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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26

목사의 역습 - 3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18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렇게 도망가듯 전화를 끊은 정 경사에게 다시 전화를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교수가 잘 알았다. 그들은 같은 경찰을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해서든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철갑을 두르는 방식으로 또 다른 이름의 자신을 지키려고 히죽거리고 키득거렸다.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욕지거리나 언성을 높인다고 해서 그들이 반성하고 사죄할 것이 아님을 알기에 힘없이 교수는 다시 전화기를 누르던 손을 내렸다.


“후우! 이런 쓰레기들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그것들이 그렇게 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당신이 그냥 포기하고 말아요.”


남편의 분통 터지는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처음 고소에서부터 검찰을 거쳐 수사이의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어느 한 명이라도 잘못을 직시하고 바로잡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에 교수의 아내는 그저 어느 나쁜 놈 하나가 아닌, 제대로 정신이 박힌 한 사람도 찾을 수 없음을 인정하라고 남편에게 한탄한 것이었다.



2주가 지나고 서울경찰청에서 온 통지서에는 그들이 껍데기만 운영하며 형님 동생 하면서 술 먹고 노다 거리는 그 심의위원회의 결과가 당연하게 찍혀 있었다.


수사과정상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심의위원회에서 다수결로 처리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은 감찰에 대한 요구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문건을 보내온 것이었다. 수사 심의를 맡았던 경찰에게 그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절차를 어기고 요식행위로 일을 하려면 감찰을 요구하겠다고 했을 때, 이미 감찰에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던 일이 생각나며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전화를 또 해야 하는지 주먹을 움켜쥐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 지난번에 조사했던 용인 동북 경찰서의 이 호태 경사입니다. 기억하시죠?”


추 목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건으로 여름에 조사하고 왔던 담당 형사였다.


“아, 네. 그거 결론이 이제야 나왔나 보군요. 그럼 그냥 끝난 건가요?”


당연히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 적시 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여 성립되지도 않는 죄일 거라는 다수의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를 교수는 다시 확인하려 들었다.


“아, 아직 결론을 못 내렸어요, 제가.”


“네?”


교수가 신경질적으로 날카롭게 되물었다.


“전화드린 건 다름이 아니구요. 뭣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뭘 또 물어볼 게 있다는 거죠?”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워진 교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학교수시라고 했잖아요?”


“네. 그런데요.”


“어느 대학인지 말씀을 안 해주셔서요.”


“그걸 조사할 때도 상관없다고 직업만 적어놓고 지금 왜 묻죠?”


불길한 예감에 교수가 그의 엉성한 연기에 일침을 가하듯 물었다.


“아, 그게 이게 사건이 입건이 되면 교육공무원일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고지를 해야 하거든요.”


“네? 뭐라구요?”


어이가 없어 교수의 입에서 헛웃음이 같이 새어 나왔다. 그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니 최소한 누가 봐도 발연기를 하며 자신이 왜 그것을 묻는지 감추려 들고 있다. 교수가 감을 잡고 다시 그에게 되물었다.


“교육공무원의 소속기관에 통보를 하는 건, 입건이 아니라 기소를 할 때입니다.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겁니까? 내 전공, 벌써 까먹은 겁니까?”


“아니, 그게.... 저어...”


핵심을 찔린 이 경사가 우물쭈물거리며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시 물어봅니다. 지금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고 했지요? 검찰도 아니고 경찰이 지금 나한테 전화해서 당신이 교수인데 당신 대학에 이 사안을 알려야 하니 대학을 알려달라. 이건 명백하게 협박 행위에 해당하는 거 알고 이러는 겁니까?”


“네? 무슨 협박까지...”


이 경사가 도리어 당황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자아, 방금 그랬잖아요?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냐고 했더니, 아직 송치하지 않고 결론을 내지 않은 상태라면서요? 여기까지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검찰에 송치하지도 않고 자기가 아직 결론도 안 냈다면서 지금 나한테 당신이 교수이니 당신의 건을 입건한 것만으로 당신의 소속 대학에 알려야겠다고 묻는 거죠?”


“아니, 묻는다기 보다는... 그러니까 그게....”


“지금 기소권도 없는 경찰이 기소할 경우 해야 할 조치에 대해서 나한테 겁박하는 게 아닙니까, 지금 이러는 게?”


그렇지 않아도 앞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교수의 반응이 날이 설대로 서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시고 그냥 학교만 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알아서 뭘? 지금 나보고 기소도 안되었다고 하는 경찰이 자기가 내 학교에 피의자로 입건이 되었다고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소리에 넙죽 어느 학교요,라고 대답하라는 겁니까?”


“하아, 그냥 좀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


“이봐! 지금 나랑 장난해?”


“아니 왜 말은 놓고 그러십니까?”

“지금 말을 안 놓게 되었소? 당신 정말 현직 경찰 맞아? 제정신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 전화는 자동 녹취 중입니다.”


“저는 녹취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사가 놀라며 대꾸했다.


“당신 정말 현역 경찰 맞습니까? 대한민국 현행법상 통화 당사자가 통화를 녹취하는 것은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법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그거 기본이요. 그것도 몰랐다고 하는 겁니까?”


“저는 무식한 일개 경찰이라서 그런 거 모르구요.”


“다시 정리합시다. 일단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하면서 내 소속기관을 묻는 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겁니까?”


“아니, 잘못이 아니라 알려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지금 이게 장난입니까?”


“아니 못 가르쳐주실 건 또 뭡니까?”


