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역습 - 9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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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악인이, 법을 어긴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그 악행을 고소한 사람이 역으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가 되고, 담당 경찰이라는 사람이 전화 걸어서 ‘당신 대학교수라고 하셨는데 어느 학교입니까? 학교에 알려야겠습니다.’ 그게 과연 아주 일상적이고 평생에 여러 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참에, 여기서 결론을 내자는 거 아닙니까? 최소한 여기 객관성을 담보한 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담당 수사관이 솔직히 제가 딱 부러지게 이래서 제가 기소의견으로 결론을 내릴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인정을 해야지요. 네? 여기 두 분도 수사를 한두 해 해보신 분이 아니실 텐데, 어? 이쪽 얘기도 듣고 저쪽 얘기도 들었어요. 기소의견을 낸 사람의 의견과 이 사람은 이래서 그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의견을 들었어요. 그러면 이쪽이 이러이러한 논리에 근거가 있다. 그러면 이거 정말 미묘하고 첨예한 문제입니다. 그러면 몰라도 이쪽에서 논리적으로 반박을 했는데, 반대쪽에서 ‘어후!’ 뭐 이런 식이면 다시 재고를 할 때 굉장히 중요한 팩트이자 증거이지 않을까요?”
“.....”
이 경사를 비롯해서 팀장이나 경감도 교수가 불소시개를 들고 양심을 들쑤서기는 것 같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감정이 올라온 교수는 열변을 토했다.
“마지막으로 뭐 이건 강압적인 자리도 아니고, 오히려 강압적이라고 한다면 현직 경찰관 세 명을 앞에 둔 일반인이 더 강압적이라는 인상을 받는 게 당연할 거예요. 이 호태 경사가 지금 생각했을 때, 이틀 전 저한테 전화했을 때만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 커지고 이런 자리가 마련될 거라고 감히 상상이라도 했겠어요? 그런데 어쨌든 정말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쳤던 그런 자리가 마련되었고, 이런 특별한 계기가 되었으니 잘못된 것이 있었는데 정말 바로 잡을 기회가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거 아니에요? 서장님의 오늘 말씀처럼?”
교수의 질문 아닌 질문에 세 사람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교수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딴청들을 피웠다. 아무도 바로 대꾸를 하지 못하는 침묵이 다시 흘렀다.
“.......”
“아니, 맞잖아요? 오늘 아침에 이호태 경사가 소리 지른 것처럼 ‘정말 잘못된 게 없습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저도 당당하게 이런 판단을 한 근거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이 자리에서 당당하게 얘기하시면 되잖아요?”
다시 한번 이어진 교수의 채근에도 이 경사는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의 잘못을 후회라도 하는 것인지 입을 열지 못했다.
“......”
“그런데 지금 여기서 우리가 얘기한 게, 이틀 전에 우리가 두 시간 넘게 통화한 내용에서 더 나온 것도 더 나간 것도 아무것도 없잖아요. 다 얘기했던 내용이잖아요?”
그제야 겨우 한 마디 하겠다며 이 경사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는 그 사건이 공익적인 부분보다는 사적인 개인적인 분쟁을 교회 쪽에 알리려고 한 것이 더 크다라고 판단을 한 거고요.”
교수는 겨우 입을 연 그의 후안무치를 바로 콱 물었다.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판단을 내린 근거가 뭐냐구요?”
“사실관계로 판단을 한 거잖아요.”
이 경사가 다시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풋!”
자신도 모르게 교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웃겨서가 아님을 모두가 알았지만, 당사자인 교수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어이가 없는, 학습능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대한민국 현역 경찰이라는 자의 지적 수준이 한심했다.
“그래서 교수님과 제가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거잖아요.”
혹여 자신의 논리가 먹혔다고 착각했는지 이 경사가 슬그머니 다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요. 지금 얘기가 논점에서 일탈된 거 같네요. 죄송해요, 제 말투가 이래서. 요컨대 지금 사실관계를 말했다고 했어요. 그런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있었어요. 원인관계가 있었고, 그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내가 반문을 했어요. 고소인이 성직자로서 문제가 있다고 교단에 전화를 했을 때 원인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그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느냐고.”
“뭐 일련의 과정이니까...”
자기도 모르게 바보 같은 이 경사가 스스럼없이 자기 입으로 진실을 풀어냈다.
“네. 그러니까 안 할 수 없죠?”
“그런데 제가 궁금한 건, 의구심이 드는 게 뭐냐면...”
“뭐냐면?”
