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역습 - 6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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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2020년 10월 말의 늦은 가을로 들어가는 경찰서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6시 칼퇴근을 하려는 경찰들의 움직임이 어수선한 경찰서를 들어섰다, 입구에서 통화했던 부청문관이라는 경감에게 도착해서 차를 대고 올라간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바로 청문감사관실의 위치를 묻고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막 엘리베이터를 내리는데 메시지를 확인이라고 한 듯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인 것이 티가 나는 듯한 체격이 아주 좋은 나이가 지긋한 경관이 경찰 제복을 입은 채로 교수를 맞았다.
“김 교수님 되시지요?”
“네. 통화했던 장 경감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가시지요.”
6시가 채 되기 시간이었음에도 다른 직원들은 벌써 자기 책상들을 정리하며 갈 준비를 서두르며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막 상담실이라고 적인 옆의 방에 들어가는데 익숙한 이 경사가 아침에 소리를 지르던 모습과는 달리 상기된 얼굴로 약간 나이가 든 남자와 함께 방에서 앉아 있다가 교수와 경감을 보고 벌떡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와 있었네요?”
“아! 우리 이 수사관과는 이미 만나서 아시지요? 여기는 이 수사관의 상관인 팀장 강 동수 경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강동수 경위라고 합니다.”
약간 신경질적으로 체구가 마르고 왜소한 남자는 벌써부터 자기 나름대로 교수를 위아래로 살펴보며 자신이 이 경사에게 보고받고 들은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분석을 하느라 눈이 여기저리 계속 돌아갔다. 교수가 웃으며 악수하고는 얼굴이 발그레 긴장한 듯한 이 경사를 보며 말을 건넸다.
“아침에 나한테 소리 지르면서 해볼 수 있는 거 해보라고 해서 해봤습니다만, 이 경사는 아침에 나와 통화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교수의 비아냥거림에 막 앉아서 차를 준비하던 경감의 등이 긴장감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막 교수의 눈치를 살피던 팀장의 미간도 구겨졌다.
“아, 아침에는 죄송했습니다.”
마지못해 긴장한 얼굴로 사과부터 뱉어내는 이 경사에게 교수가 노타임으로 받아쳤다.
“뜬금없이, 지금 와서? 아침엔 굉장히 당당했던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변하니까 내가 다 어색하네.”
교수가 단단히 심사가 뒤틀렸음을 경감과 팀장에게 피력했다. 이 경사가 두 상관의 눈치를 살피며 어쩔 줄 몰라하며 몸을 비틀 듯 난처한 듯 시선을 바닥으로 깔았다.
“교수님. 제가 부청문관으로서 일단 정식으로 이렇게 사과를 드리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고칠 테니 그만 노여움을 푸시고.... 자아, 이것부터 따뜻하게 한 잔 하시죠. 커피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과를 하신다니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하는지는 제가 명확하게 알아야 사과를 받든 말든 하지 않겠습니까?”
팀장과 경감의 등줄기에 보이지 않는 식은땀이 한 줄 흘러내리는 것을 보지 않아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배배 꼬인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그렇지만 나름 경찰을 그만두기 전에 뒷방 늙은이로 경찰의 구린 부분을 해결하라고 해결사 자리에 앉힌 닳고 닳은 부청문관 경감이 그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교수님에게 일단 제가 서장님에게 불려 가서 많이 혼났구요. 그러고 나서 제가 파악한 부분을 정리하자면, 우리 이 수사관이 검찰에 이미 송치된 사안에 대해서 교수님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전화를 걸어서 검찰에서 내려온 수사보완 사안을 그냥 확인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설명이요? 지금 설명이라고 하셨습니까?”
교수는 어느 한 마디도 그대로 쉽게 넘어가 줄 생각이 없었다.
“이 경사. 내 얼굴 봐요. 내가 다시 묻습니다. 나랑 이틀 전에 통화할 때 이 경사가 나한테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습니까? 아직 송치하기 전이라고 생각을 다시 해보겠다고 했습니까?”
바로 핵심을 치고 들어오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이 경사가 흠칫 놀라 교수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니까. 제 말씀은 수사 보완하라는 내용이 내려오면 아직 제가 의견을 보내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지금 당신의 직속상관과 부청문관이 동석해 있어요. 내가 수사의 과정을 경사에게 설명 들어야 할 만큼 무지한 사람도 아니고. 다시 정확하게 묻습니다. 당신이 나한테 이틀 전에 전화할 때 ‘아직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날 통화 녹취 틀어줘요?”
교수의 언성이 조금 강해지자 경감과 팀장의 얼굴이 굳었고, 이 경사는 얼굴의 홍조가 더욱 붉게 달아오르며 어쩔 줄 몰라 입을 제대로 열지 못했다.
“대답 안 할 겁니까?”
“교수님. 그렇게 흥분하실 일이 아니라...”
중저음의 바리톤 보이스 경감이 점잖게 만류하듯이 물었다. 다시 다그치려는데 보다 못한 팀장이 자기 새끼를 그만 갈구라는 듯이 말했다.
“제가 확인했습니다. 전화에서 그렇게 잘못 말한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팀장님이 저와 통화하셨나요?”
아무렇지도 않게 드라이한 목소리로 교수가 눈을 치켜올려 뜨며 멋지게 자기 새끼를 커버하겠다고 나선 팀장에게 물었다.
“네?”
“여기 본인이 있는데 왜 팀장님이 전해 들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얘기하죠? 지금 제가 피의자 취조하는 경찰이고 팀장님이 변호사라도 된 것 같습니다. 모양새가 이상한데요. 여기 경찰서입니다. 경찰이 피의자 코스프레를 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게...”
