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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moon Nov 02. 2024

역사책 입문하기

거시적인 인간의 세계도 재미있게

들어가기에 앞서...


 원래 문학 접근하기를 먼저 쓴 후 마지막으로 역사책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글감이 될 만한 에피소드가 생겨 역사책 입문부터 쓰게 되었다. 역사책을 먼저 소개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이야기를 한번 더 해야 할 것 같다. 같이 서점에 갔을 때 이제는 충분히 읽을 수 있겠다고 판단되어 평대에 있는 역사책 2~3권을 친구에게 소개해준 적이 있었다. 내 딴에는 쉽고 잘 풀어져 있어서 소개해준 것인데 친구에게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지루하고 공부하는 느낌이 나서 읽고 싶은 느낌이 나지를 않는다고 했다. 친구뿐만 아니라 많은 독서 입문자들이 아니,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해 봤던 분들 모두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문사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문학을 읽어도 철학과 사학에 대해 알고 읽는다면 더 깊이 읽을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깨닫는 바가 더 깊고 크다는 의미다. 그래서 문학을 잘 읽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학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내로라하는 고전 문학을 읽기 위해서는 사학과 철학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것을 독서를 위해 하나하나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아니다. 따로 '공부'하지 말고 따로 '독서'하면 된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어떤 역사책을 읽었고, 그것들을 왜 추천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왜 역사는 특히 더 지루하게 느껴질까?


  나는 역사 과목을 원래 잘했다. 역사 과목은 웬만하면 모의고사 기준 1~2등급이 나왔을 정도? 그래서 수능에서도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를 선택해서 시험을 쳤다. 그래서 역사가 지루한 과목이라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역사 과목은 지루할뿐더러 이해하기도 힘든 데다 암기할 양은 많아서 머리가 아픈 과목이라고 한다.


 문학 인물들이 하는 생각과 행동의 방향은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학 속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곳 혹은 그 인물들이 모인 곳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걸 우리는 역사라고 한다. 역사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두 명도 아니고, 한 나라도 아니고 여러 인물들의 집합인 국가들끼리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대서사시이기 때문에.


 이제 내가 역사를 지루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는지를 이야기해야겠다. 어렸을 적 영국 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중국으로 역사 기행을 다녀온 것 역시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게 다른 것을 한 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어려운 책으로 접하지 않고 어렸을 때 만화책으로 역사를 접했던 것. 그래서 내가 읽었던 쉬운 책들과 그 원전들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노란 밑줄로 되어 있는 책들은 특히 추천하는 책이다.)


삼국유사/삼국사기

  한국의 역사 고전 중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만화로 풀어낸 책이다. 삼국유사, 삼국사기만 알아도 한국 역사의 반은 알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이 두 가지 책은 한국사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책을 읽을 것이다.


이현세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

  많은 한국사 만화책이 있지만, 내가 제일 인상 깊게 봤던 역사 만화책은 이 책이었다. 이 책은 부록 설명이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아주 저학년의 친구들보다는 최소 3학년 이상이 읽을 것을 추천드린다. 성인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책이기 때문에 성인이신 분들 중 한국사 지식은 키우고 싶은데, 줄글로 된 역사책을 싫어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why? 역사

 개인적으로 이현세 작가님의 만화는 3~5학년 즈음 되었을 때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일찍 역사를 가르치고 싶으신 학부모님들께는 이 시리즈를 추천한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이 책을 읽었는데, 1학년 때 읽었는데도 이해하는 데에 전혀 문제없었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사실 이 책을 제일 추천하고 싶다. 내 상식은 그리스 신화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를 알아두니 서양 관련 지식이 필요할 때 지금까지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특히, 고전들을 읽을 때 그리스 관련된 부분들이 나오면 그만큼 좋을 때가 없다.


 사실 이 책의 원천이 된 책은 총 세 가지로, 아이네이아스와 일리아스, 그리고 오디세이아다. 세 가지 책 전부 유명한 그리스 서사시인데, 아마 읽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다. 이 만화 덕분에.


