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역습 - 10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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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목사들에게 전화를 했을 때 ‘이런 저주의 기도와 자기 애를 들고 나와서 던지려고 한 사람이 맞습니까?’라고 말한 내용이 공익성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은 지금 두 분도 인정하시는 것 같아요. 마블 대리석 말고 저주의 기도나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동에 대해서는 두 분도 공익성을 인정하시는 것 같네요, 지금 눈빛이나 대꾸를 들어보니까.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그 이야기를 할 때 다짜고짜 ‘이 사람이 우리에게 저주의 기도를 하고 자기 아이를 던지려고 겁박을 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뜬금없지 않아요? 원인행위를 당연히 얘기를 하게 되는 거죠. 반대로 내가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이 사람은 사기꾼이고, 못됐고 그저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다’라는 그런 얘기만 했다면 응, 명예훼손이 성립할 가능성이 오히려 상당히 높아지죠. 그런데 궁극적으로 전화를 한 목적이, 이 사람이 그런 저주의 기도를 하고 이런 아기를 던지려는 몹쓸 행동을 했어요. 심지어 이메일 증거도 있어요. 한 목사님이, ‘저주의 기도인지 녹취한 걸 보내주시면 제가 해석해서 해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내가 만약 ‘이 사람이 사기꾼이고 나쁜 놈이에요.’라는 주장만 할 요량이었다면 그런 증거를 보내지 이 사람이 그날 이단 행위에 해당하는 저주의 기도를 한 걸 보냈겠습니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수사관은 팩트를 가지고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서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람의 사기성이나 부정행위 같은 것을 비난할 요량이었다면 그와 관련된 증거를 보내지 왜 저주의 기도를 하는 녹취를 보내죠?”
“.....”
어차피 정리된 교수의 논리에 팀장이든 이 경사든 뭐라 나서서 제대로 된 반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정해진 사실이었다. 그렇게 눈만 껌벅거리고 뭐라 반박하지도 못한 채 1분 가까이 또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교수가 일부러 그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가 이번에는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돌아와 나지막하게 정리하듯 말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졌으니 이제 매듭을 짓죠. 자아 이호태 경사가 차를 대느라고 나갔다가 들어와서 얘기를 시작한 지 이제 30분이 지났어요. 정리를 합시다. 결국은,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로 판단을 했어요.’ 말고는 근거로 얘기할 만한 것이 없다는 거죠?”
마지막 확인 사살하듯 끊어서 교수가 묻자 이 경사는 다시 또 그 특유의 바보 같은 말투로 되물었다.
“어떤 거요?”
“‘마블 대리석을 그 사람이 그렇게 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라고 얘기를 한 걸 가지고 ‘저는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라고 말한 거죠?”
“네. 그걸 마음대로 가져다가 버렸다.”
“네. ‘가져다 버렸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다. 사실 적시였다.’”
교수가 다시 확인하듯 정리해서 말했다.
“네. 사실 적시하셨죠.”
자신이 검찰에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보낸 의견을 인정해준다라고 착각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그 부분은 맞는 것이라 인정받고 싶었는지 이 경사가 다시 그 말을 아이처럼 반복했다.
“그런데 그것은 ‘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그렇게 했다’라고 판단을 했다는 거죠?”
교수가 모두 받아주겠다는 식으로 다시 정리해서 물었다.
“비방 목적은....”
비방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다시 이 경사가 주춤하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럼 뭐라고 판단했다는 거죠?”
답답하다는 듯이 구체적인 서술을 해보라며 교수가 추궁하듯 물었다.
“그게 명예를 훼손한 거다.”
마지못해 단어 그대로 명예훼손이라는 말로 이 경사가 얼버무렸다.
“제 말이요. 그러면 그렇게 정리를 한다면 그 말했다는 내용이 원인행위였다면 그 뒤에 저주의 기도나 그런 것을 얘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아까 인정했어요. 맞죠?”
다시 교수가 내용을 정리하며 확인했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그렇죠. 그렇게 주장을 하신 거니까.”
이 경사는 다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인정했다.
“아니, 주장이 아니라 아까 말한 것처럼 ‘짜 맞춰서 내놓은 것 같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판단합니다.’라고 말했잖아요.”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이 억지로 짜 맞춘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네. 그러니까 우리 얘기의 핵심은 하나였어요. ‘이게 목회자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판단되면 공익적 목적으로 인정이 될 사안이다. 그게 맞다면 나는 인정하겠다.’ 맞죠?”
