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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34

목사의 역습 - 11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40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아니요. 이런 오해가 쌓여 있다니까요. 잠깐만요. 저 1분이면 됩니다. 본 교단에서 연락을 해주고 노회의 총무 연락처를 알려주고 연락을 했는데, 총무 목사가 말합니다. ‘이름은 아는데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시 주임 목사인지 하는 사람한테 연결을 해준 거예요. 경감님은 아까부터 메모까지 해가면서 정리하고 들으셔서 헷갈리지 않는데 팀장님은 전혀 잘못 들으신 것 같네요. 처음 연락했던 노회의 목사가, ‘저희 노회의 명단에는 추 웅기라는 목사의 이름이 있는데 저는 일면식이 없습니다. 그런데 밑에 반장 격에 해당하는 목사인 그분은 알고 계실 것 같으니 그분 연락처를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그 소개해주신 목사님에게 연락을 해서 아 총무 목사님의 소개를 받고 이렇게 연락을 드립니다. 그렇게 연락해서 ‘이런이런 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말씀해주세요.’ 이렇게 된 겁니다. 여기저기 무작위 복수의 사람에게 어쩌고 이런 표현은 다 이 경사가 자기 주관대로 적은 표현일 뿐이고요. 여기저기 아무 데나 연락하고 찔러댄 것이 아니라 교단의 소개로 총무 목사에게 연락했고, 총무 목사가 자기는 잘 모르니 반장 목사에게 연락하라고 알려줘서 반장 목사와 통화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것만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른 굉장히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악의성을 가지고 공연성을 담보하고 그 사람을 비방을 했다면, 이 경사가 주장하고 꾸미고 싶은 것처럼, 제가 불특정 다수에게 임의로 전화를 했다면 여기도 찌르고 저기도 찌르고 했을 겁니다. 저는 본 교단에서 정식으로 소개해준 경기도 노회의 총무 목사에게 연락을 했고, 총무 목사가 자신은 잘 모르니 잘 알고 있다는 반장 목사를 소개해줘서 그 사람에게 연락을 했더니 ‘아, 저는 면식이 있습니다.’라고 해서 설명을 했을 뿐입니다. 여기저기 전화를 한 것과는 완전히 다르죠. 사실관계가.”


교수가 자신과 이 경사만이 제대로 알고 있는, 하지만 앞서 설명해서 정상적인 두뇌 수준이라면 알아들었을 그 내용을 팀장의 헛소리를 교정하기 위해 다시 한번 길고 촘촘하게 대사까지 재현하며 다시 설명했다. 하지만 팀장은 그렇게 자신이 헛다리 짚은 것을 쉽게 인정할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명예훼손에서는 결과가 또 중요하거든요.”


“네.”


교수가 한번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라는 느낌으로 풀어주듯 짧게 응답해주며 그를 응시했다. 자신의 구겨진 체면을 보완하려는 듯 팀장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말 한마디에 명예가 실추되었을 상황이고, 일단은 고소인 측에서는 그런 일로 인해서 자기 명예가 실추당했다.”


“네.”


두 번째 짧은 대답에도 팀장은 교수가 무엇을 노리고 그렇게 짧게 다 받아주는 대답을 하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우리 수사관이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기소를 해가지고 송치를 한 건데. 난 아까부터 계속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네.”


“거 우리 수사관이 왜 그걸 송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다시 뭘 근거로 했느냐. 뭐 그걸 가지고 언쟁이 높았던 거 같아요.”


“네.”


아무 말 없이 연속으로 ‘네’라는 말만으로 그를 바라보는 교수를 보고서 그제서야 팀장은 자신이 뭔가 말려들어갔다는 느낌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그런 거 가지고...”


교수의 사인이 당신의 어설픈 논리가 어이가 없어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감조차 잡지 못한 팀장은 교수가 가만히 숨죽이고 설명도 없이 쳐다보기만 하자, 숨이 막히는 듯 우물쭈물 말을 얼버무리듯 말을 마무리지으며 눈치를 살폈다.


“아, 그런 거 아닙니까? 그 사건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느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를 했다면서 사건을 본인이 가지고 있어요?”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사실관계를 쿡 하고 칼끝을 급소에 박아 넣듯 물었다. 정작 뭔가 자신을 방어하고 자기 새끼를 옹호하려던 것이었는데 사실관계에서부터 추궁하고 들어오니 사실과 다른 변명을 했던 입장에서 뭐라 입을 열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팀장이 시선을 떨궜다.


