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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Jun 13. 2024

잘 지은 집 vs 잘못 지은 집

제일 쉬운 구별법

  건축은 공간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에 해석과 가치를 부여할 때 역사성, 장소성 등을 갖게 되며, 건물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공유되기도 합니다. 건축은 완공과 더불어 삶과 생활이라는 옷으로 덧 입혀지고 때가 타며 비로소 늙어가고 소멸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생명(?)”이 됩니다.


 설계자는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주어진 대지에서 존재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태양의 빛을 느끼고, 바람을 흐름을 보면서 역사와 현재의 맥을 그려봅니다. 대지위에 그려지는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기 시작합니다. 그 생명은 대지와 호흡하고, 길을 열어줍니다. 시대와 역사와 장소가 어우러져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설계자는 그렇게 디자인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Needs)을 그 안에 담아냅니다.  

  “설계도면 안에 무의미한 선은 없다”라고 돋보기를 들이대면서 다그치는 사수(射手)의 지적질(?)이 이해가 되는 것은 그만큼 설계자가 설계에 애정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동시에 설계자는 고통 속에 창조된 그 작품의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해 줄 시공자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건축주는 꿈을 꿉니다.

자신의 인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잘못되면 무를 수도 없고, 오로지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도박이 시작됩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자기 전에 성을 쌓고 아침에 부수길 수십 번 합니다. 평소 사용도 잘 안 하는 줄자를 손에 들고 여기저기 치수를 재보기도 합니다. 건축주는 내 머릿속에 그려진 꿈을 실현해 줄 전문가를 찾습니다. 게다가 그 꿈을 소유하게 해 줄 설계자와 시공자를 찾아 나섭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시공자는 붓을 들기 시작합니다.

수채화 그림을 완성하듯 멋진 집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시간을 두고 덧칠하면서 색을 만들고, 농도를 조절합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부지런히, 하지만 순서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그림을 그려갑니다. 설계의도를 파악하면서 조각하듯 작품을 만들어 갑니다. 기술적 노하우를 살려가며 만족할 만한 공간을 창조해 냅니다. 표현되지 않은 3차원공간의 숨은 비경(秘境)도 찾아내면서 섬세하지만 과감하게, 빠르지만 안전하게, 균형과 조화를 도모해 봅니다.


잘 지은 집은 "공로 가져가기"가 시작됩니다.

설계자는 "자신"의 작품을 공표합니다. 건축주는 "자신"의 계획대로 꿈을 실현시켰다고 합니다. 시공자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면에 잘못 지은 집은 그때부터 내 것이 아닙니다. 설계자는 더 이상 내 포트폴리오에 그 건물을 올리지 않습니다. 건축주는 인생 최대의 실패를 이야기합니다. 시공자는 이상한 설계자와 건축주로 인해 건물은 없어지고 험담만 남습니다.


  잘 지은 집과 잘못 지은 집을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서로 “공로(功勞) 가져가기"냐 “공로(功勞) 거부하기"냐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주 쉬운 방법이죠잉?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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