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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35

목사의 역습 - 12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42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럼 그 부분을 바탕으로 해가지고 판단을 재고하실 때 결정하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거꾸로 오기는 했는데, 너무너무 힘들게 오기는 했는데 이 호태 경사 왈. ‘이 부분이 연관성이 있다고 하면 저는 공익성을 인정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다음에 팀장님에게 넘어와서 여쭤봤습니다. ‘팀장님이라면 이 부분을 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어, 그거는 말이 안 됩니다. 인정합니다.’ 저는 이제 담당 수사관과 그 위에 결제 사인을 하는 팀장님에게 그 부분에 대한 대답을 들었고, 강요해서 들은 것도 아니고 경감님이 본의 아니게 증인이 되셨으니까 이걸로 오늘 제가 충분히 들을 얘기 들었고, 제 의견 피력했습니다.”


교수는 다시 한번 이 경사와 팀장에게 그날 저녁 그렇게 피 말리는 이야기의 결론을 못 박았다. 핸드폰을 대화하는 테이블의 한가운데에 두었는데 그들이 그간의 모든 통화나 대화가 녹취되었다고 강조하는 판에, 이 대화에 대한 녹취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는 핸드폰을 힐끗거리며 보는 행위를 부러 그들에게 보라는 듯이 어설프게 보여주는 것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긴 이야기의 끝을 마무리할 시점이 왔다고 교수는 생각했다.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멀뚱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장의 순시를 경청하는 듯한 그들에게 교수가 입을 뗐다.


“귀중한 시간 여러분들 퇴근해서 가정으로 돌아가셔야 할 시간이고 식사도 하셔야 하는데 너무 죄송하고 면구스럽습니다. 너무 제가 나대면서 얘기한 것 같아서 좀 그런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은 공정하게 수사를 하시는 여러 일중에 하나일 뿐이시겠지만 저는 평생에 가야 겪지 못할 유일한, 정말 해괴하고 정말로 자존심에 큰 흠집이 가는 일을 당한 겁니다. 그 목사라는 작자가 명백한 죄를 지었는데 처벌하지 않고 변호사를 통해 빠져나간 것도 중양 경찰서도 지금 본청에 얘기해서 문제가 있다고 제기를 하는 판에, 반대로 저를 역 고소해가지고 죄도 안 되는 것을 죄가 되는 것인 양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보내도록 하고 그 죄도 안 되는 것을 죄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거짓과 기만행위가 난무하고,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게 도대체 뭡니까? 오늘 총경님이 얘기하신, ‘잘못되었다면, 우리가 잘못한 것을 안다면 가장 늦었다고 하더라도 빠른 겁니다. 고칠 수 있습니다.’ 그 말씀 믿고 오늘 여기 왔습니다. 제 말씀 오늘 여기까지만 올리겠습니다. 경청해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긋지긋한 좋지 않은 얘기를 오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까 얘기했었던 오늘 문제 행위가 됐었던 청문감사관실에서 전화응대를 그런 식으로 받아 처리한 이석광 경위나 이호태 경사가 했던 기만행위나 허위 언술, 경찰 공무원으로서는 상당히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문제를 삼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그 부분을 다시 한번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수가 마지막에 콕콕 찌른 두 경찰에 대한 비위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워딩은 언제든 그들이 딴소리를 하거나 하면 언제든지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문제적 행위에 해당한다는 강조에 다름 아니었다. 부청문관인 경감이 육중한 몸을 꿈틀대며 특유의 굵직한 저음으로 무거운 자신의 심정을 대신하듯 대답했다.


“아, 예.”


“제가 오늘 경감님과 팀장님, 그리고 이호태 경사, 무엇보다 서장님의 말씀을 믿고 그리고 이 자리에서 약속해주셨으니까, ‘충분히 다시 잘못했다면 돌이킬 수 있다. 그리고 과정상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하셨고 오늘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의견인가까지 아예 이참에 뿌리를 뽑았으니 절차나 시스템은 제가 이 안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잘 모릅니다. 절차와 수순에 맞게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시고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선처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교수는 그들의 생리를 충분히 알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재차 삼차 못 박듯이 그들의 귀에 오늘의 핵심 요구사안을 계속해서 못질하듯 반복했다.


