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는 음식, 갈비찜 1
네가 좋아하는 음식, 갈비찜 1
아들, 이제 마지막 요리를 소개할 시간이야. 대미(大尾)에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 요리 중에서 소갈비찜을 골라봤어. 조금 난이도가 있기는 하지만 갈비찜은 명절이면 엄마가 할머니 댁에 해 가지고 가던 음식이고, 식구들 생일에도 자주 해 먹던 거니까.
그런데 갈비찜 재미있게 만들어 맛있게 먹기 전에 먼저 조금 불편한 얘기를 할까 해. 학자들은 인류가 육식을 통해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으면서 뇌 용량이 증가했고 덕분에 지금처럼 진화할 수 있었다고 해. 물론 다른 의견도 있고, 육식만이 인류를 진화시켰다는 것도 아니야. 육식 못지않게 요리를 통해 영양분의 흡수율을 알뜰히 올릴 수 있었던 것이 인류 진화의 핵심이라고 하지.
어찌 됐든 지금 우리 몸에는 사냥꾼의 유전자, 육식의 유전자가 작동되고 있어. 네가 고기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아무리 육식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더라도 전인류가 하루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 육식이 환경을 파괴하고 질병을 유포하더라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육식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거야. 대체육, 배양육 등 이미 많은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잖아. 그러니까 엄마는 지금 너에게 네 몸을 생각하고 지구를 생각해 육식을 자제하라는 훈계를 할 생각은 없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엄마도 때때로 육식이 불편해. 특히 요리를 하면서 아주 가끔이지만 꿈틀거리는 낙지나 게, 랍스터 등의 식재료를 다뤄야 할 때, 입 다문 조개의 조용한 호흡을 목격했을 때, 생선의 장난처럼 동그란 눈과 마주쳤을 때, 싱싱한 유정란을 깨트릴 때, 닭 뱃속에 마늘, 대추를 채워 넣고 다리를 꼬아 줄 때, 순대에 따라온 돼지 내장들이 인간의 그것과 얼마나 비슷한 지를 알았을 때, 붉은 피가 베 나오는 소고기 덩어리에 칼날을 밀어 넣을 때 …….
때로는, 실은 아주 자주, 본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가공된 깔끔한 식재료만 만지고 싶기도 해. 무엇을 갈아 만들었는지 상상하지만 않는다면 비엔나소시지는 얼마나 앙증맞게 귀여운지, 무엇을 갈아 튀겼는지 알려고 들지만 않는다면 어묵은 모양도 색깔도 얼마나 다양한지. 하지만 그건 비겁일 뿐일 거야. 마치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육식을 탐하면서 도살은 백정에게 떠넘기고 멸시했던 것처럼.
인간은 불편한 것을 직시함으로써 성숙해질 수 있는 것 같아. 외면하거나 건너뛰지 말고 불편할수록 더 오래 들여다 보고 깊이 생각하다 보면, 속 시원한 해결책이 생겨나지는 않더라도 불편함에 휩쓸려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야.
엄마는 우리 아들이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채소이든 고기이든 원물의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 먹었으면 좋겠어. 과일이나 채소, 때로는 생선류도 싱싱한 상태에서 생으로 먹으면 그 자체의 향미를 즐길 수 있어 좋지. 하지만 이건 미식이나 영양학에 대한 얘기가 아니야.
자, 여기 탐스럽고 향긋한 사과가 한 알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사과 한 알을 따서 그대로 입에 넣는다면 욕망은 바로 충족될 거야. 하지만 조리를 하면 어떻게 될까? 사과를 자르고 끓이고 양념하는 과정 동안 나는 사과를 들여다 보고 사과에 대해 사유할 수밖에 없을 거야. 먹히는 대상인 사과와 먹는 행위 자체와 먹어야만 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까지. 이렇게만 얘기하면 우습지? 뭐 사과 한 알을 가지고 그렇게까지...
하지만 육류를 조리하면 얘기가 달라져. 소나 돼지의 도축이나 해체에 직접 참여해 보기는 어렵겠지만,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사서 요리해 보거나 생선도 머리꼬리 달린 통째로 가져다 요리해 봐. 요리를 통해 식재료와 정면으로 마주 보면 삶과 죽음, 자아와 우주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올 거야. 생선 대가리를 쳐내거나 닭다리를 비틀어 각을 떠야 하는 순간 등.
요리는 인류를 똑똑하게 진화시켰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철학적 사유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어. 원물 형태의 식재료를 만지고 해체하고 절단하고 가열하는 전 과정은 존재론적 자각과 다른 생명 및 지구 자체와의 관계에 대한 성찰의 길을 열어 주거든. 요리하지 않고 음식을 즐기기만 하거나 가공된 식재료만으로 요리한다면 가 닿을 수 없는 요리사만의 경지라고 할까.
그럼 이제 경건한 육식을 위해 갈비를 다뤄 보자.
안타깝게도 소는 네가 한 마리 통째로 사서 해체하기에는 너무 크니 어쩔 수 없이 부분육을 사야겠네. 소갈비는 워낙 비싸니까 신중하게 골라 사야 해. 엄마는 꼭 한우를 써야 한다고 고집할 생각은 없는데, 수입이라도 냉동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찜용으로 절단해 파는 소갈비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지만 되도록 갈비대가 큼직한 걸 고르면 좋고. 소고기 요리의 절반은 핏물 빼고 기름 제거하는 거니까 되도록 지방 제거해 놓은 걸 사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지?
소갈비는 큰 그릇에 찬물을 가득 붓고 담가서 핏물을 빼야 해. 중간중간 물을 갈아 주고, 주물러 주면 핏물이 좀 더 빨리 빠지지만 적어도 5, 6시간은 담가 놔야 해.
핏물이 빠지는 동안 부재료를 준비해 보자. 지속 가능한 육식, 건강한 육식의 답은 사실 한식에 모두 모여 있어. 찌거나 삶는 조리법, 다양한 부재료의 사용. 갈비찜은 한식 중에 호사스러운 고기 요리이기는 하지만 이 두 가지 지혜가 그대로 들어 있어. 갈비찜에 함께 사용하는 식재료에는 무, 감자, 당근, 버섯, 가래떡, 밤, 대추, 은행, 잣 등이 있어. 보통 조림에 넣는 재료들은 뭐든 넣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아.
엄마는 할머니가 하시던 대로 밤, 대추를 넉넉히 넣고 은행, 잣을 꾸미로 얹는 걸로 할게. 밤은 껍질을 깨끗이 까놓고, 은행은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뜨거울 때 껍질을 까 둬. 잣은 꼭지만 살짝 정리해 주면 되고. 마른 대추는 미지근한 물에 1, 2시간 불린 다음 꼭지와 지저분한 부분을 제거해 줘. 대추는 고기와 함께 먹으려는 것보다는 맛이 우러나게 하려고 넣는 것이라 씨를 빼지 말고 통째로 넣어 오래 같이 끓여야 해.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는 양념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