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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28

목사의 역습 - 5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20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용인 동북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일한 지 한두 달도 아니고 자기가 교수네 어디에 누구네 하면서 거들먹거리며 전화하는 진상 민원인들을 다룬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사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다. 선배들이 청문감사관실에서 일하며 어떻게 경찰의 위기를 권위로 뭉개는지 보고 듣고 배운 대로 시행해보려던 차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 상대에게는 자신이 주워 배운 그 모든 것들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깨닫고는 경사는 다시 당황했다.


“이게 그렇다고 무조건 문제가 된다고 보기에는 또... 그게....”


“정식 문건으로 사안을 작성해서 민원을 제기하면 될까요?”


“네? 아니, 뭐 그렇게까지 급하게 하실 건 아니고.,. 그러니까... 일단 조금 진정하시고...”


“진정이요? 이게 지금 진정할 일입니까? 죄가 되지도 않은 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시켜놓고 왜 현직 경찰이 송치하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소속 대학이 어디냐고 겁박하는 전화를 겁니까?”


“아니, 그러니까.... 저한테 그렇게 항의하셔도 제가...”


“그러니까 어떻게 진행하면 되는지 묻는 거 아닙니까? 본인에게 이야기 다 하라면서요?”


“아니, 그러면 일단 제가 실장님이나 부실장님이 오시면 상의를 드리고 다시 전화를 드려도 될까요?”


“당신은 청문감사관실 직원이 아닙니까?”


교수가 어이가 없어 확 지르듯 물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하대하시면 안 되지요.”


“하대요?”


“네.”


“‘하대’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얘기하는 겁니까?”


“아니, 하여간, 지금 온 연락처를 확인하였으니 위에 보고 드리고 나서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 봐요.


뚜뚜뚜뚜---


그렇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상대가 다시 도망쳤다. 처음 당하는 일도 아니다 싶어 이번에는 교수가 흥분 게이지가 한계치를 넘어 아까 열었던 검색창의 경찰서 홈페이지에서 경찰서장 실의 대표 번호를 찾았다. 순간 교수가 다시 손가락을 멈췄다.


‘절대 감정적으로 즉각적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도록 늘 주의할 것’


스승이 자료를 올리던 카페에 댓글로 달아둔 일종의 경계가 떠올랐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서 교수는 서장실로 전화하는 일을 하루 더 미루고 생각해보고 나서 실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교수는 일단 모든 것을 그 상태에서 책갈피를 끼우고 책장을 덮듯 하루를 묵혀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날 새벽을 맞았다. 그리고, 서장에게 항의를 해서 위에서 억누르기보다는 당사자의 잘못을 직접 추궁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날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 경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호태 경사입니다.”


“네. 나 엊그제 통화했던 김 교수입니다.”


“네. 어쩐 일이신가요?”


“청문감사관실에서 연락받았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교수의 질문에 이 경사가 불쾌하다는 듯이 먼저 까칠하게 받았다.


“네. 그런데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건지요?”


“나한테 할 말이 없는 겁니까? 최소한의 사과라도?”


“사과요? 제가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요?”


“그러면 묻겠습니다. 이틀 전 나랑 통화할 때, 아직 송치 전이라고 했습니다. 송치를 아직 안 한 거로군요?”


“아니요. 그건...”


“예, 아니오로 먼저 대답하고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교수가 차갑게 깔린 목소리로 경사의 목을 조르듯 물었다.


“지금 수사보완지시가 내려왔으니까...”


“내 전공을 다시 한번 일러줘야 합니까? 송치와 수사보완이 무슨 뜻인지 우리 둘 중에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럼 잘 아시겠네요? 제가 보완한 사실을 검찰에 다시 보내야 하니까...”


“이것 봐요! 이 경사! 내가 웬만하면 참고 좋게 얘기하려고 하는데, 당신이 현역 경찰의 신분으로 피고소인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겁박을 했어요. 그리고 나는 그 통화 사실을 다 녹취했구요! 괜찮다는 겁니까, 정말로!”


소리를 버럭 지르며 호통을 치는 교수의 모습에 이 경사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수사관이라는 사람이 굳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일주일 전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내용에 대해서 아직 송치 전이라고 그래서 두 시간을 넘게 사람을 진을 빼가며 이야기하고 설득하게 만들어놓고, ‘제가 다시 한번 신중하게 재고해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일주일 전에 송치한 내용을 지금 재고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립니까? 그래요?”


“제가 제 의견대로 송치도 못합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소립니까? 거짓말을 했으면 잘못했다고 일단 사과를 해야 맞는 거 아닙니까?”


“사과 못하겠습니다. 제가 제 의견과 판단해서 송치했고, 그러면 된 거지 일일이 피고소인에게 사과를 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정말 일을 이렇게 키울 겁니까?”


“뭘 어떻게 하겠다구요?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해 보세요. 청문감사관실에 정식으로 민원을 내시면 되겠네. 청문감사관실에서 그런 걸 문제라도 삼을 거라고 믿으시는 겁니까? 순진하게?”

“그래서 지금 당신네 경찰서 내에 있는 청문감사관실이 같은 경찰에게 모든 것을 넘어가 주는 곳이니 방탄조끼라도 입고 있다고 든든해서 이따위로 구는 겁니까?”


“맘대로 해석하시구요. 저는 확실하게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니까 그런 줄 아시고. 잘 대처해보세요.”


