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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moon Oct 30. 2024

고전 문학 입문하기

with. 안나 카레니나

Introduction.


 요즘 베스트셀러 중에 이런 책을 보게 되었다. 다 읽지는 않았지만, 고전에 대해 깊이 다룬 책은 아니었고, 고전의 일부를 발췌해 '이 책의 이 부분을 읽고 이런 것을 깨닫게 되었다~'를 예시로 들어 고전을 읽어보길 권하는 그런 책이었다. 


 고전이 좋다고 해서 유명하다는 서양 고전을 무작정 읽으면 고전 특유의 번역적인(딱딱한) 어투와 고난도의 어휘, 뒤죽박죽 한 인물관계, 여기서는 알렉세이라 부르더니 저기서는 알료샤라 부르는 이상한 현상, 그리고 서양사 등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 등으로 인해 얼마 읽지 못하고 먼지에 뒤덮여버리는 '있어 보이는 쓰레기'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고전을 쉽게까지는 아니어도 '잘' 읽을 수 있을까?


 그 접근법과 필요조건에 대해 '안나 카레니나'를 활용해 설명해 보겠다. 많은 작품 중 안나 카레니나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에만 번역본이 6개가 넘을 정도로 보편적인 작품이어서.

  둘째, 영화나 뮤지컬 등 다른 유형의 예술 작품 소재로도 쓰여서.

  셋째, 참고할 자료들과 예를 들기 좋은 부분들이 많아서.


무엇보다 내가 지금 재밌게 읽고 있는 작품이어서 이미 유명하지만 한번 더 알릴 겸 이번 글 소재로 써보고자 한다.




[뭐부터 읽을까요?]


  잠깐 안나 카레니나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골라야 읽을 것 아닌가. 뒤표지와 맨 앞 5장만 읽어보자. 각 부분에서 무엇을 읽을지를 고를 기준을 두 가지 제시해 보겠다.


    1. 뒤표지: 자기와 잘 맞는 내용인가.

        예시) 로맨스는 좋은데 막장은 싫은 경우: 오만과 편견 읽기 / 폭풍의 언덕 읽지 않기

    2. 맨 앞 다섯 장: 자기가 읽을 수 있는 수준 ~ + 1 수준의 책

        예시) 프랑수아즈 사강을 읽을 수 있는 수준: 프랑수아즈 사강 ~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 작품 선택하기


그럼 2번에서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 수준이란 건 절대적으로 어느 책을 말씀하는 것인지요?" 사실 이것도 본인이 읽고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남이 정해줄 수 있는 절대적인 작품의 기준선은 없다. 그래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임상으로 적용해 본 후 대략적으로 결론 내려본 난도 표를 제시해 보겠다.(모든 고전을 나눈 것이 아님을 미리 알린다)


 * 밑줄 친 작가는 해당 난도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작가이다.            

수준별 고전 분류 리스트




[무슨 번역본이 이렇게 많아요...]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번역가의 손에 의해 출판된 같은 작품.

  다시 안나 카레니나로 돌아와 보자. 작품을 고른 후 우리는 또 다른 문제와 부딪히게 된다. 특히 오래 읽힌 유명한 고전일수록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상술했듯 서로 다른 번역본만 여섯 권이 넘는다. 그럼 무슨 번역본을 읽을지 어떻게 골라야 할까?


문학동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민음사: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더클래식: 행복한 가정은 모습이 다들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

열린책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펭귄: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오역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적으로 어떤 번역본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이 느끼는 가독성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라. 이건 한 권만 읽어서는 절대 알 수 없으니 번역본을 여러 개 늘어놓고 소거하는 방식으로 찾아보기를 바란다. 비교할 때 적용해 볼 수 있는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해 보겠다. 


   1. 문체가 딱딱한가 vs 부드러운가?

   2. 어휘가 많이 풀어져 있는가 vs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각주만 있는가

   3. 어느 쪽이 각주가 자세히 되어 있는가?(특히 러시아 고전에서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4. 한눈에 봤을 때 어느 책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가?