“굳이 교회에 연락을 할 필요가 있었냐 하는 거죠.”
“아니, 계속 똑같은 얘기잖아요!”
교수는 도저히 그의 논리가 이해가 안 되었다. 그가 정말로 이 정도로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건 아는 수준이지만 더 내세울 논리가 없어서 이런 식으로 뻗대는 것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요.”
자신도 답답하다는 듯이 이 경사가 맞장구까지 치며 나섰다.
“자, 경찰관이. 내가 이틀 전 통화에서도 든 예인데 이호태 경사는 아는 내용이지만 여기 두 분은 처음 듣는 내용이니까 굳이 다시 반복합니다. 경찰이 경찰서를 퇴근하고 나와서 술을 먹고 음주운전을 했어요, 자기가 교통경찰인데. 근데 그 사람이 입건이 되었어요. 자 이호태 경사가 그 교통경찰이라면, 퇴근하고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으니 아무도 경찰인지 몰라요. 그래서 경찰에서 징계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 사실에 대해 이 사람 경찰인데 경찰이라는 사실을 숨겼어요. 검사들 가끔 비위 행위했을 때 입건되어 조사를 받을 때 들키지 않으려고 직업란에 검사라고 안 쓰고 회사원이니 뭐라고 써서 그런 게 뉴스에 종종 나오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저 사람 사실 검사입니다.’하는 것처럼 ‘이 사람 사실 경찰인데 음주 운전했어요.’라고 얘기를 하면 품행이 방정하지 않다고 내규에 의해서 징계를 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잖아요. 이 사람이 나한테 저주의 기도를 하고 그런 건 나만 알고 당한 우리 가족만 알잖아요. 그걸 알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교회 말고 어디에 연락을 하지요?”
“......”
이틀 전에 통화를 할 때 들은 사례이기도 했지만, 논리 정연하게 탁탁 맞춤으로 앞에 들이대는 사람에게 뭐라고 반문할 생각을 이 경사나 다른 두 사람도 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지금같이 내가 반박하는 내용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으면 이호태 경사의 말을 경청하고 인정하겠다고 했잖아요. 자아, 내 집사람은 20년 동안 강남에서 환자만 봐온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의사예요. 그 순진한 사람이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저주의 기도를 눈앞에서 삿대질까지 당하면서 들었어요. 심지어 집안으로 뛰어들어간 목사가 자기 애를 들고 나와서 막 던지려고 했어요. 겁이 나서 너무 놀라 울면서 112에 신고를 했어요. 돈을 먹이고 전관을 써가지고 그런 행위가 죄가 아니라고 중양 경찰서에서 손이 타서 무혐의 처분으로 끝냈어요. 그건 다른 경찰서의 일이라고 상관없다고 할 테니 그만 얘기합시다. 그런데 이젠 역으로 명예훼손이라고 나를 고소했어요. 담당 수사관이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그걸 굳이 노회에 연락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물어요. 내가 물어봅시다. 본인의 부인이 사이비 목사 같은 사람에게 저주의 기도를 듣고 그 험한 꼴을 당했어요. 그런데 당당하게 그 사람이 자신이 목사라고 했어요. 그 기도가 진짜인지 아닌지도... 확인해야 마음이 편할 거 아닙니까? 기도 내용을 확인해주겠다고 해서 확인도 받았어요. 확인을 받아야죠. 이 사람이 진짜 목사인지 그쪽 소속이 맞는지 그 기도의 내용은 정말로 어떤 내용인지. 아내가 무서워하니까. 다시 물어볼게요. 나한테 방금 그랬어요. 과연 노회에 연락을 하셨어야만 했는지. 자, 지금 내 설명을 다 듣고도 이해가 안 가요?”
“으음.....”
이 경사의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심연에 묻혀 있는 양심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굵직한 신음소리가 대답 대신 튀어 올라왔다.
“본인의 부인이 그런 꼴을 당하고 그 사람이 목사인지 아닌지 그 저주의 기도가 정말로 먹히는 것인지 아닌지 그다음에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성직자라는 사람이 일반인에게 저주의 기도니 뭐니 하는 것은 정말 이단이라고 하는데 그럼 그 교단에 알려가지고 이 사람이 다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나와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해 달라는 목적이었다는 게 내가 지금 갑자기 짜냈거나 끼워 맞춘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그 와중에도 이 경사의 대답은 또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네. 그러면 그게 바로 ‘공익성’이라는 거예요. 내 주변의 모든 법조인들이 말하고 인정하는. 지금 이호태 경사가 인정하는 것처럼 ‘어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그렇다면....”