 만화책을 읽으면 글로 읽어야 할 것을 만화로 읽게 되어 안 좋은 독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고 들었다. 난 그런 분들께 당당하게 만화책으로 읽어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역사책은 문장을 곱씹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선조들 대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전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글보다 그림으로 보면 훨씬 더 잘 들어오기도 하고, 위에 내가 소개한 책들은 만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자료 설명도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더욱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도서들이다. 그러므로 만화책이라고 해서 초등학생이 읽는 것이라고 단정 짓고 어려운 고서 원전을 잡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성인들을 위한 역사책 추천


  책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역사 접근법에 대해서도 풀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역사는, 왜곡만 되어있지 않다면 최대한 재미있게 공부하는 사람이 승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책들로 가져와봤다. 첫째, 어휘가 어렵지 않을 것. 둘째, 문장 구조가 어렵지 않을 것. 셋째, 원론적이지 않을 것.


음식과 역사를 엮은 여러 책들

  갑자기 음식 책이라니... 뜬금없는 추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음식은 확실한 역사적 인과관계를 지닌 문화 집합체다. 이 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우리 음식인 김치를 한번 분석해 보자.

 

 일단, 김치는 배추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백김치는 고대 한국사에서부터 그 존재를 알린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한국사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농경사회였다는 것, 그리고 채소를 땅에 묻어 발효시킨 후 먹는 문화가 있었다는 것, 소금을 채취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 기록을 보면 그 김치를 일본에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대 국가일 때부터 일본과 교류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랬던 우리 민족은 조선이 후기로 접어들어서야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김치를 먹게 된다. 갑자기 고추가 한국에 뚝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이 시기는 향신료 무역을 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럴 당시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고추가 들어왔고, 처음에는 관상용으로 길러지다가 경신대기근 이후 고추를 식품으로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붉은 김치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음식 하나에 역사가 깊이 깃들어 있다. 역사는 재미없을지 몰라도 음식은 다들 관심 있고 좋아하는 요소 아닌가. 원론으로 알 수 없다면 좋아하는 요소를 끼워서 재밌게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시리즈

  "만약 이완용이 매국을 안 했다면?"과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소설식으로 전개되어 있는 데다 역사가 가져야 할 의의까지 드러내버린 입문용으로 아주 명작인 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역사는 부끄러운 흑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데 그 학습 의의가 있다. 그러니까, 자긍심 따위를 위해 역사를 학습해서는 안 된다. 흑역사가 생겼을 때 어떻게 흑역사를 극복해 나갔는지 혹은 그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떤 교훈을 갖고 나라를 운영해 나가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분석해야 한다. 세계사가 너무 방대해서 도전하지 못했을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사실, 이 책은 입문용으로 자신 있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입문에서 살짝 발전했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훑어보면서 더 수준 높은 역사 지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만화라고 되어 있는데, 읽어보니 무작정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읽은 책이 만화책으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이 책을 너무 추천해주고 싶어졌다. 역사를 좋아했다면 글로 된 사피엔스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만화책으로 접근해 보자.


5분 순삭 한국사

  기행문 형태로 되어 있는 한국사 책이다. 원론적이지 않으면서 전국의 역사 유적을 간단히 소개해주는 한국사 도서라서 부담 없이 한국사 학습이 가능할 것 같아서 골라봤다.


그리스 신화 관련 도서 추천


쉽게 읽는 일리아스 & 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이 책은 굉장히 콤팩트한 책이다. 앞 해석이 상세하게 되어 있는 데다 이야기는 재미있게 풀어놔서 지식을 확실히 쌓을 수 있으면서 재미도 챙겨갈 수 있는 효자책이다.

 그에 반해 이 책은 필요한 설명만 되어 있다. 그리스 지식 자체보다 그리스 때의 문학 작품을 보는 느낌으로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드린다.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굉장히 재미있게 쓰여있다. 위트 있는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는 위 도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아스&명화로 보는 일리아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그림과 함께 그리스 신화를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으로 감상했을 때 최고의 장점은 눈이 즐겁다는 것이다. 눈이 즐거운 데다 소설 형태로 써져 있어서 쉽고 재미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까지 역사책을 몇 권 추천해 봤다. 역사는 교양 있는 소수의 영역도 아니다. 역사는 거시적일 뿐, 개인이 모여 만든 하나의 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역사라는 학문만의 매력을 꼭 이 책들을 통해 누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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