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변화는 엄마인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라

더욱이 외로운 일이다.

by 까치

출산한 지 1달 정도 된 나의 몸 상태를 적어본다.


신체적 피로

-호르몬 변화: 무드 스윙

-수술 후 회복: 복부 통증으로 인한 걸음걸이 어기적, 속도 느림. 음주 흡연제한.

-오로: 많은 피 손실, 생리대 교환, 피가 샐 때면 늘어나는 빨래

-관절 통증: 골반, 손목, 발목, 손가락에서부터 발가락까지 아프다.

-가슴: 갈라지고 찢어지는 젖꼭지의 통증과 피, 수유 중 통증, 가슴 울혈. 모유가 새므로 옷이 젖기 때문에 빨래가 늘어남. 일상복을 못 입음. 강제 노브라 생활

-유축: 인간의 비인간화, 유축 시간제한, 음주제한, 나의 식사와 음수량을 모유 수유/유축에 맞춰야 함. 나는 인간필터.


심리적 피로

심리적 부담감: 아기에 대한 책임감, 모유수유에 대한 죄책감, 아기의 울음, 외출 제한, 수면제한, 집안일, 청소, 빨래, 식사, 아기와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 준비 및 쇼핑



결국 단유를 하고 술과 음식을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나의 몸, 특히 뱃살, 팔목, 털살은 몸이 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게 가끔 괜히 미치도록 서러워 가만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때가 있다.


큰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몸은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언젠가는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지켜보았던 누군가의 모습이 바로 나였음을. 남편은 출산 후 바로 내 몸매에 심히 비판적인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 몸이 맘에 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눈물 나도록 내 몸이 싫고, 여기저기 아파서 이젠 나열하기도 귀찮은 수준이니까. 나의 몸은 다음 세대를 위해 이용, 착취당한다는 느낌도 종종 든다.


그렇게 나 자신이 싫은 날에도 아기는 너무나 아름다워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된다.

이 모든 변화는 엄마인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라 더욱이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나와 남편을 비교하며 당신은 이런 변화를 겪지 않았잖아! 라며 억울해하지 않기로 해본다. 이는 나에게는 굉장히 힘든 일이다. 팀플과제에서 나 혼자 다 과제를 하는데 너무나 쉽게 탑승하는 팀원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이 팀원에게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같은 만들어낸 변명은 없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걸, 이 팀원이 어떻게 할 수 있으랴. 이번 학기 과제가 끝나고 나서 다음 학기의 더 큰 과제를 받을 때 이번에는 내가 기대어 보겠다는 그런 든든함으로 20년 되는 장기 팀플을 잘 해내보려 한다.


장기 팀플을 하는 모든 커플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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