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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37

목사의 역습 - 14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56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렇게 이제 막 검사를 시작했을 어린 여자 검사실에 보낸 진정서에 대한 회신은 없었다. 쌀쌀하던 4월 봄에 벌어진 사건은 어느덧 2020년의 겨울이 찾아올 때까지 제대로 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끝나는 듯했다.


그러던 달력의 마지막 장을 새 달력으로 바꿔야 할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어느 날 오후 검찰청에서는 문서가 교수에게 도착해 있었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약식기소를 명합니다. 벌금 70만 원.


정말 어이가 없었다. 기어코 그 어린 여자 검사는 버젓이 그것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며 약식기소로 벌금을 70만 원이나 때리고 말았다. 교수는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올라 법이고 뭐고를 떠나 다 뒤집어엎고 싶은 기분으로 부장검사에게 탄원서를 넣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분을 삭이지 못하며 찬찬히 수원검찰청의 조직도를 살펴보고 있는데 인권 감독관실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일단 담당 부장검사에게 저간의 상황을 적은 탄원서와 인권 감독관실에도 전화를 걸어 문의하고 그 내용을 진정서의 형태로 넣기로 하고, 해가 바뀌자마자 검찰청에 연락을 취하고 진정서를 넣었다.


검찰청 내의 '인권 감독관실'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일단 전화로 정확하게 민원을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새해가 열리고 경찰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겠다고 한 건에 대해서 매달리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대로 자동차 과속 과태료도 한번 내보지 않은 교수의 입장에서 버젓이 명예훼손으로 유죄를 인정하며 70만 원의 벌금을 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나라의 제정을 이런 식으로 충당하겠다는 안일한 일처리를 하는 새파란 여자 검사의 행실에도 부아가 일었다.


“여보세요. 인권 감독관실입니다.”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목소리의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네. 수고 많으십니다. 뭐 좀 여쭤보려고 전화했는데요.”


“네. 무슨 일이시죠?”


“제가 좀 황당한 일을 당해서 이 인권 감독관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여쭤보려고 전화했습니다.”


“어떤 일이신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실례지만 전화받으시는 분이 누구신지 여쭤봐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네. 저는 인권 감독관실에서 근무하는 박성미 수사관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요 며칠 전에 명예훼손으로 약식기소 명령을 받은 김 교수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김 교수는 자신에게 있었던 용인 동북 경찰서에서의 일과 추 목사와의 일, 그리고 진정서를 넣었음에도 두 달이나 시간을 다 채우고 나서 결국 약식기소를 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간단하게 설명한다는 것이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거의 통화가 한 시간을 넘었다.


“제가 함부로 뭐라고 할 것은 아닌데, 선생님이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고 답답하신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가 갑니다.”


여자 수사관은 형식적인 것이었는지 진짜로 공감을 보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교수의 입장에 대해서 공감하는 듯이 말은 하고 있었다.


“그러면 제가 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인권 감독관실에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그런데 그게...”


여자 수사관이 곤란한 목소리로 다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왜요?”


교수가 순진한 목소리로 이제까지 공감을 표했던 것이 모두 연기였냐는 속상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 그게, 저어... 검사가 일단 약식기소 명령을 한 것에 대해서 저희 인권 감독관실에서 터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요.”


“국민의 인권이 함부로 유린되는 것에 대해서 감독한다는 의미의 인권 감독관실이 아닌가요?”


고지식한 교수의 질문이 이어졌다.


“말씀은 맞는데, 저희 감독관실은 검사에게 취조를 받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폭력이나 인권침해의 요소를 당한 사람들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곳이라, 이건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고, 게다가 이미 기소를 결정한 부분이라...”


“아니, 침해당한 인권의 부분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말인가요?”


“아, 그런 의미는 아닌데요... 현행법상 검사의 기소권은 독립적이라 다른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검사의 기소 독립권을 보장해주는 이유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독립권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지, 자기 멋대로 죄가 되는 것을 빼주고, 죄가 안 되는 것을 멋대로 기소할 수 있다는 게 아니잖아요.”


“말씀은 맞는데요, 현실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던 여자 수사관이 자신이 생각해도 궁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에 말을 갈무리하고 말았다.


“일단 저희 방의 검사님과 상의는 해볼게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담당 검사의 부장검사실이나 저희 방에도 공식적으로 진정서나 탄원서로 오늘 저에게 해주신 내용을 정리해서 넣어주시면 일단 공식적으로 기록은 남으니까 한번 시도해보시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실 것 같아요.”


“후우!”


그녀의 말투와 행간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교수가 읽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큰 한숨은 그 대화를 마무리 짓는 서로 간의 아쉬움이 잔뜩 담겨 있었다.


