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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Jun 29. 2024

건축물의 형태와 정서

  TV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에서 초등학생에게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는 뭐냐는 질문에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는 답변을 듣고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건물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데, 어떤 건물을 보면 왠지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까요? 사람은 어떤 형태나 공간으로부터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편안", "유쾌", "시원", "안정", "불안" 등 시각적으로 대상물에 대한 지각(知覺)이 이루어지면 동시에 인지(認知)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러한 시각적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우리 내면의 정서와 연결이 되고, 감정의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감정은 그 자극의 정도에 따라 개인에게 차이가 있고, 주변환경 또는 역사 문화적 배경에 따라 상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낮보다는 밤에 정서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거나 공포심을 갖게 됩니다. 이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겠죠. 태어날 때부터 강직하여 호랑이를 만나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러한 경우는 차치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 정서를 이야기한다는 전제로 우리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적 이미지의 전달도 당연히 낮과 밤은 다를 것이고, 이미지에 대한 해석도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람의 정서적 활동에 영향을 주는 불안(不安), 또는 불안감은 개인적, 집단적,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낮에 보이는 건축의 이미지가 밤의 그것과 동일하게 느낄 수 없다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러한 느낌은 학습과 경험, 나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요.


  건축물에는 많은 디자인 요소가 있고 그 기본요소에 대한 연구는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심리적 양태(樣態)가 낮과 밤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그 기본요소에 대한 해석도 다르게 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선(線)의 경우, 직선은 남성적, 곡선은 영성적 이미지를 나타내며, 수직선은 수평선보다 강인한 느낌을 준다거나 수직방향의 직선은 강함, 긴장감, 정신적 고양감, 종교적 정열을 나타낸다는 일반적인 해석도 야간에 있어서는 수직방향의 연속적 전개가 돌발사태나 심리적 중암감을 유발할 수 있고, 밤에 인지되는 곡선의 부드러운 이미지는 부드러움 보다는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심리적 정서와 연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그의 저서에서 "지역사회는 어떤 형태이건 공적인 야간생활을 갖게 마련이며, 인간은 자신이 낯익은 곳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면 각별히 어두움에 대한 공포를 다 같이 느낀다"라고 기술한 바와 같이 사람에게 있어 야간의 생활은 주간의 생활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에 맞는 형태언어를 필요로 한다는 면에서 요양원이나 심신이 연약한 사람들이 야간에 주로 활동하는 공간에서의 건축디자인은 주간의 디자인요소에 대한 해석과 달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문사진] 태신목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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