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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Jun 19. 2024

끌리는 대수선 공사

공간유희

변신 2004.12.12

5살 성원이가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외숙모네 영욱이의 새로 산 책에 꽂혀

강력한 어필(?)을 통해 제 것으로 차지한

"어린이 백과사전"을...

오늘도 열심히 읽고 있네요...     

기특한 성원이....

"성원아! 그게 뭐야?"

우리 몸의 뼈를 설명하고 있는 그림을 보고 있길래...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멀뚱멀뚱 멈칫하더니...

자신 있는 어조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거~ 변신해서 그래.. 이거 변신한 거야!"     

......     

'성원아! 어서 빨리 너나 변신해서 한글 좀 깨치자!!!'  

뼈와 관절을 설명하는 삽화 ; 어린이 백과사전




  어느덧 세월은 흘러 우리 아들도 25살 청년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가족들이 함께 담양에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몇 시간의 운전으로 무료할 법도 한데 재잘재잘 떠드는 딸 같은 아들덕에 가고 오는 길이 퍽이나 즐거웠습니다. 웃고 즐기는 중심에 2행시, 3행시 짓기가 분위기 전환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냈습니다. 순발력과 재치가 요구되는 게임에 박장대소하고 웃기도 하고, 같은 단어를 가지고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도전도 하는 것이 흡사 백일장 같습니다.


  왁자지껄 떠들고, 웃고, 장난치고 하는 것이 좀 정신없어 보여도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나눔과 소통, 그리고 감정교류를 위해 그 정도의 "망가짐"은 필요하리라 봅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나 <순풍산부인과>처럼 시트콤(sitcom ; situation comedy) 가족이 되는 것도 인생을 유쾌하게 합니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며 침울하고 좌절될 때도 가끔은 해학(諧謔)적인 삶을  만들어 가며 나만의 우울모드를 극복하는 것도 좋겠지요.  


  누군가가 제게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신축공사가 좋아요? 아니면 리모델링이 좋아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신축공사는 설계도면대로 잘 지으면 됩니다. 그런데 대수선공사나 리모델링은 공사 중 현장상황에 따라 변수도 많고, 돌발상황이 많이 생겨서 설계자의 의도대로 또는 당초도면대로 진행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 구조와 안전, 디자인적인 요소를 재구성하면서 순발력 있게 진행하는 묘미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이 어렵고 힘들지만 저는 리모델링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해체하는 것으로서 증축, 개축 또는 재축에 해당하지 않는 건축행위를 말합니다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9호 및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 2)


  복잡한 도심지에서 기존 건축물을 해체하고, 신축공사를 하기에는 기존건축물보다 가용면적이 줄어들어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보통 리모델링이나 대수선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의뢰자의 상당수가 리모델링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현행건축법으로는 주차면적도 늘어나고, 인접대지와의 이격거리확보, 공공용지제공 등 소위말해 "차(車)"떼고 "포(包)"떼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때 신축공사비의 60~70% 비용으로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합니다. 리모델링으로 임대수입의 증가와 건물의 가치상승은 건축주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사업인 셈이죠.


  대수선공사나 리모델링은 시공자 입장에서 일명 "공간유희(空間遊戱)"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어유희로 "잰말놀이"나 "N행시 짓기"처럼 기존에 갖고 있는 단어의 속성을 파괴시켜 해학적인 요소로 재창조하는 기술이 재미를 더하듯 공간을 파괴시켜 새로운 의미로 가치를 부여하고, 재구성한다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낡아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던 기차역과 주변 지역을 재개발하여 새로운 상징이 된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오래된 공장과 창고 내부를 수리해 복합문화 상업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캐나다 "그랜빌 아일랜드"처럼 우리나라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도시재생뉴딜사업" 등도 쇠퇴하는 도시를 대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도시를 사회적·경제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는 면에서 개별 건축물의 대수선, 리모델링을 도시차원에서 끌어올린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으로 흥(興)도 많고, 언어유희가 발달한 우리 민족에게 대수선, 리모델링,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공간유희는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껌"좀 씹고 갈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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