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리즈는 끝나지만, 독서 여정은 끝나지 않을 예정.
일단, 이 회차를 끝으로 <애독가 만들기 프로젝트> 시리즈를 완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이 회차를 더 연재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써보려고 한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친구와 큰 곳에서 책을 고르기 위해 광화문 교보문고에 같이 갔다. 문학은 혼자 고를 수 있는데 아직 역사와 철학 분야 추천은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그에 대한 추천은 이어가기로 했다. 같이 책을 구매한 후 야외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아티제에서 맛있는 케이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간 인터뷰 글보터 보실 분들을 위해 간단히 이 친구에 대해 소개하자면, 9월 12일에 첫 독서를 시작했다. 직장인임에도 매일 책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읽어 10월 2일에 완독을 한 후 해당 인터뷰를 진행한 11월 8일 기준 독서를 한 지 57일이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총 다섯 권의 책을 완독 하고, 현재 여섯 권째 독서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책 표지도 펴지 않던 친구가 현재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으며 고전에 재미를 완전히 붙여버렸다.
그동안 연재된 글들은 이 친구의 발전 과정을 옆에서 본 친구의 시점으로 연재가 되었다. 그러다 친구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들어가면 더욱 좋을 것 같아 최종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자리를 빌려 시리즈 연재와 인터뷰를 흔쾌히 승낙하고 시간까지 내준 '애독가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올해가 2024년이라 24개의 질문지를 준비해 봤고, 연말까지 10권 충분히 읽어낼 것이라 믿어 10개를 뽑아 답변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준비해 봤다.
A. '내가 이 정도를 읽어냈구나!'라는 자신감이 들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스스로 세워둔 할당량을 채웠을 때와 책을 마무리할 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은 내가 못 읽었던 분야를 돌파해 냈을 때인 것 같아요.
A. 앞서 말씀드린 '내가 이 정도를 읽어냈구나!'라는 쾌감 덕분에 루틴이 생겼어요. 출퇴근 전후로 읽었는데, 책을 읽기 전보다 여러 모로 더 건강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루틴이란 시스템이 주는 건강함과 독서로 인해 오는 건강함을 같이 느낄 수 있으니 당연히 매일 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죠.
A. 원래는 최진영 작가님의 <해가 지는 곳으로>라는 작품을 제일 좋아했어요. 읽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폭풍의 언덕> 특유의 휘몰아치는 전개가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최애를 꼽으라고 하면 <폭풍의 언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A. 출근 전에 하게 되는 경우, 식사와 운동을 먼저 끝낸 후 출근 전까지 독서를 합니다. 퇴근 후에는 샤워와 운동을 마치고 독서를 해요. 말하고 보니 독서로 시간을 마무리하고 있네요.(웃음) 쉬는 날에는 출근하는 날보다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시간~3시간 정도 읽는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지루해지거나 힘든 순간들이 반드시 오는데요, 이럴 때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책을 붙잡습니다. 독서를 끼워 하루하루를 보내니 보람찬 기분이 두 배가 되더라고요.
A. 최고로 어려운 고전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파스칼의 <팡세>와 같은 작품 말이에요. 요즘 철학이 어렵고 따분하게 느껴지는데 꼭 이겨내고 저런 책들까지 돌파해보고 싶습니다.
A. 어려운데 얇은 책을 선택하겠습니다.
A. 들어가기 앞서, 약간 부끄럽지만... 저의 흑역사를 조금 소개해야겠네요. 저는 23년 평생을 독서를 몰랐습니다. 책의 'ㅊ'자도 모르는 사람이 저였습니다. 학창 시절에 국어 8점을 맞았던 적이 있을 정도로...(웃음) 그런 저도 읽으니 고전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책을 읽지 않는 당신, 당신도 잠재적 애독가일 수 있습니다. 그 잠재력을 꼭 발굴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A. 전 질문에서 최애 책으로 선정한 <폭풍의 언덕>을 읽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정상적인 인물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흔히 말하는 '막장기'가 다분한 책입니다. 처음에는 지루하고 어려웠는데, 중반부에 딱 들어서니까 이야기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더군요. 퇴근하면 굉장히 피곤한데, 이 책은 피곤한 와중에도 다음 얘기가 궁금해서라도 책을 펴게 만듭니다. 짜릿한 재미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A.
