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역습 - 8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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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네. 맞아요.”
교수가 이 경사에게 바로 긍정을 해주자 이 경사가 이때다 싶었는지 흐름을 자신에게 끌어오려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맞죠? 그런데 그런 다툼을 교단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나요?”
이 경사의 어쭙잖은 공격에 교수가 바로 그의 말을 낚아채듯 반격에 나섰다.
“얘기 잘하셨어요. 그게 우리 얘기의 핵심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호태 경사의 설명에서 빠진 사실 하나 있어요. 그건 지금 제가 쭉 설명했지만, 본인이 아마 제일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담당 수사관이니까. 전화를 교단에 하고 교단에서 연결해줘서 두 경기도 지회의 목사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러면 그들이 당연히 물을 거 아닙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거였느냐고.’ 형법상으로 얘기하자면 원인관계에 대해서 당연히 설명을 하게 된다는 거죠. 다짜고짜 전화해서 ‘이 사람이 우리한테 저주의 기도를 내뿜었어요.’라고 하는 건 누가 듣더라도 앞뒤가 안 맞는 뜬금없는 얘기예요. 그렇다면? 이틀 전 이 경사와 통화에서 두 시간이 넘게 이야기 나눴던 것과 똑같아요.”
“맞아요.”
이야기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 줄도 모른 채 이 경사가 맞장구를 치듯 대답했다. 교수는 자연스럽게 그의 대답에 맞춰 다음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아, ‘어떤 일이 발생해서, 어떤 원인행위가 있어 그 목회자라는 사람이 일반인인 우리에게 저주의 기도를 내뿜었습니다. 그런 겁박 행위를 했고, 갑자기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자기 아기를 들고 나와 우리에게 던지려는 행위를 했고, 그것은 이미 검찰에 넘어간 기록에 남아있습니다.’라고 엊그제 통화에서도 자세히 다시 설명을 했죠? 심지어는 이호태 경사도 나에게 ‘네. 다른 경찰서에서 조사한 그 부분도 확인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는 거.’라고 대답했어요.”
“네. 그거 다 확인했어요.”
“네. 그러면 봐요. 어떤 원인행위가 있고서 그 사람이 이런이런 목회자로서는 안될 행위를 했어요. 교단에 알릴 때 ‘이 사람이 내 돈을 꿔가서는 안 갚았어요.’라고 하소연하거나 비방하는 식으로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저에게 저주 기도를 하는 이단 행위를 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쪽에서 ‘왜요?’라고 물어와서 ‘그날 이런이런 일이 있어서 이런이런 일을 하다가 이런 일이 생긴 겁니다.’라고 설명을 했어요. 이걸 중간에 하나하나 분리해서 끊어서 판단하는 게 가능한가요?”
교수의 설명에 이 경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자약하게 재확인하듯 물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을 하셨다는 거잖아요?”
“맞아요.”
아직도 흐름이 자신에게 있는지 교수의 지적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않는다고 우기고 싶은 것인지 이 경사의 설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네. 그런데 제 말씀은 뭐냐 하면요. 그러한 사실 자체를 교단에까지 알릴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거예요.”
“얘기 잘했어요. 여기 수사 베테랑 분들이 두 분이나 계시니까 그 부분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으면 되겠네요. 이 사람이 저주를 기도를 하고 자기 아이를 안고 나와서 던지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자기가 성직자라고, 현역 목사라고 밝혔어요. 그런데 확인을 했더니 본 교단에서 그 사람이 현역 목사가 맞대요. 그래서 물어물어 경기도 지회의 두 목사에게 연결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 두 목사에게 이런 사람이 성직자여서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속 이런 식으로 횡포를 부리고 그렇게 행동하고 다닐 텐데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제지해주십시오. 그 목적 말고 내가 목사들에게 무슨 이유로 전화를 합니까?”
“사실 제가 생각하는 구조는 그 사람한테 어떠한 목사 활동을 하면서 불이익이라던가 징계의 목적이라던지 이러한 의도로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거든요.”
자신의 회심의 카드라도 되는 양 이 경사가 당당하게 자신의 의심점이라는 것을 내밀었다.
“말씀 잘하셨어요. 그때도 내가 똑같은 예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이 경사가 변호사에게 돈을 먹고 부정한 행위를 하려는 것을 제가 발각했다면, 이 사람을 징벌시켜야겠다는 의도와 ‘이 사람은 경찰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습니다.’라는 의도로 청문감사실에 알리는 것은, 두 가지 부분이 혼재될 수 있어요, 사적으로 이 사람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는데 이 사람이 나쁜 짓 하는 것을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신고하는 것은 공익성으로도 볼 수 있고, 어 원래부터 이 사람 원래 안좋아해서 눈엣가시처럼 여겼었는데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신고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지금의 상황이 똑같은 거죠. 이 사람과 원인관계를 보면 감정적으로 서로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이 이미 밝힌 바대로 성직자예요. 그런데 성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저주의 기도는 물론이고, 돌이 갓 지난 자기 아이를 들고 나와 던지려는 행동까지 했어요. 그래서 교단에 전화를 했어요. 저주의 기도 때문이 아니라면...”
