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샌드위치
지난 다섯화에서는 스트로크 경제 법칙 다섯가지를 하나씩 타파해 보았다.
[스트로크 경제 법칙에서 벗어나기 위한 허가]
스트로크를 주고 싶거나 주어야 할 때는 충분히 줘도 좋다.
스트로크가 필요하면 원하는 스트로크를 요구해도 괜찮다.
내가 원하는 스트로크가 오면 흔쾌히 받아도 좋다.
원하지 않는 스트로크는 거절해도 괜찮다.
원하는 스트로크를 자기 자신에게 줘도 좋다.
내가 위의 다섯가지 경제법칙을 멋지게 타파하고 스트로크를 아주 잘 활용하는 사람이기때문에 이 책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복사용지가 인쇄기에 턱턱 걸리듯 관리자로서 업무를 하다보면 여전히 스트로크 경제법칙에 턱턱 걸려 얼어붙는 순간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장에서 관리자가 스트로크를 잘 사용하려면 위의 법칙 말고도 뭔가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나의 슈퍼바이져 이영호 교수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어쩌면 나는 이 말 한마디로 초임 관리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게 내어주고 크게 받자-
나는 평소에 학부모님이나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소소하게 돈도 들지 않고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하고 좋게 보면 좋게 봐질 일들이 많다. 출근을 하는 순간 사람좋은 가면을 뒤집어 쓴다. 퇴근 전에는 왠만해서는 그 가면을 벗지 않는 편이다. 나는 아주 상냥하고 살갑고 밝은 성향의 사람은 아니다. 기본값은 무뚝뚝하고 냉철한 편인데, 친절하려고 애를 쓴다.
상대가 실수를 하든, 화를 내든 나는 언제나 친절하게 중심을 잡고 내 자리에서 역할을 다했고 그 결과 내가 실수를 하거나 책임을 질 일이 생겼을 때에 그들도 나를 배려하고 이해해 주었다. 평소에 매우 상낭하고 친절한 사람이라기보다는 평소에는 조금 무뚝뚝하게 일만하는 편인데, 문제 생겼을 때 상대에게 친절하게 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그러면 상대는 나에게 아주 고마움을 느낀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왜 물을 엎질렀냐고 기분 나쁘게 몰아세울 필요가 없다. 어차피 실수한 사람이 왜 실수했는지를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굳이 그걸 들추기어내고 닦아세우기보다, 실수해서 속상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다음에 잘 하자는 말로 격려해주면 그들은 그런 관리자에게 매우 큰 감사와 존경을 느낄 것이다. 나는 관리자가 작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은 직원이 실수를 했을 때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보답은 매우 크게 돌아올 것이다. 다만 실수가 아니라 몰라서 그런 것이라면 '교육의 기회'로 여기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면 된다. 즉, 실수든 실력이든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샌드위치 좋아하세요?
어쩌면 평소에 매우! 아주! 과하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 다만 관리자로서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순간에 좀 친절하다보면 '언제나' 친절한 관리자라는 평판이 따르게 될 것이다.
샌드위치를 떠올려보자. 이제는 다들 긍정적인 스트로크와 부정적인 스트로크는 구분해 내실 것이라 믿는다. 샌드위치의 빵 부분을 긍정적인 스트로크라고 생각하고, 빵 사이에 넣은 내용물은 부정적인 스트로크라고 생각해보자. 나의 피드백이 진정성있게 직원에게 가 닿으려면 직원의 실수나 미흡한 점에 대한 직설적인 피드백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노력해 준 점과 그들의 존재가 나에게는 소중하고 언제나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는 말로 잘 감싸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빵만 커다랗고 내용물이 적은 샌드위치는 영양가가 없다. 그렇다고 빵 없이 내용물만 손에 잔뜩 쥐고 힘겹게 샌드위치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절한 두께의 빵으로 관리자가 정말 하고 싶은 잔소리를 포근하게 감싸보자. 그렇다면 그것은 듣기 싫은 잔소리가 아닌, 영양가도 있고 듣기도 좋은 조언이 될 것이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스트로크에는 조건적인 것과 무조건적인 것이 있다. 조건적인 것은 상대의 능력이나 행동에 대한 평가라면, 무조건적인 것은 존재 자체에 대한 반응이다.
피드백 샌드위치는 긍정적이면서도 조건적 스트로크로 시작한다. 직원이 노력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분좋은 칭찬을 던지는 것이다. "행사를 기획하느라 수고가 많았어요.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네요."와 같이 따뜻한 말로 피드백을 시작한다. 신선한 샌드위치를 먹을 때에는 항상 첫 느낌이 좋다!
이어서 부정적이면서도 조건적 스트로크를 줌으로써 직원에게 아쉬운 점과 대안점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그런데 행사 목적과 부합되지 않은 부스들이 좀 보이네요. 교육적인 부스와 흥미를 위주로 한 부스를 구분해서 배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와 같이 직설적으로 피드백을 주되 구체적으로 관리자가 어떤 대안을 기대하는지도 안내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이면서도 무조건적인 스트로크를 통해 신뢰를 확인시킨다. "이번에는 이렇게 한 번 진행해보고 행사 후 평가점을 보고해주세요. 항상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라는 말로 관계를 따뜻하게 토닥이며 마무리 짓는다.
역시 친절하기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성정들여 만들어 먹는 요리는 대충 한 끼 떼우는 패스트푸드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피드백 샌드위치를 잘 기억하면 '언제나' 친절하게 직원을 대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만약 도무지 앞 뒤로 폭신한 빵을 끼워 피드백을 줄 자신이 없다면, 좋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한 번 해보자. 끈적이는 잼을 지독히도 많이 넣은 샌드위치를 상상해보고 당신의 쿵쾅거리는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원하는 곳을 향해 힘껏 던져보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언제나 친절해보라는 말은 항상 200% 미소로 무장하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어떻게 하루종일 친절하나? 관리자가 웃는 낯으로만 관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쓴소리와 잔소리를 조금 친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기 때문에 이제는 차가울 순간에도 따뜻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