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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24. 2021

외적인 것들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가가 당신의 레벨이다

仁을 갖췄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방법에 대하여

子曰: "不仁者不可以久處約, 不可以長處樂. 仁者安仁, 知者利仁."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仁하지 못한 사람은 오랫동안 곤궁한 데 처할 수 없으며 오랫동안 즐거움에 처할 수 없으니 仁한 사람은 仁을 편안히 여기고 知者는 仁을 이롭게 여긴다."
공자의 체격 조건에 가장 가까웠던 주윤발이 공자를 연기했던 영화 <공자>

본문의 해석 중에서 仁을 단순하게 '어질다'라고 해석하지 않은 이유는, 仁에 대한 개념이 그렇게 하나로 한정 지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님을 여러분께 환기시키고자 함이다.

이 장에서는 비교되는 개념으로 不仁이 나오고, 知와 利라는 개념어도 나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자의 해설을 통해 그 개념의 차이를 접근해보기로 한다.

"利는 貪과 같으니, 깊이 알고 독실히 좋아하여 반드시 그것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仁하지 못한 사람은 그 본심을 잃어 오랫동안 곤궁하면 반드시 넘치고 오래도록 즐거우면 반드시 빠진다. 오직 仁한 사람이라야 그 仁을 편안하게 여겨 그렇지 않음에 나아가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仁을 이롭게 여겨, 지키는 바를 바꾸지 않는다. 비록 깊고 얕음은 같지 않으나 모두 外物이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다."


먼저, 貪이 안 좋은 것을 밝히는 것이라면 利는 긍정적인 개념에 대해 심하게 좋아하고 빠지는 것을 구분하여 설명한 말이다. '넘친다'라고 해석한 '濫'이라는 글자의 의미는, '도둑질이나 남의 것을 탐하는 나쁜 범죄행위'따위를 일컫는 말이다. 즐거움에 빠지는 것, 즉, 중독된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행위임을 분명히 한다.

주자가 해설한 내용의 핵심은, 仁이라는 것이 결국 쉽지 않지만, 그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그것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바꾸거나 적당히 거래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안중근 의사의 친필

이 장의 문구를 안중근 의사가 굳이 적으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다졌는지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안중근 의사가 제대로 파악한 이 장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한 힌트를 얻기 위해, 사 씨(謝氏)가 이장에 대해 공자의 뜻을 부연 설명한 부분을 살펴보자.

"仁한 사람은 마음에 안과 밖, 멂과 가까움, 정미함과 거친 것의 간격이 없어서, 마음을 보존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지 않고, 다스리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혼란해지지 않으니, 마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잡고 발로 걸어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보는 바가 있다고 이르는 것은 할 수 있으나, 얻는 바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보존하려는 바가 있어야 없어지지 않고, 다스리려는 마음이 있어야 혼란해지지 않아, 의식이 없을 수는 없다. 仁을 편안히 여기는 것이 첫 번째라면, 仁을 이롭게 여기는 것은 두 번째인 것이다. 仁을 편안히 여기는 것은 안연(顔淵)과 민자건(閔子騫) 이상의 성인과 차이가 멀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맛을 알지 못한다. 여러 제자들은 비록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도를 보고 의혹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을 이롭게 여기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다."


아! 공자의 말씀이 갖는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수준에도, 참 다양한 층위가 있음을 사 씨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설명의 시작은 애매모호하여 명확하게 개념이 잡히지 않는 仁者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仁이라는 절대 가치의 기준이 명확하게 서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혼란스럽지 않은 단계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知者에 대해 설명한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그의 설명은 이러하다.


알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 올라가고 싶지만 아직 그렇게 체행하지 못하는 자를 知者라고 본다.

개념과 가치 기준이 명확하게 서 있어, 그렇게 하려고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그리 체행하는 자를 仁者라고 본다. 편안하게 여긴다는 것은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상술하겠지만, 무언가를 의식하고 하는 것은 그것을 의식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연(顔淵)의 초상화

성인이었던 공자에 가깝다고 소개된 안연과 민자건은 공자가 덕행으로 뛰어난 제자의 순위를 언급한 것에서도 이미 알려진 바 있는데, 이 근거는, 공자의 뛰어났던 제자 열 명,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대해 '사기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에 언급하면서 공자는 덕행으로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을, 정사에는, 염유, 계로를, 언어에는 재여, 자공을, 문학에는 자유, 자아를 들고 있어 사마천이 이 순서대로 기술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민자건(閔子騫)의 초상화

‘장처락(長處樂)’의 ‘樂’은 안락(安樂)의 의미이다. ‘인자안인(仁者安仁)’의 ‘安仁’은 “수양이 되어 어진 사람은 자연스레 인을 체득하는 까닭에 인을 편히 여긴다.”라는 의미이다. 왕숙(王肅)은 편한 마음으로 실천한다는 취지로 『중용』 제20장 「문정(問政)」에서 언급한 ‘安而行之’와 같은 뜻으로 새겼다.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그렇게도 소중한 '공기'를 인식하면서 호흡하지 않는다.

다만, 배가 뒤집혀 바다에 빠지면 물속에서 공기가 없으면 죽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고 발버둥 친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너무도 소중하고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은, 그것이 없어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알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의문이 일어날 이다.

을 갖추지 못했다고 죽는 건 아니지 않나요?


아니, 죽는다.

죽어도 아주 비참하게 죽게 되며, 살아도 제대로 사는 게 아닌, 껍데기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사유가 없는 삶을 살게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산다.

유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산다.

이따위 삶의 목표는, 당신이 죽음을 앞둔 어느 날이 되었을 때, 스스로를 너무도 초라하게 만들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이 짧은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다는 후회만큼 치욕스러운 삶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중한 절대가치 기준을 모르고 살고, 죽어가면서조차 모를 수는 있다.

그것이 앞서 사 씨가 설명한, 레벨의 차이이다.


본고장에 가서 푸아그라를 평생 다뤘던 일류 요리사가 만든 푸아그라 요리를 먹어보고

'이건 내 입맛은 아니네.'라고 하는 것과

먹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말로만 듣고, TV로만 본 사람이 '저건 별루 맛없을 것 같아.'라고 하는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내가 올라보지 못한 고도의 절경을 아무리 말로 설명을 듣고 심지어 요즘 초고화질 TV로 본다고 한들 현지에서 직접 올라서 보는 감동과 감격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은 차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아울러 그 경지에 오르게 되면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아도 내 몸과 마음이 움직여 체행되는 경지가 바로 '仁을 편안하게 여긴다'라고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지혜롭다고 하는 자도,

그것을 알고 그것에 이르고자 하지만

편안하게 여기는 단계로까지는 오르지 못한다고 하니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한 노력은 아마도 평생에 계속되어야만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이 선인 줄 몰라서 못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옳은 것인 줄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로 대표되는 예의범절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그에게 무엇이 우선시 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격이 달라진다.

육교를 건너는 것이 귀찮고 불편해서 그 아래로 무단횡단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여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깨달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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