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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27

목사의 역습 - 4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19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교수도 교수지만, 목사들은 목회자라고 해서 종교적으로 도덕적인 기준 잣대가 훨씬 더 높은 편이지요. 그건 이해합니까?”


“그 정도는 저도 이해합니다.”


이 경사가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는 투로 바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러면, 일반인들도 남의 물건을 망가뜨리고 그냥 도망가면 욕을 해요. 그런데 목회자나 교수가 그런 짓을 하면 더 심한 욕을 먹고, 특히 그들이 속한 조직, 대학이나 교단의 규제를 받게 되지요. 타의 모범은 고사하고 그런 지탄받을 짓을 한 것에 대해 그 조직에서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형사법에서 교육 공무원들의 범죄행위가 기소되게 되면 조직에 알리는 것도 본래는 단순히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런 의도에서 출발한 거란 말입니다.”


“......”


교수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이 경사가 가만히 숨소리만 내며 대답이 없었다.


“그런데 목사라는 자가 일반인에게 저주의 기도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해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물건처럼 들고 나와 피해자들에게 던지려고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건 몇 번이나 이미 말씀....”


“아직 내 말 안 끝났어요.”


언성을 높이지 않았지만, 단호한 교수의 말투가 이 경사의 말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이 경사가 교단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 칩시다. 그런 일을 벌였다고 피해자가 다짜고짜 전화해서 저지른 일만 이야기하면, 이 경사라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자초지종을 묻지 않겠어요?”


“그건...”


“물어요? 안 물어요?”


“뭐, 물어볼 수도 있겠지요.”


차마 부인하지 못하고 이 경사가 투덜대듯이 대답했다.


“사람이라면, 영문을 모르니 당연히 묻는 게 상식이지요. 그게 형사적으로 명예훼손이라는 범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고의적으로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있어야 해요. 내가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서 뭐하죠? 내 속이 풀리나요?”


“네? 그건...”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교수의 반문에 이 경사가 우물쭈물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의 모든 행위는 목적이 있어요. 아무 목적 없이 무슨 행동을 하는 건 사이코 패스이거나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나 그러는 거죠. 그렇다면 내 목적이 뭐였죠? 수사를 직접 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볼까요?”


일방적인 윽박이 아닌 의견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전환한 교수의 공격 방식에 이 경사가 적절한 대응을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수사를 한 입장에서 내가 왜 교단에 전화를 했는지, 행위의 목적을 어떻게 파악했느냐고 묻고 있잖아요!”


“그건 선생님이 아시지, 제가 선생님 속을 어떻게 압니까?”


마지못해 울상 섞인 목소리로 이 경사가 어떻게 해서는 이 빠져나갈 수 없는 거미줄 같은 논리의 함정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듯 외쳤다.


“내 심정을 알아맞혀 보라고 한 적 없는데요. 본인이 수사관으로서 어떻게 판단했는지 물었습니다.”


“그걸 제가 왜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하죠?”


그간 경찰 짓을 하면서 주워듣고 본 게 있는 터라 일단 숙련된 범죄자들이 하듯이 말을 돌려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교수는 이미 이 경사와 같은 체급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망각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전화 걸었어요? 본인이 전화를 걸어서 아직 검찰에 자기 의견을 개진해서 송치하지도 않았는데, 거의 기소의견으로 기울었네 어쩌네 나한테 협박하듯 대학이 어디냐고 묻질 않아 엉뚱한 짓을 하길래 도대체 무슨 근거로 기소의견 쪽으로 기우는지 이야기 시작한 건데, 이걸 일일이 내가 정리해서 다시 곱씹어 상기시켜줘야 하나요?”


“후우! 그러니까 저는 대학만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선생님이...”


“다시 원점부터 다시하자구요?”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다시 시작하자는 말에 이 경사가 넌더리가 난다는 듯 말을 막았다.


“그러니까 저도, 말씀하신 것처럼 수사관으로 제 의견이 있는 거고, 제 의견에 대해서 제가 굳이 선생님을 설득하거나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 의견을 그냥 보내는 거잖아요.”


이젠 하다 하다 될 대로 되는 식으로 막가자는 듯 이 경사가 뻗대기 시작했다. 교수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한 시간이 넘는 동안의 통화를 그가 원하는 결론으로 끝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까, 최소한 자기 의견을 내더라도 이게 무슨 초등학교 HR시간도 아니고 자기 의견이라고 책임지지 않는 식으로 툭 던지고 말 게 아니라, 최소한의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거잖아요. 내 말이 틀립니까?”


“그건 맞죠.”


“그러니까 지금 묻잖아요.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부분을 소명했는데 왜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본인 논리는 있어야 기소의견으로 보내더라도 나중에 그 논리에 반박을 하든 할 거 아니냐구요.”


“그건... 그러니까...


이 경사는 자신이 늘 칼자루를 쥐고 언제나 조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고소인이든 피고소인이든 굽신거리며 ‘형사님’이라며 깍듯하게 존중하는 것만 누리고 지내오다가 자신이 피의자 신분으로 심문을 받는 듯이 이렇게 몰려본 적이 없었다.


형님이라고 부르는 팀장도 그렇고, 경찰 조직에서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논리적으로 까이면서 코너에 몰려본 적기 없던 그의 입장에서 뭔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대가 불쑥불쑥 질러대는 따갑기 그지없는 일침에 온몸 어디 하나 편한 구석이 없을 정도였다.


“내 소명에 반박하거나 무시할만한 증거나 논리적 근거가 없다면,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함부로 기소의견을 내미는 건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쯤은 이 경사도 잘 알 거 아닙니까?”