“이 경사! 오늘 아침의 당당함으로 대답해보세요. 이 경사가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어요? 안 했어요?”
거의 윽박에 가까운 교수의 마지막 일갈에 이 경사가 마지못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교수가 일갈을 하고 대답을 듣자 다시 가만히 한 템포를 늦추며 앞에 있던 종이컵을 만지며 나지막이 말을 이어나갔다.
“오케이. 그렇게 사실관계부터 확인을 명확하게 해야 뭘 사과할지 정리를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나랑 전화한 시점에 이미 검찰에 송치한 거였던 거죠?”
“그게....”
“또....?”
뭐라고 말을 뭉개 보려는 찰나에 교수가 날카롭게 다시 되묻자, 이 경사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며칠 전에 송치한 상태였습니다.”
“왜 거짓말을 한 겁니까?”
그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수의 질문이 훅하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상황이 교수의 페이스로 완전히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들었던 탓인지 본능적으로 부청문관 경감이 뛰어들었다.
“교수님. 불쾌하셨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았으니, 이제 그만 사과를 받아주시는 게....”
“경감님.”
나이가 지긋한 경감을 지긋이 교수가 불렀다.
“예.”
“경감님은 사과의 기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경감이 생뚱맞은 질문에 잘 돌아가지도 않는 경찰식 사고를 굴려보려고 애썼다.
“사과나 수사나 기본은 팩트 체크입니다. 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먼저 명확하게 확인을 하고 나서 그 사실관계에서 서로 말이 다르지 않은지 팩트가 정리되고 나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반성한다면 사과하는 거고 그다음 그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 상대가 결정하는 거라 배웠습니다. 제 설명이 틀립니까?”
말 한마디 더듬지 않고 마치 준비된 대본이라도 읽는 듯한 교수의 논리 정연한 정리에 경감이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고 애꿎은 이 경사와 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교수님. 지금 저희가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사과드리려고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닙니까?”
팀장이 자신들이 피의자인 듯 추궁당하는, 결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불쾌하고 낯설기까지 했던 지 불만을 토로하듯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는 거 아닙니까?”
교수의 말이 억지가 아니고 트집 잡을 데가 없었기에 팀장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핵심은 왜 이 경사가 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내 소속 대학을 묻는 협박 행위를 했느냐는 걸 물으려던 참이었습니다.”
“협박 같은 거 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이 경사가 협박이라는 단어에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항변하듯 말했다.
“그럼 그게 협박이 아니고 뭐죠? 굳이 송치했다는 사실을 거짓말로 감춰가면서까지?”
“하아!”
뭐라고 대답을 하지 못하고 이 경사가 고개를 다시 떨궜다.
“사실 검찰에서 수사보완이 검사가 피의자가 대학교수라면 소속기관에 알려야 하니 확실하게 그 부분을 확인 해오라는 지시를 내린 거였습니다. 그걸 물으려고 하다가 일이 꼬인 것뿐입니다.”
팀장이 마치 결정적인 자백이라도 하듯 상황을 정리하며 설명했다.
“그런데 굳이 왜 자기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을 하지 않았다고 하나요?”
“으음.”
경감도, 팀장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외통수를 찔린 사람들처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내가 짐작이 가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 이렇게 사과하겠다고 세 분이나 일도 안 하고 여기 오셨으니까 간략하게 정리하도록 하지요. 내가 오늘 여기 온 것은 억지 사과를 받고자 온 것이 아닙니다.”
교수의 정리에 세 사람의 눈이 반짝거리며 교수의 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경사가 처음 저의 명예훼손 고소건에 대해서 조사할 때 그랬습니다. 이 건은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이 인정되면 큰 문제가 될 일이 없을 거라고... 맞나요? 이 경사?”
“그게... 네. 맞습니다.”
뭔가 말을 바꿔서 부연할까 싶었던 표정의 이 경사가 또 호령을 들을까 싶었는지 순순히 수긍했다.
“그런데 지금 결과적으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전 통화에서 이 경사는 나에게 송치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지금은 또 송치는 했지만 수사보완이 내려왔기 때문에 자신이 의견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오락가락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닙니다. 지금도 제가 의견을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는...”
이 경사가 자신이 거짓말쟁이라는 누명을 계속 듣고 싶지 않았는지 다시 항변하듯 우기며 나섰다.
“오케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워낙 수사 베테랑이셨던 부청문관님도 계시고 막상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때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어준 팀장님도 계시니 정리해봅시다. 나와 이틀 전에 두 시간이 넘게 통화했던 내용이 뭐였죠?”
“그게, 그러니까...”
이 경사가 그 부분까지는 제대로 팀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자신에게 쏠린 경감과 팀장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며 입을 제대로 열지 못했다.
“이 경사가 기소의견으로 보내려고 한다면 그 근거가 뭔지에 대해서 우리가 토론했죠?”
교수가 먼저 차고 나가며 이 경사의 표정을 살폈다.
“네.”
순순히 이 경사가 대답하자, 경감과 팀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교수의 다음 말이 무엇인지 조용히 응시했다.
“오늘 제가 여기 온 목적인 바로 그것 하나입니다. 사과 따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진정한 사과는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한 반성이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시점이라면 사과는 그것을 바꾸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나와 두 시간이 넘게 토론하고 나서 이 경사가 나에게 최종적으로 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죠?”
다시 추궁하듯 마지막 말이 질문으로 변해서 이 경사를 찔렀다.
“그건...”
“네. 본인이 나에게 기소의견으로 결정한 근거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다시 재고해보겠다고 약속했구요. 맞나요?”
“그렇게 말씀드리긴 했지만...”
뭐라고 말을 바꾸려는 이 경사의 모습을 보며 교수가 얼굴빛을 확 바꾸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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