“예. 잘 알겠습니다.”


종례가 길어지면 집에 바로 나갈 수 없으니 제발 빨리 담임이 훈시를 끝내라는 듯 팀장까지 나서서 잘 알겠다는 대답을 하며 일어서는 교수와 함께 자연스럽게 배웅하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못해 일어서며 이 경사도 대답했다.


“예.”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입구 쪽으로 나서며 교수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제서야 고문에서 해방되어 취조받는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에 환호성을 지르듯 팀장의 구겨진 얼굴이 환하게 펴지며 대답했다.


“네. 가세요.”


마지막까지 정복을 입고 거들먹거리며 무게를 잡으면서 문을 열어주는 경감을 향해 교수가 마지막의 마지막이라는 느낌의 단도리성 인사를 남겼다.


“공정하고 좀 기쁜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시는 불미스럽게 검찰에서 뭔가 날라 오거나 이호태 경사에게 기소의견 송치했다는 통보서 같은 것이 날아오지 않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경찰서는 나서며 차에 올라 시계를 보았을 때 시간은 이미 세 시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였다. 교수는 거의 혼자서 원맨쇼를 한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겨우 서울로 차를 운전하고 돌아오며 이것으로 명예훼손 건으로 더 신경을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몸은 힘들지만 고생할만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교수의 그 힘겨운 고생스러운 담판이 있고 난지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교수는 집에 도착했다는 수원 검찰청에서 온 우편물을 수령했다. 당연히 이제 사건이 종결되었다던가 그 부분에 안내일 거라고 생각하며 봉투를 뜯은 교수는 그 자리에서 손에 든 종이를 구겨쥐며 경악했다.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바로 흥분해서 용인 동북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의 부청문관이라고 했던 경감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네. 누구십니까?”


여전히 굵직한 바리톤의 저음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울려 나왔다.


“저 일주일 전에 만나 뵙고 왔던 김 교수라고 합니다.”


“아, 네. 교수님...”


뭔가 주춤하며 교수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회피하는 듯한 불길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교수가 다짜고짜 목적어를 빼고 용건을 던지듯 물었다.


“뭐가, 말씀이시죠?”


마치 시치미를 떼듯 경감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시늉을 하며 되물었다.


“지금 수원검찰청에서 통지를 받았는데요. 경찰에서 정식으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는 통보서인데요.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뭐가 어떻게 되었냐고 하시는 거죠? 검찰에서 통지가 간 것을 왜 저에게 전화해서 물으시는 거죠?”


그의 어색한 발연기와 그 거슬리는 저음에 교수가 속에서 열불이 솟구쳐올라 다시 물었다.


“일주일 전에 기소의견에 대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다시 수습하신다고 결론지은 거 아니었습니까?”


“네? 누가요? 저는 그런 약속을 드린 적이 없는데요.”


교수는 정말로 분노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가득 붉은색으로 화해 불이 붙어버릴 것 같은 느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다시 치밀어 올라오는 분노를 삼키듯 입을 가만히 다물고 5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일주일 전에 이야기 나눈 결론에 대해서 지금 다 부인하시겠다는 겁니까?”


“뭘 부인한다는 말씀이신지 모르겠구요. 수사팀에서 정상적으로 다 처리해서 한 것이니까 그건 수사팀이 관할 부분이지 부청문관인 제가 수사에 관여할 수도 없는 부분이구요.”


“아, 그러세요? 서장님도 이 사안에 대해서 보고를 받으시고 그렇게 처리해도 된다고 하시던가요?”


“서장님이 이 사안에 대해서 굳이 보고를 받으시거나 뭔가 말씀을 하실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것 보세요. 경감님. 어떻게 일주일 전에 공식적으로 이야기 나눈 사실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사람 뒤통수를 칩니까?”


