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기의 창조주라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섬의 조각가였다. 그는 이상적인 여인의 형상을 대리석으로 빚어낸다. 날마다 그 조각상 앞에서 기도하며 사랑을 쏟던 피그말리온에게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녀는 살아 움직이는 여인이 된다.
임신기간 동안 나는 세라믹 작업을 하며 아기를 빚어보았다. 손바닥보다 더 작았던 뱃속의 아기를.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를 내가 창조했다 생각했다. 특히나 계획임신이 가능한 요즘 세상에서는 우리 아기를 '만들어'볼까? 마음먹으면 아기를 계획창조 할 수도 있는 터였다. 또한 나의 몸 영양분으로 키워냄은 엄마인 내가 온전히 해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모유수유할 때까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그랬던 아기가 아기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발견하고 알아서 쑥쑥 커가는 아기를 보며, 아, 내가 아니라 이 아기가 스스로 해낸 일이구나.
아기는 손을 빤히 쳐다본다.
이게 뭐지? 내 몸에 달려있는 것 같다. 움직여 볼까? 움직인다. 장난감을 본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손을 움직여 장난감으로 가져가본다. 쥔다. 웅크리고 쥐어본다. 내 몸쪽으로 당긴다. 손톱과 뼈가 커지고 강해졌다. 눈썹도 더욱 선명히 자라난다. 배꼽은 들어가기 시작했다. 허벅지에는 통통하게 살이 붙기 시작한다.
이젠 내가 엄마라는 걸 약간은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아기는 소리를 내어 꺄르르 웃었다. 나도 하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아기는 불과 한 달전에는 불가능 했던 일들을 해낸다.
두다리로 기어나가려거나 바닥을 지탱하는 자연스러움을 보며 내가 생명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나에게 찾아와 제 스스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