전화를 끊고 결국 교수는 씁쓸한 검사의 그 대단한 기소독립에 대한 권위를 고쳐달라는 진정서를 작성해서 인권 감독관실에 보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진정서


2020형제 12345(2020 고약 12345)


2021년 1월 4일 수원지검 인권 감독관실의 박성미 수사관과 1시간여의 통화를 통해 구두로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민원내용은 위에 적시한 2020형제 12345 사건을 진행한 수원지검의 송우정 검사실에 수사와 관련하여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여 그 부분에 대한 시정을 요청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0년 10월 15일에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진정서를 제출하여 진정사건으로 접수해달라고 한 것이 있었습니다. 내용 인즉은, 용인 동북 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기소의견의 누명을 씌우고자 하는 정황이 여러 증거와 녹취를 통해 발견되어 그 내용을 적고, 심지어 해당 경찰서장의 중재로 청문감사관실에서 담당 경찰관과 그 상관인 팀장까지 동석하여 잘못된 수사행위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를 받은 녹취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증거가 없는 줄 알고 말을 바꾸어 기소의견을 주장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그들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고 사건을 바로 잡아달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명예훼손 한 가지 행위에 대해 기소의견이라고 우기던 경찰이 12월 둘째 주에 다시 명예훼손을 두 가지로 나누어 반은 무혐의이고 반은 기소의견이라는 식으로 쪼개서 세분화하는 편법행위를 하면서까지 끝까지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지 않았고 결국 12월 31일 자로 송우정 검사는 사건을 연내에 한꺼번에 쳐내는 듯이 구약식 기소를 하였으니 제대로 사건을 살펴보지 않아 민원인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었음을 알린 것입니다.


이에 송우정 검사실에 직접 항의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 수사관이라는 여자분이 진정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다 검사님이 알아서 판단한 것이고 그냥 같은 사건에 편철했다고 연락드렸으니 그것으로 끝이다라는 식으로 날림 수사를 인정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이 사건이 부정한 경찰들의 의도대로 바쁜 검사실의 행태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뜻대로 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 바, 잘못된 기소라면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송우정 검사 당사자일 수밖에 없으니 수사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과정에 대해 살펴 부장검사 혹은 주임검사를 통해 송우정 검사실에 제대로 된 처리를 재권고해주실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에 1월 4일 전화 민원신고에 대해 저간의 사정을 모두 들은 박성미 수사관이 법원으로 넘긴 사건 서류들을 모두 가져다가 다시 검토하겠다고 약속하였고, 검토 결과 만약 민원인의 설명처럼 인권침해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주임검사나 부장검사를 통해 홍유정 검사실에 권고할 수 있다고 약속을 받아 연락을 기다리던 중, 1월 5일 박성미 수사관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구두만으로 진행하는 것이 증거가 남지 않아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서면으로 제대로 접수해달라고 하여 이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원지검 인권 감독관실에 정식 민원서류의 증거를 남기고자 이렇게 진정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부정한 경찰이 검찰이 바쁘다는 생리를 이용하여 제멋대로 유죄를 만들어내고 죄 없는 시민들을 휘두르는 짓을 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검찰 인권 감독관실에서 그 진실을 밝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송 검사를 총괄하는 부장검사에게까지 진정서와 탄원서를 넣었지만, 그 대단한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고, 힘없는 여자 수사관에게 전화해서 닦달하는 짓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벌금을 내고 유죄를 인정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약식계라고 하는 법원의 부서에 전화를 걸어 다시 문의를 했다.


“여보세요. 수원지법 약식계입니다.”


“네. 약식기소 명령을 받았는데요. 이게 절차에도 문제가 있고 말도 안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네?”


교수의 다소 황당한 항의성 질문에 법원 공무원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되물었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약식기소로 청구한 사건인데 약식계의 판사는 그 사건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결정하는 게 아닌가요?”


다시 이어진 질문에 공무원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말씀하시는 취지는 대강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겠는데요. 죄송하지만 약식계의 판사님은 사건이 정식 재판으로 넘겨져야 할 사건인데 그냥 약식으로 때렸는지를 판단해서 정식 재판으로 넘기는 일은 하셔도,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 직접 판단은 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면 말도 안 되는 사유로 기소가 된 사건도 판사님이 재판에 넘기시겠네요?”


“네?”


교수의 반대 질문에 남자가 주춤했다. 말은 맞는 말이었다. 만약 약식기소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되고 제대로 된 형사처벌을 받게 할 사건을 그냥 약식 기소인 벌금형으로 넘긴 것을 걸러내는 것을 약식계 판사가 판단해서 정식재판으로 청구한다는 것은 약식 기소한 사건을 제대로 검토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의미에서 말도 안 되는 기소 해서는 안될 사건이 있다면 약식계 판사도 판사이니 그 사건에 대해서 판단해서 이건 기소해서는 안된다고 각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놈의 현재 법현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법원 공무원은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가며 설명했다.


“그러니까, 검찰의 기소권에 대해서....”


“그러니까 그 판단을 하는 데 법원의 판사잖아요.”


“말씀은 맞는데, 그건 법정에서 다투고 그 법정의 판사가 판단할 일이지 약식계의 판사는 그런 판단을 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교수는 검찰과 법원의 공무원들이 말하는 ‘현실’이라는 것이 그 안에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놓은 철조망 같은 것인가 착각이 들 것 같아서 속이 울렁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뭘 제출하면 정식재판으로 청구될까요?”


“사건번호를 보니까 검찰에서 아직 보내오지도 않았습니다. 일단 사건번호 첨부하셔서 정식재판 청구한다는 내용을 보내시면 판사님이 검토하시고 넘겨주실 겁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어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에 대해 교수는 정식 재판을 청구한다는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고는 명예훼손 건으로 피고인의 신분을 달고 법정까지 서게 될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렇게 정작 죄를 지은 자는 처벌은 고사하고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피해자는 버젓이 유죄가 인정된다며 대한민국 검찰에 의해서 법정까지 세워지게 되었다.


그즈음 억울함과 분노에 속을 삭히던 교수의 눈에 더욱 억울하고 더욱 분통 터지는 죽음을 맞이한 한 영혼의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어온 것은 2021년 1월의 둘째 주를 맞이하던 어느 날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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