교수가 빠져들 듯 가만히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경감과 팀장을 보며 설명의 대상을 그들로 자연스럽게 옮기듯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아, 옆의 두 분도 들으셨지만 다른 이유나 목적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경찰에 고소를 한 것은 이 사람이 형사상 처벌을 받아야 할 행위를 했을 때 처벌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고, 교단에 전화를 걸어서 이 사람의 부정행위나 심각한 도덕적 문제가 있는 행위를 알리는 것은 ‘이 사람을 바로잡아주세요.’라는 아주 간단한 거예요. 교단이라는 곳은 이 사람 편이면 편이지 내 편이 아니잖아요, 굳이 편을 가르자면. 이 사람과 아는 사이이지, 이 사람이 속해 있는 조직이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도. 대학교수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원인행위를 했을 때 언론에 얘기하거나 그 대학에 알리는 것은 그 대학교수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공익성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린 지 오래예요. 그건 인정합니까?”
“선생님께서는 공익성이 더 크다라고 지금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요. 그 이유가 아니라면, 교단에다가...”
다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교수는 다음 설명으로 넘어갔다.
“네. 그리고 심지어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 두 목사나 그들의 연락처를 알려준 본 교단의 이단을 관리하는 부서에 있다는 그 사람들이, ‘그게 사실이라면 저희는 이와 같은 사안을 굉장히 엄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할 리가 없지요. 이건 내 의견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의견이고 녹취되어 이는 팩트란 말입니다. 그럼 정작 교단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이호태 경사만, ‘저는 생각이 다르거든요.’라고 말하고 있는 거잖아요. 물론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는데, 나랑 얘기 나눈 최종 결론은 그거였어요. 일반적인 사람들이 들었을 때, ‘어 그 부분은 그런데요.’라고 인정한다면 자신도 인정하겠다고. 그 사람들은 그쪽 교단이고 나와 일면식이 없어요. 내가 처음 전화를 걸었어요. 오늘 처음 뵌 이 두 분처럼. 그럼 그분들은 편견 같은 것이 전혀 없을 거 아닙니까? 심지어는 여기 앉아 있는 팀장님이 이호태 경사와 밥을 먹어도 몇 번을 더 먹었지 오늘 처음 만나 일면식도 없는 나와 차 한잔 같이 마신 적이 없는데 내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지요? 내가 청문감사실에 전화할 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야! 가재는 게 편이라고 경찰서 안에 청문감사실이 있어도 경찰을 감사하겠냐? 민원인 말만 듣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그 교단에 연락을 했어요. 내 편이라 내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서 전화한 거 아니잖아요? 더더군다나 이 사람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해줄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 사람이 속한 교단에 같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반론을 해보시겠어요?”
“....”
그제서야 이 경사는 자신이 외통수에 몰렸음을 직감했다. 이미 이틀 전부터 교수가 체크 메이크를 부르는데 멍하니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틀 전에 두 시간 넘도록 통화도 결국 이런 식이었잖아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대면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준다면 나도 ‘네. 알겠습니다.’ 하고 수긍을 하겠다. 그렇게 얘기했잖아요, 계속해서.”
“맞아요.”
이 경사가 또 영혼 없이 바로 수긍했다. 교수가 열변을 통하는 대화 녹취를 들으면서 도대체 이 이 경사라는 친구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는 한가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논리가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교수는 그의 반응과 아랑곳없이 이야기를 결론으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네. 오늘도 핵심은 그거예요. 내가 정말로 개인적인 앙심을 품었다면 이런 과정, 만남 다 필요 없고, ‘이 수사관이 경찰관으로서 정말로 문제가 될만한 언행을 했고 고의적으로 민원인을 기만하는 행위까지 했습니다. 그러니까 절차에 합당하게 이 사람을 처벌해주십시오.’라고 얘기를 했겠죠. 그런데 본래 목적은 이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아달라고 온 거니까, 내가 그 부분은 사실관계만 얘기하고 아까 아침에도 나랑 통화하면서 이 경사가 나한테 소리 지르면서 그랬죠? ‘제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서류로 작성해서 내서 문제 삼으시라고.’ 서장님도 얘기하시고 여기 경감님도 얘기하신 게 그렇게 진행해서 앞날이 창창한, 의욕이 가득 찬 경사의 인사고과에 굳이 흠집을 내는 것보다 지금 경감님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처럼 우리가 정말 원만하게, 문제가 정말 있었고 그것을 돌이켜서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지금 이 자리에서 방금 말했어요. ‘네. 지금이라도 돌이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거예요. 지금 이 자리에 이 경사의 사안에 바로 위에 결제 도장을 찍어준 상관과 이 사안에 대해 서장님을 통해서 얘기를 다 듣고 오신 경감님이 계시단 말이에요. 그럼 여기에서조차 당당하게,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설명해서 저의 객관적인 판단과 생각은 이렇습니다.’라고 내가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설명할 수 없다면 지금 내 얘기를 들었을 때 딱히 반박할 논리가 없다면, 형사 재판에서 하는 거 있잖아요. ‘합리적인 의심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
단 한번 더듬지도 않으며 마치 법정 드라마의 대본을 읽듯이 이 경사를 논리적으로 몰아세우는 교수의 열변에 이 경사는 제대로 입을 열고 반박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곁에서 보고 듣던 경감이나 팀장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을 뿐 중간에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침묵을 깨고 이야기를 마무리하자고 나선 것도 결국 교수였다.