“교수님. 저희는 그냥 교수님이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해서 그 말씀을 경청했고, 법과 절차에 따라서 사건을 처리한 것뿐입니다.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으니 저희에게 이러실 것이 아니라 검찰에 항의를 하시건가 하시지요.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전화를 끊겠습니다.”


“여보세요!”


뚜뚜뚜뚜---


그렇게 경감은 도망치듯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서장에게 보고를 하고 서장이 진두지휘를 그렇게 한 것인지, 당장 서장에게 조인트를 맞고 나온 부청문관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팀장과 작당을 하고 이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버린 것을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말겠다고 한 것인지 정확하게 뭐가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 전 비굴할 정도로 아쉬운 태도를 보이던 경감의 모습이나 말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말처럼 이미 수원검찰청에서 서류로 통보가 왔을 때는 경찰을 족쳐봐야 더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바로 서류에 나와 있는 검사실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돌렸다.


“여보세요. 수원검찰청 검사실입니다.”


젊다고 하기에는 한창 어린 여자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튀어나왔다.


“네. 지금 기소의견 송치 통지서를 받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검사님과 통화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너무 당당하고 태연스러운 교수의 요구에 여자 직원이 당혹스러워하며 말을 막았다.


“뭔데 그래?”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는 통보서를 받았는데 다짜고짜 검사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는데요?”

자기들끼리 말하면서 들리지 않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수화기 너머 그들의 대화가 고스란히 교수의 귀에 들려왔다.


“나한테 돌려! 무슨 검사님이 전화 상담원이야? 함부로 돌려달라고 하게?”


멀찍이 들리는 나이 든 여자의 목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들려왔다.


“여보세요. 죄송합니다만, 검사님은 바쁘셔서 민원인과 직접 통화하실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주셨는지 저에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던 교수 입장에서는 여자의 목소리가 거슬리기 짝이 없었지만 매번 그들에게 예절교육을 하며 바로잡으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짓임을 알았기에 속을 억누르며 최대한 예의 바른 목소리로 나이 든 여자에게 말을 이어갔다.


“죄송하지만, 지금 기소의견으로 경찰에서 송치되었다는 통지서를 받았는데요.”


“네.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넘어왔으니까 이제부터 우리 검사님이 검토하실 겁니다. 사건 번호는 아세요?”


“네. 불러드릴게요.”


사건번호를 불러주자 여자가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10여 초가 지나고 여자가 다시 까칠하게 대꾸했다.


“이거 이제 넘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검사님이 아직 살펴보지도 못하셨어요. 그러니까 뭔가 있으시면.....”


“아니요.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넘길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어서 문의하고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는데요.”


교수의 말투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검사실에 감히 전화를 걸어 ‘항의’라는 말을 쓰는 남자의 말에 여자가 주춤했다.


“네? 이의제기요?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넘어왔고, 저희 검사님이 그렇게 처리하신 건데요. 나중에 불복하시면 정식 재판을 청구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변호사를 통해서 의견서를 제출하시던가요.”


기계적인 여자의 답변은 꾹꾹 눌러 참던 교수의 한계치에 자꾸만 불을 붙여대려는 것 같았다.


“변호사를 통해서 의견서를 제출하기 전에 경찰에서 기소의견을 낸 게 잘못이라고 청문감사관실까지 가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과받은 녹취가 있어요.”


“녹취요? 경찰이 왜 그런 일을 했죠?”


“그러니까 전화 걸어서 문의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점은 교수도 잘 알았다. 하지만 여자는 지금 자신이 늘 앉아 있으면서 대접을 받거나 대부분이 굽신거리며 찾는 전화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은 지 오래된 자신과 검사를 일체시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마법에 익숙해진 여자였다.


“저한테 언성을 높이실 일이 아니구요. 제가 뭘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사건에 대해서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변호사를 통해서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하세요. 이만 끊습니다.”


“여보세요!”


뚜뚜뚜뚜---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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