“아니요. 뭐 짜 맞췄다던가 그런 생각은 안 든다고요.”
자기가 말한 것이 공익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구태어 이 경사는 교수의 방금 설명에 자신이 그런 생각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다시 부연설명까지 덧붙였다.
“내 말이요! 짜 맞추지 않았다면 자연스럽다는 거고, 자연스럽다는 거는 이 사람이 노회에 전화를 한 것이 이치의 흐름에 맞다는 거죠. ‘노회에 꼭 전화를 하셨어야만 했나요?’ 네! 이 목사라고 하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걸 우리만 당했고 우리만 아는데, 다른 사람은, 교단은 이 사실을 모르잖아요. 이 경찰이 하우스에 드나들면서 도박을 한 걸 나만 알아요. 이 사람이 경찰인 걸 나만 아는데 내가 신고를 했어요. 내가 이 사람한테 돈을 잃은 당사자니까 신고하지 않고 대충 넘길까요? 감정적인 문제가 개입되었다고 오해받으니까? 그런 게 바로 법에서 말하는 공익성이에요,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서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더라도.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는, 판사와 검사도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일 수 있어요. 철천지 원수도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일 수 있어요. 그건! 본인이 그런 표현을 했어요. ‘개인적인 원한관계잖아요. 안 좋은 감정싸움일 뿐이잖아요.’ 아!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결국은 그 원인행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게, 그날 밤 그 집에서 있었던 그 사건을 노회에 알리게 된 건, ‘이 사람이 나한테 막 했어요.’라는 이유가 아니라 ‘성직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어요.’라는 공익적인 목적의 고발이었단 말이에요. 왜? 이런 일 때문에. 그런데 지금 담당 수사관이 물어요. ‘이런 얘기를 꼭 노회에 이야기했어야만 했나요? 노회에 왜 얘기를 해요?’ 본 교단에 이 사람이 정말로 목사가 맞습니까? 어어 저희는 그런 이단 행위를 하는 목사가 있지도 않지만 인터넷 카페에 등재가 되어 있다고 하니 경기도 노회에 연락해보세요. 다 전화번호 알려줘서 전화를 했고, 저는 누군지도 일면식이 없는데 전화했더니 이 분들이, ‘저주의 기도에 대한 녹취가 있으시면 저희가 라틴어 관련 전공자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 해독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사람은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거지요.’라는 말까지 했어요.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죠?”
“......”
“아니 당사자인 목사들도 이렇게 인정을 하는데 수사관이라는 사람이, ‘노회에 꼭 전화를 하셨어야만 했어요?’ 앞뒤가 안 맞잖아요.”
“저는 앞뒤가 안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끝까지 이 경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선량한 바보 흉내를 냈다.
“이호태 경사가 수사한 세월보다 몇 곱절의 세월을 더 하신...”
판단은 경감과 팀장에게 돌리려는데 그렇지 않아도 나설 참이었다는 듯이 팀장이 당당하고 멋진 표정으로 자기 새끼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모습으로 말했다.
“제가 한 마디 해도 될까요?”
“네. 하세요.”
“우리 교수님은 자꾸 공익 공익 말씀하시는데 자, 이건 제 개인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저주나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 전화를 해서 이 사람이 정말로 목사가 맞냐? 나한테 이렇게 막 하는데. 그런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내용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라든지 뭐...”
팀장이 자기를 위해 나서자 힘이 났는지 이 경사가 한 마디 돕겠다는 듯이 입을 우물거리며 중얼거렸다
“마블 대리석을 가져갔다던지...”
담당인 자기 새끼가 한 마디 보태자 내용이 떠올랐는지 팀장의 설명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네. 마블 대리석을 가져갔다든지 그런 걸 가지고 고소를 한 거지, 지금 저주를 해가지고 뭐 그런 내용이 아니거든요.”
“제 말이요. 말씀 잘하셨어요. 네. 이 호태 경사도 내내 그랬는데 팀장님 새끼니까 역시나 비슷한 거 같네요.”
교수가 비아냥거리듯 다시 재반격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제 이 경사의 상관인 팀장을 부술 차례가 온 것이다.
“제가 이제...”
뭐라고 계속 얘기를 하려는 팀장에게 울컥 화가 올라온 교수가 내지르듯 말했다.
“그게 분리가 가능하냐구요!”
“네?”
놀란 팀장이 교수를 보며 되물었다. 교수가 다시 울컥한 속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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