“지금 팀장님이 말씀하시는 게 법리적 사리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수가 다시 팀장을 시골 낙도 파출소에 막 부임한 순경 취급하듯 물었다.


“아, 그걸 떠나서... 이제... 그러니까... 얘기하는 거구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를 문법에도 맞지 않는 말이 팀장의 입에서 툭툭 튀어나왔다.


“제 말이! 말이 안 되는 얘기잖아요. 송치를 했는데 사건을 어떻게 가지고 있습니까?”


“......”


굳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라도 하더라도 교수의 사실관계 지적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송치를 했는데 ‘송치하지 않았다’라고 일단 허위사실을, 기만행위를 했어요. 그거에 대해서는 다 인정하고 지금 사과한다며 얘기를 했어요. 그거 지금 물타기 하자는 거예요?”


교수의 날카로운 반응에 팀장이 다시 구겨진 얼굴로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 그걸 지금 얘기를 할려구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거죠. 그거에 대해서...”


“제 말이요. 그런데 송치를 했는데 사건을 왜 가지고 있습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지고. 거 왜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되는 얘기를 자꾸 해가지고서는 오해를 사십니까?”


세 번이나 말도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자, 그제서야 아까 처음부터 했어야 할 인정과 사과가 팀장의 입에서 신음처럼 겨우 튀어나왔다.


“알았습니다.”


“핵심은 하나라니깐요, 팀장님! 팀장님이 제 입장이에요. 그런데 노회에다가 전화를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이 부분을 안 해도 될 얘기인데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와 ‘이 부분을 빼놓고서는 얘기할 수가 없지요,’는 완전히 다른 거예요. 다시 여쭙습니다. 팀장님은 이 부분을 빼고 목사들에게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아니, 다르게 물어보지요. 이 부분을 빼고 얘기하는 것이 정상적입니까?”


“......”


이미 논리에서도 사실관계 증명에서도 팀장은 교수에게 밀려 자신이 벼랑 끝에 서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수준이었다. 교수의 송곳 같은 마지막 질문에 그는 대답을 못하고 시선을 떨궜다. 나름 팀장이랍시고 나섰건만 앞서 자기 부하인 이 경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였다.


“만 번 백번 양보해서 이 부분을 빼도 되는데 굳이. ‘나올 수도 있지만 왜 꺼내셨습니까?’라고 한다면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희박하게나마 조금 높아질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원인행위에 대한 부분을 빼고 결과 행위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이상하죠.’라고 한다면 경찰관의 판단이 ‘어? 불가피하게 그 부분의 이야기는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데?’라고 한다면 명예훼손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해서 없어져버릴 정도가 되지요. 그리고 제가 건방지지만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이 호태 경사랑도 얘기했지만 지금 우리 이야기는 분명히 ‘명예훼손이 아니다’가 아닙니다.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요. 지금의 핵심은 그것이 공익성에, 즉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되느냐 안되느냐의 논쟁인 거지 ‘명예훼손이 될 수가 없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잖아요, 저희가. 그 행위는 결과에 따라서 그 사람의 명예가 실추될 수가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인정하는 거예요, 저를 포함해서. 근데 이것이 과연 공익성을 담보했느냐 안 했느냐 그 얘기잖아요. 그리고 지금 얘기의 핵심은 하나였어요. 이호태 경사의 말처럼. ‘이 공익성에 대한 부분이 담보가 된 것이냐!’ 그 부분 하나예요. ‘교단과 관련된 일이라면 자기는 공익성을 인정하겠다.’ 제가 말꼬리 잡는 거 아닙니다. 지금 다 같이 들으셨고. 아, 기본적으로 이 얘기를 만약에 팀장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이 자리에서 간단히 질문합니다. 팀장님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설명하실 때, 교단에 전화를 해서 이 부분에 대해 공익성을 가지고 이 사람이 이단이다, 이 사람의 언행이 굉장히 위험하다 얘기할 때 이 부분을 빼서 얘기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내지는 실수로라도 교수님이 그렇게 말하셨다면 ‘저 같으면 그런 얘기는 안 합니다.’라고 하신다면 제가 백번 양보해서, ‘제가 실수했습니다. 그 부분은 오해의 여지가 있었겠네요.’라고 인정하겠습니다. 단! 제 주변에 있는 법조인 백이면 백 사람 모두에게 다 물어봤는데, ‘원인행위를 빼고 어떻게 그걸 설명을 해?’ ‘그 사람이 그날 밤 그 저주의 기도를 하고 자기 애를 던지려고 했던 행위를 교단에 전화를 해가지고 그 사람이 성직자로서 해서는 안될 행위를 했습니다.’라고 얘기를 할 때 팀장님은 그 원인행위에 대한 설명을 쏙 빼고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교수의 마지막 언성이 다시 날카롭게 높아지고 말의 속도가 또박또박하지만 빨라졌다.


