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 02. 노인복지관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하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20대 프리랜서

by 시도


output_3545398006.jpg




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재밌게 하면서도, 항상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둥둥 떠다녔다.


인턴 때부터 마케팅 직무에 집중해왔던 내게 가장 재밌는 일은 마케팅이었지만, 다른 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회사 안에 있을 때도 콘텐츠와 연결되는 일에 훨씬 더 마음이 갔고, 이런 일을 할 때 특히 행복해졌다.)


그래서 이 일들을 도전해보는 것으로 내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콘텐츠를 '일'로 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기에, 일단 경험이 있던 '가르치는 일'부터 해보기로 했다.

가르친다면 누구를? 무엇을? 각종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이왕이면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알게 된 것들이나 회사 밖에서 배운 것들을 나눌 수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온라인 강의보다는 오프라인 강의에 마음이 갔기에 내가 있는 이 지역의 강사 모집 공고를 먼저 찾아봤다. 군청 홈페이지를 구석구석 들여다본 결과 한 강사 모집 공고를 찾을 수 있었고, 서류부터 면접까지 진행하여 합격하게 되었다.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후 몇 개월 동안은, 여러 공공기관에서 다른 강사님의 보조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보조강사가 아닌 강사로 강의를 진행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생각해볼 것도 없이 바로 수락했고, 정말 너무 설레기 시작했다.


지역구 노인복지관에서 시니어 분들께 동영상 편집 어플 사용 방법을 가르쳐드리는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커리큘럼을 짜고 강의안을 만드는 내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너무 즐거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준비한 강의안으로 좋은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20250206_163030.jpg 매주 만들었던




마케팅 회사에 다닐 때 고객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노인복지관 첫 강의 전날엔 수강생 분들이 꼭 배우고 싶어하실 내용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혹시 지루해하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어려워하시거나 쉽다고 하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외에 수십 가지의 걱정들을 뒤로 하고 일단은 눈을 꾹 감고 잠에 들었다.





드디어 노인복지관 강의 첫 날. 강의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에어컨을 적당한 온도로 맞추고, 빔 프로젝터와 노트북을 세팅했다. 그리고 한 분씩 들어오시는 수강생 분들께 최대한 씩씩하고 예의있게 인사를 드렸는데, 아마 목소리가 조금 떨렸을지도 모른다.


모든 분들이 착석하시고, 출석체크까지 끝났다.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내 소개를 했다.

PPT에 열심히 작성해서 띄워 놓긴 했는데 거의 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2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빨리 갔다.


20250206_163253.jpg
20250206_171307.jpg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 분들이 강의실을 나가시면서 한 말씀씩 남겨 주셨다.


"선생님이 아주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좋네~ 재밌어!"

"이 수업은 몇 월달까지 해요?"


따뜻하고 호의적인 마음을 담은 어떤 후기들. 강의안을 만들며 걱정하고 고민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얼굴에 자동으로 웃음이 차올랐다. "수업은 올해 말까지 쭉 할 거예요! 다음 주에는 더 재미있는 내용 알려 드릴게요~" 꼭 다음 주에도 수강생 분들이 출석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덧붙인 한 마디였다.


프리랜서로 내딛은 첫 발걸음이었던 강사 생활.

나 앞으로 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 속에서 차오르는 뿌듯함과 보람은 잠시 뒤로 하고, 이 날 내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수강생 분들과 직접 소통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강의안 전격 수정하기.

그 날 거의 밤을 샜지만, 왠지 아주 긴 휴가를 다녀온 것처럼 에너지만은 넘쳐 흘렀다. 바로 다음 주에 있을 강의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keyword
이전 01화 Ep 01.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