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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유니 Nov 30. 2022

이민 준비 1

          비자 신청에서 항공권 예약까지


이젠 무엇을 해야 할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MBTI 대해 관심이 많다. 자신의 유형이 무엇이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같다. 나는 전형적인 ESTJ 타입으로 현실적이고 추진력이 높은 유형이며, 계획 세우기를 좋아한다. 반면에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를 운전하듯이 방황하기도 하고,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이제 영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커다란 목표는 결정했으니, 그 목표를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야 했다. 도움이 될만한 몇 권의 책을 읽고, 관련 인터넷을 찾아서 정보를 정리하였는데, 이민을 위해서는 영국에서의 삶을 준비함과 동시에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는 '1+1 계획'이 필요했다. 또한 이민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과 일정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영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비자(VISA)를 신청하여 발급받는 일이다. 비자는 '외국인이 입국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증서'로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여권은 별도의 비자 발급 없이도 전 세계 192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대단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 우리가 여행을 목적으로 외국을 방문할 때는 비자에 대해 그리 고민할 일이 없다.


그렇지만 학업, 취업, 이민 등의 목적으로 1 이상 다른 나라에서 장기 체류하려면  나라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갖춰 비자를 신청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야 본격적으로  나라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있다. 또한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비자 문제가 생겨 어쩔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비자는 이민 생활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많은 이민자들이 거주나 취업의 제한 없이   있는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소중한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영국의 비자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Tier 1 이민 비자, Tier 2 취업 비자, Tier4 학생 비자, Tier 5 단기취업 비자가 있고, 그 외에도 각종 동반 비자 및 배우자 비자 등이 있다. 남편이 신청하려고 한 비자는 Tier 1 비자로 신청자의 나이, 수입, 학력, 영어 능력 등을 점수로 환산하여 기준 점수 이상을 받으면 발급되는 비자였다.


Tier 1 비자를 받으면 영국에서 학업과 취업 또는 사업 등을 하는 데 제한이 없어서 다른 비자들에 비해 매우 자유로운 영국 생활이 보장되는 비자였다. 단, 처음 신청할 때 2년을 인정해 주고, 그 후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의 소득만큼 영국에서도 소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즉, 한국에서 번 만큼 영국에서도 벌 수 있는 능력이 인정되어야 비자를 연장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에서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비자 유형에 따라 최소 5년에서 10년을 유지해야 신청이 가능한데, Tier 1 비자는 5년 후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비자였다.


우리는 비자 신청에 필요한 영어 성적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영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한국에서 지낸 시간도 10년이 훌쩍 넘어 단기간에 원하는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가능한 한 빨리 영어 공부에 집중해야 했다. 게다가 이민국에서 요구하는 영어 점수는 아이엘츠(IELTS) 6.5점 이상이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영국 대학의 석사과정 입학 시에 요구되는 점수였다.


남편은 갑자기 아침은 바쁜 직장인으로, 밤에는 잠을 이겨내야 하는 수험생으로의 이중생활을 시작해야 했고, 시험일에 가까워서는 좋은 점수를 위해 바쁜 시간을 더 쪼개서 학원도 다녔다. 그렇게 고되고 고된 '주경야독'의 생활이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드디어 비자 신청에 필요한 영어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영어 성적이 해결되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영국 이민국(Home Office)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준비해야 할 차례다. 주변에서 비자를 신청한다면 한 번에 승인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거절이 되면 이민국에 기록이 남아 재신청하거나 추후에 비자를 연장할 때 번거로운 일이 생기기도 하며, 비자를 신청할 때마다 청구되는 신청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2010년 당시에 4인 가족 비자 신청비가 오백만 원 정도였다).


우리는 비자 신청 준비를 전문 에이전시에 의뢰해서 자문을 받기로 하였고, 다양한 증명서들(기본 증명서, 가족관계 증명서, 혼인 증명서, 아이들의 출생증명서 ) 소득 관련 서류  통장 거래 내역 등을 모두 영어로 번역하고 공증해서 이민국에 제출할 자료로 마련하였는데, 이는 생각보다 시간, 비용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 결국, 여러 절차를 거쳐 비자 신청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나니 웬만한    정도가 되었다.           


서류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아이들의 여권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갔다. 첫 여권 사진을 찍는다고 새 옷도 입혀서 데리고 나가니 아이들이 너무 신나 한다.      


방긋방긋 웃는 딸에게

뭐가 그렇게 좋아?”

영국에 가니까 좋지요~”


누나 옆에 서 있던 아들도 깡총깡총 뛰며,

영국! 영국!  좋아요..”

     

아이들은 요즘 보는 사람마다 “영국 간다”라고 자랑처럼 말한다. 아이들의 말에 어른들이 "좋은 데 가는구나~"라고 반응해 주는 것에 신나서 그런 것도 같고, 그냥 엄마, 아빠랑 어디 간다고 하니까 좋은가 보다.  


그래도 좋다니 다행이다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에 만족하며, 아이들 여권을 만들었고,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비자 신청서를 제출할 날을 예약했다. 셀 수도 없이 보고, 또 보고 했던 서류 뭉치를 다시 한 장 한 장 넘기며 체크하였고, 혹시 빠진 부분이 있는지 이민국 홈페이지와 에이전시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확인한 후에 신청서를 접수하였다. 접수 담당자가 결과가 나오려면 4주에서 8주 정도 걸린다고 알려주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이민국에서 연락이 없다. 한 달까지는 "곧 오겠지..”하고 기다려졌는데,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무슨 문제가 있나.. 혹시 거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만 이민 계획을 알리고 준비하다가 막상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려고 하니 소리 없이 할 수가 없었다. 비자 신청을 하고는 공식적으로 남편과 나의 직장에 이민 계획을 알렸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한국을 곧 떠날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혹시 비자가 거절된다는 것은 상당히 난감한 일이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열흘이 지나고 또다시 열흘이 지났다.


두 달쯤 된 어느 날, 드디어 이민국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우리의 비자 신청이 허가되었다는 편지에는 비자 종류와 유효기간이 선명하게 적혀있었고, 여권 한쪽 면에는 비자라는 것이 딱! 붙어있었다.

    

"이거 받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거야?”

피식~ 웃음이 나왔고,


우리 진짜 가나보다...”

라고 말하는 남편 말에, 아주 잠시 온몸의 감각이 멍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비자를 받자마자 항공권을 예약했다. 비자가 발급되면 가급적 빨리 영국에 입국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이유는 추후에 영주권을 신청하게 될 때, 비자 발급일이 아니라 영국 입국일로부터의 기간을 계산하기 때문에 빨리 입국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남편은 12월 초나 중순쯤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찾아보았으나 이미 대부분 예약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과 다른 나라를 경유해서 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여러 경로를 통해 겨우 항공권을 찾았는데, 12월 31일에 떠나는 비행기였다. 왠지 한국에서 꽉 채우고 가라는 뜻 같다며 남편이랑 마주 보고 웃으며 예약을 마쳤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왠지 비장해지는 것 같았다.


 정말, 떠날 날이 정해졌다...

이민을 결정하고 8개월 만에 비자(VISA)를 받았다.





이전 02화 이민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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