이야기가 결론에 도달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이 경사는 끓기 시작한 물속의 개구리처럼 그대로 대답했다.
“네. 관련된다면요.”
“제 말이요. 교단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면. 자아, 그럼 이제 이 경사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셨으니, 두 분한테만 여쭤보면 돼요. 이호태 경사가 얘기하는 건 이거잖아요. 마지막에 나와 얘기한 거. 이게 교수님께서 전화통화에서 나눈 내용이 교단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라면 공익성이 인정되는 것이 맞다. 거기까지는 서로 얘기하고 확인했어요. 맞아요?”
“공익을 위해서 전화를 하신 거라면....”
뭔가 자신이 익어가는 개구리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지 안 나는지 헷갈리는 듯 우물쭈물 말을 하다가 이 경사가 뻘쭘하게 팀장과 경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네. 이제 두 분에게만 여쭤보면 돼요. 경감님. 제가 오늘 시간 너무 많이 뺐고 곤란하게 해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이제 경감님에게 여쭤볼게요. 물론 경감님의 의견이 무슨 판사의 판결이고 뭐 그런 건 아니니까 제가 그냥 편안히 여쭤봅니다. 경감님이 들으시기에 지금 이 경사가 말한 마지막 결론. ‘교수님이 전화를 하신 게 교단과 관련된, 내지는 그 사람이 성직자인 것과 관련된 행위라고 생각이 된다면 그것은 공익성이 인정이 됩니다.’라고 얘기를 하네요. 제가 뭐 더 구체적으로 수사에는 베테랑이신 분 앞에서 설명하고 자시고 할 필요까지도 없을 것 같아요. 팀장님도 마찬가지고. 그 부분만 재고하실 때 판단해주시면 돼요. 그죠? 지금 핵심 논점은 담당 수사관이 판단하기를 자기는 그 부분이 교단 내지는 이 사람이 목사 행위나 목회활동과 관계가...”
교수가 핵심 사안을 정리하는데 자신의 의견이 혹시라도 부정당할까 싶었는지 이 경사가 말을 끼어들며 자신의 의견을 강조했다.
“연관성이 없다고...”
“오케이! ‘관련이 없고 단순히 개인적인 다툼에서 비방할 목적으로 얘기를 한 거라고 생각을 했다.’인 거고 제 주장은, ‘이런 이단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한 걸 일괄적으로 설명을 할 때 원인관계를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경사에게 반문을 했던 것이, ‘당신은 그렇다면 이 이단적인 행위를 설명을 할 때 원인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느냐?’ 그랬더니 두 분이 보시고 들으신 바와 같이 이 경사가 대답을 못했어요.”
“......”
교수의 설명 사이에 끼어들며 자신에게 뭔가 유리하게 말을 하려던 이 경사조차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못하고 가만히 입을 다물고 교수를 쳐다볼 뿐이었다.
“제가 뭐 더 말씀을 드리거나 설명을 할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경감님, 생각은 어떠세요?”
대놓고 경감을 지목하여 질문을 던지고 갈라지기 시작한 목에 교수가 옆에 있던 컵을 들어 다 식어버린 차를 들이부었다. 경감은 마치 난해한 재판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솔로몬이라도 된 표정으로 한참이나 뜸을 들이고는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은 일단 담당 수사관의 의견하고 교수님의 의견을 다시 한번 재고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여우같이 일단 교수를 여기서 보내고 ‘한번 생각해보겠다’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돌려버리려는 수작이었다. 그 속내를 읽지 못하고 수긍할 교수가 아니었다.
“다 들으셨잖아요.”
교수가 버럭 화라도 낼 듯한 표정으로 되묻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경감이 다시 대답했다.
“네. 그런데 그 지금 여기서 얘기를 한 것은 내용이 또 다른 우리가 법률적인 검토해야 할 것이 또 있을지 조심스럽습니다.”
“물론 그러셔야지요.”
“좀 더 세밀하게 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책임 있는 결론은 증거로 남기지 않으려는 노련한 여우 같은 짓으로 경감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교수는 굳이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다. 교수는 시선을 돌려 그의 곁에서 입을 꽉 다물고 있는 팀장을 지목하여 다시 총구를 그쪽으로 돌렸다.