“이것 봐요, 이 경사!”


뚜뚜뚜뚜--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양심적인 사과나 잘못된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무리였다. 아니, 최소한 이 경사는 지금 칼자루를 자신이 쥐고 있다고 확신했고, 교수의 입장에서는 어제 메모해둔 서장실로 바로 전화를 하는 외길 수준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후 경무과라는 곳으로 전화를 돌렸다.


“여보세요. 서장 비서실입니다.”


“네. 나 김 교수라고 합니다. 서장님 자리에 계십니까?”


흥분한 끝에 평상시 자신을 밝히는 식으로 대학과 이름을 밝히고 다짜고짜 서장을 찾았다. 비서가 놀라며 대꾸했다.


“아! 오늘 전화 주시기로 한 연세대학교 교수님이시죠? 잠시만요,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아닌데요.”


교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성급한 여자는 바로 전화를 돌렸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실례지만,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저는 통화하기로 한 연대 교수가 아닙니다만.”


“아, 그럼 어디시죠?”


“저는 김 교수라고 합니다. 서장님이 책임 관할로 있는 용인 동북 경찰서에서 경찰관이라는 w가 피고소인에게 전화해서 이미 송치한 사건을 송치하지 않았다면서 대학교수라면 소속기관에 알리겠다면서 겁박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서 서장님께 알려드리고 책임을 묻고자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네?”


서장은 거침없이 자신을 쏘아붙이듯 말하는 교수의 말투에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연대 교수는 아닐지라도 상대는 대학 교수이고, 경찰서에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표현이 적잖이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무슨 일 때문이신지 말씀해보시겠습니까?”


애써 여유 있는 듯 멋지게 목소리를 깔며 물었지만 서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미 분노 게이지가 한계치를 넘은 교수는 그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제 청문감사관실에 대고 했던 설명 그대로 간략히 정리하고 방금 전화통화까지 부연 설명하고 나서 물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경찰이 할 짓입니까?”


“교수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갑자기 전화를 받아서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수님의 말씀만 듣고서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일다 청문 감사실장을 통해서 사안을 파악하고 난 뒤에 전화를 올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그렇게 해주시지요.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전화드려서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곧 연락 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서 교수에게 전화가 온 것은 불과 두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여보세요. 김 교수님 되십니까?”


굵직한 동굴 안에서 울리는 듯한 바리톤의 저음이 전화기 너머에서 교수를 찾았다.


“네.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네. 저는 용인 동북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의 부청문관 장원신 경감이라고 합니다.”


“네.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는지요?”


교수가 정색을 하고 그에게 모른 척 용무를 물었다. 교수는 그의 애써 여유 있어 보이려는 목소리에서 역으로 그의 상황을 읽은 후였다. 그는 여유 있는 듯 느릿하고 굵직한 말투와는 달리 이미 두어 시간 전에 바로 서장실에 불려 들어가서 조인트를 한두 대 까이고 나온 듯한 티를 숨소리에서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저희 서장님과 통화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 담당해야 하는데, 아까 전화를 주셨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 직원이 교수님께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 직원이라는 게 위에 보고해야 한다면서 중간에 전화를 끊고 도망간 경사를 말하는 겁니까? 아니면 또 다른 직원의 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순경에서부터 이제 말년에 경찰을 떠나기 전에 명예롭게 경감을 달고 부청문관이라는 뒷방 늙은이로 민원을 주로 무마하는 일을 맡은 장 경감은 서장에게 들은 대로라고 생각했다.


‘절대 만만하게 대했다가 또 엄한 사고 치지 말고 확실하게 사과하고 더 일이 붉어지지 않게 하라.’


“이렇게 전화를 올릴 것이 아니라, 피고소인의 주소지를 보니 댁이 용인으로 되어 있으시던데 저와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그 팀장까지 해서 저희가 찾아뵙고 사죄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언제 괜찮으신지요?”


“뜬금없이 다짜고짜 사건 담당 형사와 팀장까지 데리고 오신다니, 적잖이 당혹스럽습니다만, 무슨 일인지 일단 상황은 파악하셨기에 사죄를 하러 찾아오시겠다고까지 하시는 것이겠지요?”


“아! 물론입니다. 저희가 잘못 처리한 부분이 있으니 당연히 교수님께 찾아뵙고 사죄를 올려야 맞지요. 찾아뵙고 사죄하고 저간의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닳고 닳은 그의 표현에서 교수는 이제 빠르고 확실한 마무리를 해야 할 때라고 확신했다.


“그러면, 어차피 사무실에 계신 분들이 저희 집까지 찾아오고 뭐하고 번거로우실테니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저희가 찾아뵈어야 하는데... 그러시겠습니까?”


경감이 순순히 자신이 있는 사무실로 오겠다는 교수의 제안은 능구렁이처럼 받았다.

“네. 몇 시까지 찾아가면 될까요?”


“저희 퇴근 전이면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만, 교수님의 시간이 언제가 편하실는지요?”


“제가 오늘 오후에 약속이 하나 있으니 저녁 5시까지 가면 괜찮으실까요? 뭐 길게 이야기를 나눌 일도 없을 테니까요.”


“좋습니다. 그러면 저희 청문감사관실로 직접 찾아오시면 되실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오후에 뵙도록 하지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오후의 일정을 끝내고 교수는 바로 경찰서를 찾았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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