“......”


“아니,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 하는 게 가능합니까?”


교수의 흥분한 어조와 태도에 팀장에 기가 눌린 듯한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아니, 원인이 있으니까 그런 얘기를 하다가 나왔겠죠.”


“아니요. ‘나왔겠죠’가 아니라 그냥 ‘예, 아니오’로 정확하게 말씀을 해주세요. 그 부분을 빼고 얘기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마치 취조실에서 범인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이른 노련한 형사의 질문처럼 교수는 이 마지막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이 물었던 상대의 목덜미 숨통을 다시 한번 콱 틀어물었다.


“......”


교수의 기세에 밀려 뭐라 반박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팀장이 가만히 멍한 척 머리를 굴려보려 했지만, 이제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교수의 마지막 거센 공격을 막아낼 필살기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이 사람이 저주의 기도를 하고 나한테 자기 애를 던지려고 했어요. 그건 정신병자의 어법이잖아요!”


“......”


“인정하십니까? 그리고 전화를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물을 거 아닙니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고 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습니까?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묻겠지요? 제 논리가 너무 억지입니까?”


몸을 일으켜 세워 점점 자신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다가오는 듯한 교수의 모습에 팀장이 뒤로 슬쩍 몸을 눕히듯 물러서며 시선을 다른 쪽으로 애써 돌렸다.


“....... 흐흠!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까지 하는 팀장의 신음을 교수는 결코 놓아주지 않고 끝까지 달겨들었다.


“팀장님. 저를 좀 봐주시겠습니까?”


취조실에서 형사의 시선을 거부하며 어떻게 해서든 거짓말을 하고 사실을 부인하려는 범인의 코스프레를 자신이 하게 될 것이라고는 팀장은 평생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순경에서부터 경위가 되기까지의 짧지 않은 경찰인생에 이렇게 치욕적인 상황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모든 걸 포기하고 체념한 듯 대답을 하고 말았다.


“예. 맞습니다.”


마지막 범인의 입에서 나온 자백을 확인이라도 하듯 다시 교수가 되물었다.


“예. 인정하시는 겁니까?”


“예. 맞아요.”


“그러면 다시 이 사안에 대해 재판단하실 때 한 가지. 이 사람이 과연 이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 어? ‘성직자로서 온당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는 것을 노회에 알려가지고 공익성을 가지고 했다’라는 주장을 인정하려고 한다면 뒤에 지금 ‘명예훼손이라고 한 부분이 인정이 되려면 이 부분을 얘기 안 했어도 상관이 없다’라면 인정이 되겠지만 지금 팀장님조차도, 사인을 중간에 하시는 수사과장과 수사관 사이에 싸인을 하시는 팀장님이 말씀을 하셨어요. 어! 그 부분을 빼고는 얘기를 할 수 없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얘기하셨어요. 맞습니까?”


다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보낸 사안에 대해 바꿀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부하 이 경사의 흐름대로라면 재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결제라인에 상관인 자신이 들어있다는 교통정리를 들으니 등 뒤에 식은 땀이 흘렀다.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팀장은 입을 꾹 다물며 다시 묵비권을 행사했다.


“팀장님 불편하세요?”


교수가 이미 화살을 맞고 쓰러져 피를 흘리는 사냥감이 죽었는지 확인하듯 물었다.


“아니에요”


“맞습니까? 대답을 좀 해주세요. 아니, 이게 대답을 못할 일입니까? 제가 지금 일제 순사라서 이 나라는 일본 거라고 대답하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방금 대답하신 거 그냥 정리하는 거예요. ‘이걸 빼놓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라고 하셨어요. 맞습니까?”


잡범 주제에 자백하나 하면서 독립투사 코스프레하지 말라는 확인사살은 그의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집요한 교수의 재확인 질문에 이제까지 자신이 취조실에서 몰아세운 범인들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는 항복의 깃발을 들 듯 대답했다.


“예”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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