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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줄 것처럼 저울질하던 판매자와, 부동산 관계자는 독일사람에게 집을 넘겼다. 팔렸다는 연락조차도 없어 우리가 연락해서 알았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화를 삭였다. 눈앞에서 집을 놓치고 나니 힘이 빠졌다. 이미 15채가 넘는 집을 보러 다녔던 터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집주인은 월세를 올린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친필로 쓰여있는 우리 이름. 편지를 보는 순간 ‘헉’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이 집에서 9년 사는 동안 월세가 네 번이나 올랐다. 집주인은 집 관리에는 소홀했으면서 본인이 챙길 건 다 챙겼다. 오래된 집이라 부엌 하수구에 문제가 있었고, 식기세척기를 쓰지 못하게 됐다. 비가 오면 지하 창고에 물이 차서 물 빼는 작업을 했다. 며칠 마음이 뒤숭숭했다. 답은 보이지 않고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린 또다시 부동산에 연락했다. 외국인 억양의 독일어를 듣던 부동산 직원은 “그 집이 얼마인 줄
알아?” 라며 딱 자르며 무시했다. '이런 멍멍 싸가지가 있나' 그만한 능력이 되니깐 산다는 거지. 이 일을 겪으며 확실해졌다. 우리가 외국인이라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사실을.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은 묶어두기라도 한 듯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한숨만 푹푹 쉬는 내 모습을 달래기라도 하듯 남편은 “집을 짓자!!” 라며 생각을 전환시켰다. 남편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받은 부당한 대우에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은 차분해지며 머리는 차가워졌다. 냉철하게 생각할 때였다. 우선 집을 지은 지인들에게 꼼꼼히 질문했다. 그리고 여러 건축 회사를 알아보며 안전권에 들어간 회사는 어디인지 몇 위안에 들어가 있는지 등 깐깐하게 살폈다. 그렇게 걸러낸 회사 중 하나인 곳을 찾아갔다. 집을 지을 곳이 어느 동네인지 땅 평수는 얼마인지 견적을 받았다. 지어질 집에 대한 설계도를 보며 따지고 묻기를 여러 번 우린 계약서에 사인했다. 우리의 사인이 들어간 계약서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데 구름 위를 걷는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짧았다. 회사에서는 땅 주인과 합의점을 찾느라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땅 주인은 회사와 합의를 보는 중에도 부동산 사이트에 땅을 판다고 올렸다. 당황한 우린 회사에 계약 파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에서는 처음 계약한 금액 그대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 땅은 회사 소유였으며 주택 단지가 형성되는 곳이었다. 산책로가 길게 뻗어 있으며 호수가 있었다. 아이들 학교도 멀지 않았다. ‘더 나은 조건을 받기 위해 마음고생을 했었구나’ 라며 보상받는 것 같았다. 우린 새 계약서를 작성했고, 머지않아 구매 계약 체결을 위해 노타(Notar) 공증 변호사를 만났다. 회사 소유의 땅은 우리 땅이 됐다. 그게 작년 여름이었다.
그 후로 6개월이 흐른 지금은? 몇 층까지 올렸을까? 현실은 삽도 푸지 못했다. 시에서 건축 허가증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고지식한 독일인들이 일하는 거니 오래 걸리는 건 당연지사였다. 2월을 맞았지만 이루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빨리 안된다며 발버둥 쳤던 시기도 지났다. 이제는 아무런 기대도 없다. 다 포기하고 내려놓는 지경에 이르니 내 것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