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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oul Searcher Apr 04. 2024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소울서칭:나를 찾아서

성취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고 획득할 때 따라온다. What에 동반하는 개념이다. 반면 성공은 자신이 뭔가를 원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 때 이룰 수 있다. 명확한 Why가 있어야 가능하다. 성취는 눈에 보이는 것이 동기가 된다. 반면 성공은 깊숙한 내면의 감정이 동기가 되는데 뇌는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매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우린 하루의 30%를 회사에서 보낸다. 눈을 떴을 때부터 감을 때 까지를 최대 18시간이라고 보았을 때, 약 45%의 하루를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동료들에게 장난으로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난 매월 내 시간과 에너지의 대부분을 회사에 투자하면서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란 배당금을 받으며 열심히 내 살아가는 개미 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어땠냐고? 급락하는 물살에 배를 맡긴 꼴이 됐다. 


퇴사에 대한 생각을 처음 갖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죽음의 계곡을 걷고 있었다.

PMF(Product Market Fit) 검증 실패

영업 매출 부진

계속된 신규 투자 유치 실패

자금 고갈

*PMF(Product Market Fit)이란, 제품이 시장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회사는 초반 관련 업계의 법규로 인해서 운이 좋게 빠른 시일 내 특정 시장을 선점했다. 창업 1년 만에 업계 대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함으로써 아주 쉽게 시리즈 A라는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법규의 보호막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 공략했던 타깃 시장은 점점 성장의 한계점에 다 와갔고, 더 많은 매출을 벌어들이기 위해 우린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리즈 A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창업놀이에 빠져버린 대표들은 회사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품이 더 이상 시장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꺼려했고, 대신 더 많은 투자를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그 시기,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우연히 나간 네트워킹 모임에서 ‘Start with Why -사이먼 사이넥’의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됐다. 그 책에서는 “모든 일은 명확함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조차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른다면 누가 그 이유를 알겠는가?”였다. 


내가 가진 생각이 그랬다. 마케터로서 나의 직업 소명은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서비스와 재화에 대해 가치를 발굴해 줌으로써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시장에 수요가 없더라도,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면 시간이 걸려도 소비자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이 팀에 조인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 회사의 창립자는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성이 없었다. 신규 시장 확장을 위해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 회사의 비전이 없으니 구체적인 사업 목표가 매번 바뀌었고 조직 구성원들 간에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거나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기 어려워졌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은 왜 우리가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만연했고 모두가 힘을 합쳐 한 곳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중구난방으로 각개전투를 벌이는 꼴이 된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를 그리는 Task Force팀에 들어가서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넥스트 스텝은 무엇인지 고민하는데 나의 역량을 보탰다. 그럼에도, 창업 초기 멤버들은 '이미 해봐서 아는데', '말해봐야 소용없어요' 등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나 혼자서라도 묵묵히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으로 심기일전하기만을 몇 번째, 분기별 구성원 이탈률이 30%대를 육박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도 많은 변수가 생겼다. 관련 인원이 이탈함에 따라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됐다 재개되기를 번복했다.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매일을 고민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의사 결정이 계속됨으로써 번아웃이 왔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일에 대한 회의감이 물밀듯이 느껴졌다.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목적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선 나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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