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 누가 훔쳐가면 “도둑이야!” 외치겠지.
가만히 있는데 누가 쿡 쥐어박으면 “왜 때려!” 하겠지.
하물며 물건이나 몸 통증에 이렇게 즉각 반응을 하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잘 모르기도 하니
이 '마음'은 참 다치기가 쉬운 것 같다.
이 ‘마음’이라는 게, 그렇더구나.
딱 정해진 규칙도 법칙도 없다. 어느 때는 내 몸과 정신에 착 붙어 있다가 고약한 시와 때를 만나면 몸과 정신을 이탈해 허공을 떠돈다.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가슴 깊은 곳에 숨어 버린다. 되찾아 오기 너무 어렵고 붙잡고 말리기도 힘들다.
이렇게 잘 아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나는 종종 마음에 멱살을 잡힌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처리한 일을 재차 확인하는 상사에게 진행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문이 가는지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답답해진 마음에 직속 선배가 확인해준 거라 말했다. 그 말에 상사는 한마디도 더 묻지 않고 바로 결재를 했다.
'뭐야, 나를 못 믿은 거야? 내가 담당잔데?'
불쑥 화가 났고 섭섭한 감정에 마음이 확 상했다. 마침 선배가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다. 결재 잘 마쳤는지 묻는데 똑 떨어진 대답을 미뤘다. 그렇게 마음은 종일 퉁퉁 불어 있었다.
하루 지나 생각하니, 그냥 솔직히 말할걸 싶더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섭섭하다고 말이야.
내 마음을 의사소통 되는 소리로 꺼내기까지.
약간의 시간과 낯선 시선이 필요하더라.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라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
세상천지 귀하고 좋은 것 투성이라 지킬 것 참 많지만, 오로지 내 마음 하나만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래서 가끔 나를 너에게 보내어 ‘마음 지킴이’ 예방주사를 준다. 얼마 전 너와 만나 이렇게 말했지.
“마음이 이상해지기 전에 서로 알려주자.”
그렇게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모니터링하는 사이가 되었지.
내 마음 지키기.
그 누구도 무시하고 함부로 하도록 허락하지 말자. 상하기 전에 살피고 돌보는 것. 지킴이의 기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