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미인 앨리 May 27. 2024

달면 쓰고 쓰면 뱉는다

틈나면 - 관계 & 땅따먹기

1인 브랜드를 만들고 나면 내가 발 들인 곳이 얼마나 좁은지 피부로 느낀다. 제삼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신기로웠다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어보니 그건 다 환상이라는 사실을 마주한다. 

믿고 의지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감을 연타로 맞다 보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뭘 하든 그 사람이 떠올랐고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에 나 혼자만 부들부들 떨었다. 뭔가 다른 쪽으로 나를 다독일 필요가 절실했다. 내 바람과는 달리 일에도 집중되지 않았고 새로운 걸 하려고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선 그 사람과 관계되는 관계를 끊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1인 브랜드를 하면 고객 중요성이 절실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한 명이라도 내 브랜드에 대해 알리고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더구나 그런 영향력이 있는 그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치를 떨며 그 속에서 관음증 환자처럼 있기에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결국 관계정리에 들어갔다. 깊이 발을 담그면 나만 더 초라해지고 다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쓴소리는 하지 못하고 그저 수긍만 해야 하는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사람과 관계되는 SNS도 끊었다.


처음에는 여전히 잘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면을 벗겨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자신을 괴롭힐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책을 집어 들었다. '넌 이런 상황에서 책이 눈에 들어오니?'라고 스스로 물어보았지만 나에게 답은 책 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자는 읽는데 무슨 내용인지 생각이 생기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고함을 지르거나 잠을 자는 거나 울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미 알았기에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책 읽기를 선택했다. 한두 달은 힘들었다. 계속 배신감에 대한 그늘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모르는 부분에 대한 책 일기를 하면서 궁금하거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자료 찾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집중되기 시작했다. 책 읽는 동안에는 딴생각이 나지 않기 시작했다. 책 읽는 동안 여러 가지 콘텐츠도 떠올랐고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메모했다. 그리고 당장 실행에 옮기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렘은 나를 긍정의 봉우리로 안내하였다. 무엇이든지 잘 될 거라는 긍정 마인드가 또 다른 도전 에너지를 생성했다.




캔바와 미리캔버스를 이용해 카드 뉴스도 만들고 릴스도 만들면서 SNS에 홍보하기 시작했다.

반응도 좋았다. '좋아요' 표시도 올라가고 응원댓글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좋아요' 표시가 내 콘텐츠와 브랜드에 참여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분야 사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내 콘텐츠 중 나를 가져가 자신의 브랜드에 접목시켜 다른 이름으로 프로그램 모집하는 것을 우연히 알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 디엠을 보냈다. 하지만 내게 돌아온 답은 내 브랜드와 다른 것이고 따라 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다였다. 힘들게 만들어 홍보한 것이 오히려 브랜드를 알리기보다는 그들만의 땅따먹기에 합류될 뿐이었다. 그 뒤로부터도 망설여졌다. 누가 내 피드를 저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아하기는커녕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또 어떤 사람이 내 브랜드를 가지고 모방해서 자기 것으로 포장하는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고 보니 좁은 땅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아파트처럼 서로 비슷한 종류의 강의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 틈에서 비집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30초 동안 자신 상품이 다른 상품보다 얼마나 더 좋은지 광고하는 광고물처럼 누가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고객의 눈을 사로잡는지가 관건이었다. 같은 프로그램일지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어떤 기관에서 하느냐에 따라 달랐다. 고객입장에서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기에 골라보는 맛이 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순간이다. 더구나 초보자 경우에는 더 절실하고 치열하게 다가온다. 처음 학교 수업에 지원하기 위해 일 년 동안 넣었던 수많은 서류들이 생각났다. 초보자에게 기회를 줘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데 현실 사회에서는 초보자라고 해서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능숙한 경력자를 더 선호했다. 1인 브랜드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내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에 대한 법적이 조치가 필요했다. 상표등록과 동시에 저작권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전히 땅따먹기는 존재한다. 경쟁시대인 만큼 사라지지는 않는다. 비슷한 브랜드도 차고 넘친다. 그 틈에서 내가 끝까지 버티기 위해서는 나를 다독이는 마음과 책 읽기 그리고 내가 쉬지 않고 뭔가 한다는 홍보와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1인 브랜드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그 성공비결을 알려준다며 고객을 유혹한다. 저 사람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면 당장 성공자를 따라 한다고 해서 성공 길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나만의 걸음걸이로 나만의 박자로 한발 한발 나가야 한다. 나 또한 그런 시점이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성공보다는 성장을 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책을 읽고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도전한다.



이전 08화 배신의 뒤통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