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시는 경비아저씨
'누나’
하며 잡아끌던 너의 손은 남자치곤 가늘고 희었어.
환한 달빛 아래, 너의 기다란 손가락에 낀 우리의 커플링이 유난히 반짝였지.
교무실을 지나, 미술실을 지나,
너네 반, 1학년 1반 교실을 지나쳐
백 년은 됐을 것 같은 느티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지.
우리는 딱히 할 말이 없었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우리보다 더 할 말이 많았지.
조용히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더라.
반지를 낀 내 손가락이 조금 아파오려 할 때,
네 눈빛이 순간 반짝였어.
아니, 내 눈빛이 네 눈에 반사된 걸까?
서로의 눈만 보고 있었는데
두 입술은 어떻게 마주쳤을까?
1초도 안 되는 짧은 만남 뒤엔
터지는 수줍음과
배시시 한 웃음이 남았지.
알아. 너도, 나도 조금 서운했다는 거.
그래서일까?
다시 입술이 포개어졌을 때
세상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움에 놀랐고,
그게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입술이라는 사실에
더 떨렸지.
시간이 멈춘 건지,
우리가 멈춘 건지,
뭘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몰랐던 우리.
그러다
서로의 이가 ‘딱’— 소리를 내며 부딪힌 순간,
현실로 돌아왔어.
그때,
네 등 뒤로 후레시 빛이 비치고
“너네들 뭐 해?!”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지.
우리는 손을 잡고,
심장이 터지도록 쉬지 않고 달렸어.
그래도—
너와의 첫 키스 때 뛰었던 그 심장보단 덜 힘들었어.
가끔 그때 생각이 나.
그래도 나에게
아름답고 설레던 추억 하나 만들어줘서
고마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