“다시 조심스럽게 물어볼게요. 사실 지금까지 내가 한 얘기는 우리 이틀 전에 두 시간 넘게 전화통화로 논쟁을 했을 때 이미 모두 나눈 얘기 정리한 것뿐이에요. 그렇죠? 이제 감정적으로 오늘 아침에 했던 것처럼 소리 지르면서 ‘어 그럼 서류로 해요. 마음대로 해보세요.’ 이럴 상황은 아니잖아요? 지금은 차분한 상태잖아요. 상관들 두 분 앞에 놓고. 예. 인정할 부분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논리에 할 말이 없고 내 논리도 없으면서, ‘나는 저 사람이 그냥 싫으니까 몰라 인정하지 않을 거야. 오늘 오전에 표현한 것처럼. 어쨌든 저는 기소의견이니 그런 줄 아세요.’ 그런 식은 정말로 유치한 거고. 지금처럼 서로 토론을 해서 어, 그 사람의 논리가 내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합당하다고 한다면 인정하는 것도 용기 아닐까요? 지금이라도 그 부분이 그렇다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 잡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요?”
“사실 지금까지 하신 말씀이 다 맞기는 한데요.”
무슨 생각에서인지 정말로 생각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경사가 다시 입을 뗐다.
“네.”
“합리적인 그런 식으로 이걸 통해서 합리적으로 바로 잡으면 내용도 다 할 수 있다.”
이 경사가 어린 아이들이나 하는 방식으로 교수의 핵심 논리를 다시 반복하며 되뇌었다.
“네. 할 수 있다.”
교수가 딱딱 받아주자, 정작 그다음에 나올 결론이 자기가 생각해도 하나밖에 없다고 느낀 이 경사가 다시 입을 꾹 닫아버렸다.
“......”
도저히 위험한 선까지 밀렸다고 생각했는지 곁에 있던 팀장이 난립하듯 황급히 그의 입을 막듯 외치며 나섰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가 다시...”
교수가 어쭙잖은 방해 따위 하지 말라는 식으로 그의 말을 확 끊었다.
“아니 다시 하신다는 약속은 아까 받았고 잘 들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게, 이 분이 없으면, 담당 수사관이 이 사안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인데 ‘저희끼리 얘기를 해보고 논의를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지금 이런 자리를 또 만들 수는 없잖아요? 당사자들이 모두 출석한 이런 자리를요, 서로 얼굴 불편하게시리. 그럼 만난 김에 서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제가 오늘 귀한 시간을 빼앗아서 너무 죄송하고 퇴근 시간도 지나버렸는데 이렇게 붙잡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면구스러운데 저한테는 너무 중차대한 일 아닙니까? 여러분들에게는, 특히 여기 이 경사에게는 그냥 수많은 처리해야 할 사건 중에 하나였을지 모르겠지만 저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제 집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 해괴한 저주의 기도라는 것을 듣고 벌벌 떨면서 정식 고소를 했는데 경찰이라는 자들이 말도 안 되게 불기소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저한테 역으로 명예훼손 고소를 해서 기소의견으로 올리겠다면서 대학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이거는 저한테 정말로 재앙인 수준 아닙니까? 이 상황에 대해 다 들어보시면? 험한 꼴은 우리가 다 당했는데?”
팩트만을 제시하며 핵심만 콕콕 찝어 따지는 교수의 말에 어떻게든 그냥 이 순간을 뭉개 보려던 팀장이 시선을 떨구며 입을 다물었다. 경감도, 생각이라고는 없는 이 경사도 시선을 떨군 채 교수의 항변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들의 한결같은 침묵에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교수가 말을 이어나갔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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