“지금 당신이 나한테 그걸 물어보는 목적이 입건이 되면 무조건 소속 교육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게 사실관계와 배치되는데 그 부분을 지적해줬음에도 그것과 상관없이 소속기관을 대라고 강압하고 있습니다. 이게 경찰이 정상적으로 취할 행동입니까?”


교수의 논리 정연한 공격에 이 경사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게다가 나는 지금 국내 대학에서 해외대학으로 적을 옮겨 내 소속기관은 대한민국 법과 상관이 없는 곳입니다만.,...”


“아, 그래요? 그러면 그렇다고 진작에 말씀하셨으면 될 것이지....”


“이것 보세요! 왜 그걸 묻는지 잘못된 혹은 알면서도 발연기를 한다는 걸 지적했으면 실제로 그걸 왜 물었는지 설명해야 맞는 거 아닙니까?”


“아니. 제가 서류를 꾸미는데 필요해서 그런 겁니다.”


“서류요? 지금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려고 한다는 말입니까?”


교수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이 경사가 놀라서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아니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아직 결론은 안 내렸는데, 지금 하시는 태도를 보고는 거의 그쪽으로 결정을 해가는 분위기입니다.”


“이것 봐요! 아무리 경찰이라고 하지만 이거 도를 지나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분위기를 보고 기소의견으로 기울어간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아요? 지금 나 협박하는 겁니까?”


“아니 왜 아까부터 자꾸 협박을 한다고 하세요?”


“분명히 조사할 때, 나에게 이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건이 맞네요,라고 본인이 나에게 말했어요. 틀린가요?”


“제가 그런 말을 했었던가요? 그런 말을 함부로 했을 리가 없는데....”


“하아! 이전 얘기 다 무시하고 지금 물어봅시다. 기소의견으로 결정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게 뭡니까?”


“네? 아니, 교단에 직접 전화하신 거 사실이라고 인정하셨잖아요.”


“했지요. 교단에 전화를 하면 명예훼손이 성립되나요?”


교수의 말이 단단하고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건 아니지만.... 전화해서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셨잖아요!”


“이런저런 얘기요? 어떤 얘기요? 이 경사가 기소의견이라고 판단할만한 게 뭐냐고 지금 묻지 않았습니까?”


“아, 그게.... 그러니까... 이 사건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 목사 두 사람에게 전화해서 이 사건에 대해서 말하면서 그 목사가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하신 게 맞잖아요.”


“그래서요?”


“그러면 고의로 제삼자에게 사실을 적시해서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게 맞잖아요?”


“그 자에게 지킬 명예가 있었는가에 대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금 핵심은 내가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고, 결국 위법성 조각사유,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고지행위였는가?’ 그것만 보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에요?”


“맞습니다. 그것도 봤어요.”


“아, 그래요? 그래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고지행위가 아니었던가요?”


“저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렇게 보입니다? 무슨 말이 그런가요? 현역 목사가 저주의 기도를 하고 자기 갓난쟁이 아기를 던지려고 했어요. 그 사람이 목사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검색해서 교단에 연락했고, 그 교단에서 자기네는 그런 이단 행위를 하는 사이비 목사가 없다고 우기다가 자기네 지역 노회의 회원으로 등재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역 노회의 총무 목사에게 연결해줬고, 총무 목사와 이야기하다가 자기는 잘 모른다면 잘 아는 반장 목사 연결해준다고 해서 반장 목사랑 연결되었어요. 그 사람들에게 그 일을 말하니,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냐 묻길래 그 얘기를 해준 게 다였어요. 그리고 교단 차원에서 사실 조사를 하고 사실인 것이 드러나며 다신 일반인들에게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징계 조치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구요?”


“으음.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근거에서 그렇게 봤냐구요?”


교수는 그의 말투에서 그가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검찰에 송치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 때문에 교수는 그 짜증 나는 전화를 끊지 못하고 논리로라도 그를 굴복시켜 서툰 짓을 하지 못하게, 그래서 더 불쾌한 일로 검찰에서 연락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교수는 자신이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사실이 숨어 있음을 그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냐고 묻잖아요! 대답을 좀 해봐요.”


“아니, 교회에 전화를 하셨으면 교회에 관련된 이야기만 해야 하는데, 마블 대리석을 가져갔는지 그런 얘기를 하실 필요가 전혀 없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네?”


방금 직접 듣고서도 교수는 그의 궁색한 변명에 어이가 없었다. 중양서의 초동 수사관이 지어낸 궤변만큼이나 사람의 맥을 빠지게 하는 현역 경찰들의 지적 수준이 드러나는 것이라 교수는 절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소리 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리며 그 무지몽매한 녀석은 반드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할 것이기에 그 불미스러운 일만은 막아야겠다고 교수는 생각하며 심호흡을 하고 다시 그에게 물었다.


“자아, 저주의 기도를 하고 아이를 던지려고 한 것이 현역 목사였어요. 그 목사가 다시는 일반인들에게 그런 짓을 못하게 해달라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연락을 취한 거구요. 거기까지는 이 경사도 이해하고 공감하죠?”


“네. 뭐 거기까지는 저도 이해하는데 굳이 집에 있던 고가의 마블 대리석을 멋대로 가져가 놓고 변상하다고 했다가 보증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냥 도주해버렸다는 이야기는 교회의 일과는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욕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으며 교수가 다시 물었다.


“사회에서는 교수나 목사에게 일정한 기대치라는 게 있어요. 그건 압니까?”


교수의 뜬금없는 설명에 이 경사가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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