“팀장님이 무료해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좀 물어볼게요. 팀장님이 저라면 교단에 전화를 해서 이 사람이 공익성을 가지고, 아! 물론 이건 제 주장입니다. ‘이 사람이 성직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일반인들에게 이런 행위를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전화를 했어요. 그렇게 전화를 해서 그러한 사실을 알릴 때 원인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단 행위만 전달하면서 ‘이 사람이 저주의 기도를 하고 다닙니다.’ 라며 뜬금없이 그 행동만 설명하는 것이, 그렇게 원인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쏙 빼고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아니, 그런데 공익성이라는 게...”
교수의 의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자신은 잘 알고 있다는 듯, 막 삶아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자기 부하와 다르다는 것을 항변이라도 하고 싶다는 듯 그가 갑자기 치고 나왔다. 그런 어설픈 아양을 받아줄 교수가 아니었다.
“아니요. 저는 지금 공익성에 대해서 묻지 않았어요. 공익성 말고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린 거예요. 그 원인관계에 대해 ‘이 사람이 이런이런 일 때문에 실랑이를 하다가 이런이런 싸움이 돼서 이 사람이 갑자기 저주의 기도를 하고 자기 애까지 던지려고 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말하는 겁니다. 그날의 일에 대해, ‘이 사람이 성직자로서 온당치 않은 언행을 하고 다니는데 그쪽 교단에 속해있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교단에서 사실을 알고 대처해주셔야 할 거 아닙니까?’라는 말을 하면서 제가 전화를 했어요. 그러면 만약에 법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지금 필드에서 일하시는 팀장님이시라면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마블 대리석을 임의로 가져다가 버리고 하는 일 때문에 뒤에 벌어진 일에 대한 것을 지금 계속 이 경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마블 대리석을 자기 마음대로 가져가서 훼손하고 야산에 버렸다고 하는 원인행위’를 쏙 빼고 얘기하실 수 있습니까?”
“물론, 이제 그런 말이 나올 수는 있어요. 얘기하다 보면은.”
절대 교수의 말에 쉽게 수긍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팀장이 유보적으로 말을 돌렸다. 이 결정적인 핵심에 대해서 팀장에게서 직접 자백을 얻어내야겠다고 결심이라도 한 듯 교수가 절대 놓지 않고 그의 목덜미를 힘줄째 콱 물 듯이 추궁해 들어갔다.
“아니요, 아니요. 제가 지금 안 나와도 될 얘기가 우연히 얘기 끝에 나왔다는 설명을 하는 게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여쭤보잖아요. 이 얘기를 빼고 그쪽에다가 공익성을 가지고 제보를 할 수 있습니까?”
나름 순경에서부터 지금 팀장에 오르기까지 짠 밥이라는 게 있는데, 이제 퇴직을 앞둔 자신의 선배와 이제 일을 배우는 자신의 부하 앞에서 팀장은 자신이 코너에 물려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황임을 파악하고 한참을 뜸 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 공익성이라는 게 지금 이 목사 두 명...”
자기 상관이 목덜미가 물린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것을 돕기라도 하려는 듯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라는 것에 방점을 두고 싶었는지 이 경사가 또 말을 더했다.
“예. 두 명이요.”
“교수님 말씀대로, ‘이걸 바로잡아야겠다. 이런 자가 무슨 목사냐?’ 이런 것은 노회나 이런 한 군데에 전화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고 저는 생각하는데...”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팀장은 자신이 이 사건에 대해 충분히 보고서를 통해 파악하고 이해했다고 생각하곤, 빈틈을 한 사람이 아닌 복수의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을 하기 위한 고의성에 비중을 두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교수는 웃음을 꾹 눌러 참으며 바로 되물었다.
“한 군데에 한 거 맞는데요? 그 노회에?”
“여기 한 군데 한 게 아닌 것 같던데... 아닌가?”
교수의 노타임 지적에 팀장이 움찔하며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인지 자신 없어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자아! 이거 봐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교수의 허망한 사실관계 지적에 그가 당황하며 뭐라고 부연하려고 했지만, 교수는 그에게 그런 여유를 줄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이제 그의 숨통을 끊을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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