[분명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요, 포기할까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이건 손수 골라와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 속 서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실제 줄거리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체감될 수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이해한 줄거리/서사와 실제 줄거리/서사의 격차를 줄이면 대체로 해결되는 문제다. 다른 사람의 손을 탄 것들을 참고하면 된다.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분들의 경우, 특히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고전을 읽을 것이라면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은 내려놓아야 한다. 고전을 단순히 쾌락적인 재미를 위해 읽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다. 현대소설과 달리 고전을 읽을 때에는 작품을 깊이 답습하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 나온 지 최소 100년은 넘은 작품의 스포일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미 세계가 다 아는 이야기인데.  


 1. 인물관계도 참고하기


출처: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인물관계도/네이버 블로그(블로그명: 추천도서읽기/화폐)

 인물관계도가 단순해도 이름이 복잡해서 혹은 인물관계가 복잡해서 안 읽히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검색만 하면 원하는 다양한 인물관계도가 나온다. 최소한의 설명만 써놓은 인물관계도부터 줄거리랑 깊이 엮은 인물관계도까지. 인물관계도를 읽었는데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인물관계도를 직접 베껴 그려놓고 생소한 인물명을 볼 때마다 그 인물관계도를 흘깃흘깃 보면서 독서하면 된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2. 타 포스팅이나 유튜브 참고하기


  찾아가면서 읽는 것은 전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안 찾고 읽다가 곡해된 시각으로 작품을 읽게 되면 그만큼 창피한 일이 없다. 어디 가서 '나 이런 책 읽었다'라는 것을 자랑할 수준이 되고 싶다면 오히려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 독서모임이나 독서토론을 하겠는가. 요즘은 질 좋은 자료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꼭 찾아가면서 읽어보자.


 개인적으로 나는 고전 특유의 맛 중 최고의 맛을 꼽으라고 하면, 내가 이해한 것이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혹은 나와 다르게 이해한 사람들의 견해가 어떠한지까지 파악하면서 다방면으로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중 내가 봤던 '안나 카레니나' 기준 여러 자료들을 가져와봤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포스팅


추천하고 싶은 영상 리스트

고전 책방 / 책읽는 신쌤 / 민음사 TV

3. 최후의 수단: 다른 작품 감상 후 다시 읽기

 

안나 카레니나를 다룬 여러 작품들

 자료를 읽었음에도 안 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써보자. 개인적으로 영상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영상을 먼저 봐버리면 텍스트를 읽었을 때 떠올리며 그 내용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연습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스팅이나 유튜브로도 재미를 붙이거나 읽기 힘든 작품이라면 직접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영상물로 간접적으로 감상 후 다시 텍스트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생동감 있는 공연이나 영상물을 통해 지루해진 마음을 환기시킨 후 다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웬만한 고전들은 영화화나 뮤지컬화된 작품들이 많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작품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영화화는 여러 번 되었으며 심지어 발레 공연도 있다. 기호에 맞게 골라 본 후 다시 책을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Outro. 처음 읽을 때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체크리스트


  알아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자신이 알아보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지식과 문학적 문해력을 갖추면 된다. 지식의 경우, 대부분 각주로 나오기는 하지만 불친절한 번역서들의 경우 기본적인 지식으로 쳐서 각주를 안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역시 안나 카레니나 기준으로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을 것들 체크리스트를 뽑아봤다.(특히 두드러지는 지식 분야가 각기 다를 뿐 다른 작품에도 적용된다 - 유럽 국가 언어, 역사적 지식, 종교적 지식, 철학적 지식, 문학적 지식)


안나 카레니나를 읽을 때 필요한 지식 조견표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비극/희극을 동시에 다룬 작품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사회적/종교적/철학적 지식을 총망라하는 책이다.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읽을 수만 있다면 재미와 함께 최대한의 인사이트를 가져갈 수 있는 효자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안나 카레니나를 '불륜 작품'이 아닌 '인문학의 총집합체 그 자체'로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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