고 할 수 있는 애국주의 면을 보여줬다.
누구에게 태어나는 것이 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듯, 국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존재하는 큰 울타리이기에 오웰 역시 국가에 대한 반감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존재했다. 마치 우리나라가 지금은 이렇게 어지러운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큰일이 닥치면 하나가 되는 저력을 보여주는 애국심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글 제목이 < 좌든 우든 나의 조국 >이라고 정하지 않았을까.
애국자에 대한, 나라 사랑에 대한 그림책은 위인전 종류 말고는 없다.
하지만 권정생 선생님이 남긴 시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통일을 갈구하는 평화주의자 권정생 선생님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 있다.
오웰이 좌든 우든 나의 조국이라고 말한 것처럼 남북이 서로 견제하지 않고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는 책이다.
권정생 (지은이), 김규정 (그림 ) 개똥이 2021-10-11
❙ 시 전문
애국자가 없는 세상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 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 시 ‘애국자가 없는 세상’은 2000년 11월, 격월간지 <녹색평론> 55호에 발표되었다.
이후 권정생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개정증보판 (2008, 녹색평론사)에 실렸다. (출처: 알라딘 서점 )
<< 애국자가 없는 세상 >> 그림책에 글을 쓴 권정생 작가는 오웰처럼 전쟁을 겪은 세대다.
오웰은 2차 대전만 경험했지만 권정생 작가는 일본에서 2차 대전을,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6.25 한국전쟁을 겪었다. 그래서 애국주의에 대해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음을 글을 통해 독자는 느낄 수 있다.
조지 오웰과 권정생 작가가 만났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좌든 우든 나의 조국에 대한 애국심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 애국자가 없는 세상 >> 시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발표되었지만, 어두운 요즘 시대 상황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북녘은 그사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했고, 여전히 무기 증강과 군비 경쟁으로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국제 역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쟁이 나면 누가 가장 피해를 입을까?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 전쟁과는 무관한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언제쯤 우리는 권정생 작가가 꿈꾸는 전쟁 없는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아갈까?
'액국자가 없는 세상' 시를 읊으니 씁쓸함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