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달리다.

암흑의 길에서

by 은선



시골길은 밤 되면 진짜 아무것도 안 보여.
가로등도 없고, 달도 구름 뒤에 숨어버리면 그냥 완전 암흑이야.
눈을 뜨고 있는데도 눈 감은 거랑 똑같아.
그냥 감으로 가야 돼.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는데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해.
무서워 죽겠어도 멈추면 더 무섭거든.
그때는 진짜,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야.

세상에.

근데,
갑자기 바람이 한 번 세게 불어서 구름이 밀려나가면
달빛이 확 쏟아지거든?
그러면 도로 위에 흰색 실선이 반짝 빛나.
그거 보이면 그때야.
그때 전속력으로 자전거 밟아야 돼.
달빛이 구름 뒤로 다시 숨기 전에,
그 짧은 빛 하나 붙잡고 최대한 멀리 가야 돼.
안 그러면 또 칠흑이거든.

그래도 그렇게 한참 달리다 보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멀리 산도 좀 보이고,
길가 나무들도 희미하게 보여.
그때부터 조금 안심돼.
풀벌레 소리, 개구리울음소리,
그 소리가 갑자기 엄청 크게 들려.
그게 나 살아있다는 증거 같기도 하고.
마을 입구에 가로등 하나 보이면
이제 다 왔구나 싶지.

그 가로등 밑을 딱 지나갈 때
이상하게 현실감이 없어.
지금까지 자전거 타고 지나온 길이
진짜 있었던 건가 싶고,
내가 진짜 거기 있었나 싶고,
꿈에서 막 깬 사람처럼 멍하니.

그래도 그 순간,
나는 한 번 살아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도 없던 그 어둠 속에서
빛 하나 붙잡고.
내가 나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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