일단, 최고로 꼽는 점은 정신이 맑아졌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어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화날 수 있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더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저를 괴롭히거나 화나게 했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에 대해서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는 잘못했던 것이 없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외에도 어휘력과 이해력, 독해력이 좋아졌다는 것도 달라진 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옛날이었다면 무작정 비속어나 한정된 어휘 안에서 했을 말도, 지금은 '다른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까?'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제로 말할 때 어휘력이 좋아졌음을 느낍니다.
A. 제 전 최애였던 최진영 작가님의 <해가 지는 곳으로>라는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읽은 후 여운이 많이 남기도 했고, 내용이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어서 추천드리고 싶네요.
친구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폭풍의 언덕>을 읽은 전과 후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그 책을 선물로 주면서 나는 친구한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게 원래 난도가 조금 있는 작품이어서 당장에는 읽기 어려울 수 있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웬만한 고전은 읽어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웬걸. 처음에 조금 헤매더니 지금은 고전 문학을 더 읽어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젊은 작가님들의 작품(김애란 작가님, 최은영 작가님 등)이 읽기 좋다고 했으며, <안나 카레니나>를 보더니 너무 읽기 어렵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 어렵다던 <안나 카레니나>가 읽힌다고 하는 것이다. 술술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장족의 발전이 아닌 '단족의 발전'을 이뤄낸 친구에게 그 경이로움을 표시하며 <안나 카레니나 1>을 사줬다.
지난번에 어렵다고 했던 역사 도서를 고를 때의 독해력과 태도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지난번에는 역사 쪽은 못 읽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도전은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역사책을 먼저 고르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 세 가지를 추천해 줬다. 그리스 로마 신화, 한국사, 세계사. 이때 달라진 점을 하나 더 보게 되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읽기 쉬운 것을 찾던 친구가 쉬운 책들을 읽더니 "너무 동화책 같아", "이건 너무 쉽게 읽혀서 싫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난도보다 한 단계 높은 책을 고르는 것이다. 그래야 읽는 맛이 있다나. 그래서 처음에 내가 생각해 놓은 책들보다 더 높은 문장 수준을 가진 책을 골랐다. 일단 한국사를 안 뒤에 세계사를 아는 것이 좋겠다고 하며 한국사를 골라갔지만, 나는 안다. 12월이면 세계사 책을 읽고 있을 것을.
그리고 시집을 고르러 갔을 때도 놀랐다. 전에는 "아직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던 시라는 장르를 읽더니, 시집을 구매하는 것이다. 시집을 읽으면서 그 어휘가 너무 좋고,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서점에 오기 이틀 전에 책태기가 온 것 같다면서 나에게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읽는 책의 장르나 작품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줬다. 근데, 친구 스스로 시집을 읽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은 책태기가 온 게 아니라 읽고 있던 걸 내려놓고 새로운 장르나 작품을 읽고 싶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지하철에서 책을 못 읽겠다고 했던 친구가, 이렇게 고른 시집을 초집중해서 읽는 것은 더 큰 놀라움을 선사하는 포인트였다.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쉬운 책이 좋을까'를 고민하게 했던 친구가 지금은 단기간에 '어떤 고전을 같이 읽자고 해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친구로 변모했다. 이게 이 시리즈를 마감하는 제일 큰 이유이다. 이제 러시아 문학까지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앞으로 도전 과제가 있다면 '어려운 고전 문학 도전하기', '철학 고전 도전하기' 정도인데, 이 과정은 내가 연재하고 있는 <고전의 세계로>, <고전 문학의 세계로>에서 특집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그동안 친구의 독서 여정을 읽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 시리즈 연재를 좋아해 준 나의 '애독가 친구'에게도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