굳이 확인사살까지 들어오는 교수의 마지막 말에 이 경사가 자신도 모르게 발끈하며 대꾸했다.


“하여간 저는 제 의견대로 할 거구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다시 한번 고려해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교수도 더 이상 그를 심리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반발만 살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쯤에서 양보하는 척 그의 멱살을 풀어주고 그가 다시 한번 그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인지시키는 것에서 끝내기로 했다.


“그래요. 오늘 거의 두 시간 가까이 통화했는데, 처음에 수사할 때 이 경사가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안도 아니잖아요. 서울대 법대 나와서 판사 30년 가까이 한 변호사도, 현직 부장 검사도 다 듣고서 이게 꺼리가 안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해줬던 것도 기억하잖아요?”


“네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할게요.”


“그래요. 이 경사의 현명한 판단 믿고 기다릴게요. 서로 불미스러운 일 벌이지 않도록 합시다.”


“네. 그럼 끊겠습니다.”


이 경사가 이제 자유의 몸이라며 환호성을 지르며 전화기를 내려치는 모습이 교수의 눈앞에 훤하게 그려졌다. 그렇게 하등의 쓰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방어에까지 온갖 진을 다 뺀 교수는 그날도 날카로워진 신경을 연필깎이 하듯 뾰족하게 세워 불편한 새벽을 맞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경사라는 이 어리숙한 녀석을 믿고 기다리는 것은 너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다음날 아침 9시가 되기가 무섭게 용인 동북 경찰서에 전화를 넣었다.


“여보세요. 이호태 경사 자리에 있습니까?”


“네. 어제 야근하시고 오늘은 쉬시는 날입니다만, 무슨 일로 전화 주셨는지요?”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아 그가 어제 전화를 마치고 오늘 출근하지 않음을 재확인해주었다.


“죄송한데, 제가 고소당한 명예훼손 사건이 있는데요. 그 건에 대해서 전할 말이 있어서 확인 좀 하려고 전화했는데요.”


“아, 그게 담당 형사가 아니고서는 옆의 사람이 봐줄 수가 없는데요. 잠시만요. 사건 번호 알고 계시나요?”


“네. 사건 번호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바로 메모된 사건번호를 불러준 교수에게 전화기 너머의 상대가 황당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거 일주일 전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는데요?”


“네?”


순간 어이가 없어 교수가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 지르듯 되물었다.


“일주일 전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이 형사님이 보내셨구요. 기록에 보니까 피의자에 대해 소속기관을 파악하라고 수사보완을 올리라는 명령이 검사에게서 와 있었네요.”


“검사 가요? 직접이요?”


“네. 데이터에는 자세한 건 안나오구요. 일단 그 부분까지만 확인됩니다. 당사자시라니까 알려드린 겁니다만, 뭐 문제가 되나요?”


“하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교수는 어제 그렇게 진을 빼며 얼르고 달래며 이야기를 나눈 두 시간에 대한 기억들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치며 혈압을 최고치로 끌어올리기 시작하는 소리를 세반고리관에서부터 절절히 듣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새끼를 봤나!”


전화기를 든 손을 부르르 떨다가 교수가 심호흡을 하고 검색을 통해 용인 동북 경찰서의 청문감사관실의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청문감사관실입니다.”


“네. 고소사건으로 동북 경찰서의 이호태 경사에게 조사를 받은 사람입니다. 수사 진행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행위가 있어서 진정을 좀 하려고 하는데요. 청문감사관 자리에 계신가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그냥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니요. 두 번 세 번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요. 청문 감사실장 자리에 안 계신가요?”


“네. 지금 연차를 쓰셔서 자리에 안 계십니다.”


“그러면 부청문관은요?”


“지금 회의에 가셨는지 어디 가셨는지 자리에 역시 안 계신데요. 그냥 저에게 말씀하시면 제가 나중에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이 호태 경사라는 수사관이 어제 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대학교수라고 했는데 소속 대학이 어디냐, 대학에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라고 겁박을 했습니다.”


“네? 겁박이요?”


‘겁박’이라는 용어에 자신에게 다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던 경사가 움찔하며 반응했다.


“네. 그러더니 기소가 결정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식으로 겁박을 하냐고 따졌더니 자기가 아직 검찰에 송치하기 전이라 의견을 어떻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하길래 두 시간이 넘게 서로의 의견을 토론했습니다.”


“네. 그런데요?”


“그런데 그렇게 두 시간이 넘게 통화를 하고 나서 자기가 송치하기 전이니 다시 한번 재고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지금 바로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에 대해 이 호태 경사가 일주일 전에 이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네에?”


전화를 받던 경사는 다시 한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게 말이 되는 행동입니까?”


“아, 일단 정확하게 확인된 거 아닌 거... 아닌가요?”


“뭐라구요? 지금 그쪽 부서에 전화해서 사건을 확인했습니다. 컴퓨터 앞일 테니 사건번호로 조회를 해보면 알 거 아닙니까?”

“아, 사건 번호 좀 불러줘 보시겠어요?”


자신에게 먼저 다 이야기하라고 여유를 부리던 경사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사건번호를 확인하고 김 교수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번호까지 확인하며 이미 교수가 확인했던 사실이 진실임을 리액션으로 보여주었다.


“으음....”


“이게 경찰이 할 짓입니까?”


“아니. 지금 민원인의 말씀만 믿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는지 증명할 방법도 없고....”


“어제 통화는 모두 자동 녹취되었습니다.”


“네? 녹취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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