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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oul Searcher Apr 08. 2024

나는 무엇에 집착했는가?

소울서칭:나를 찾아서

일반적으로 몰입은 집중력의 고조와 대상과 목적에 대한 동일시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설명된다. 몰입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있는 상태다. 이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반면 일중독은 사명이나 목표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려고 하는 정서나 의지가 행동으로 표출된 상태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정서적으로 조직 및 리더들과 강한 일체감을 느끼며, 자신 및 조직의 성과 제고를 위해 지식과 감정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동기가 부여된 상태이다.
-한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워커홀릭' 몰입과 다른 중독임을 이해하자.

나에게 있어 일이 곧 나였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가는 날이면, 운동을 할 때에도 걸을 때에도 머릿속으로 계속 업무를 정리하고 아이데이션을 했다. 심하게는 꿈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그것을 기록했다.


내게 '일'이라는 건 살아있다는 것의 한 '증명'같이 느껴졌다. 일은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수단이자,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나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성취는 모두 나에게 대한 존재의 증명이었다. 그러나 번복되는 경영 방침 속에서, 진전이 없는 프로젝트를 보며 나는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외부의 요인에 의한 것이었에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가 곧 일이오 일이 잘 못 되는 것이 실패하는 것이란 이상한 명제 속에, 회사에서 끊임없는 실패와 결과 없는 시도들로부터 ‘발전과 성장’을 빼앗긴 기분이 죽도록 싫었다.

행여나 물경력이 될까, 남들보다 뒤처지진 않을까 두려웠다. 스스로의 강점과 역량을 무시한 채, 이전보다 더 많이 갖지 못한 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집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나 자신을 잃어갔다.


나는 무엇에 집착했는가?

나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회사에서의 성공이 내 자아를 채워 줄 것이라고 믿었고, 그건 오만했던 내 마음의 생각이었다. 회사는 내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성장하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나는 '완벽주의'라는 생존전략을 택했다. 완벽하지 않은 나는 실패자였고, 그 모습을 받아들이 어려웠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은 현실 도피이며, 그런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진리라고 믿었다.


완벽할 수 없음을 알고 그런 내 모습도 안아줄 수 있어야 했다. 내가 진정으로 필요로 했던 것은 실패에 대한 인정이자,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음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더 공부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만 보였다. 내가 잘하는 것을 발전시키는 게 아닌, 모든 것을 잘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만의 색깔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강렬한 주황빛과 쨍한 파란색 같은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회색이 된 것 같았다. 내 안의 가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인정받기 위한 나를 만들어가다 보니 내가 누군지,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씩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싫었다. 내 하루가 짜인 각본에 내가 누군지 모른 채 살아가는 트루먼이 된 것 같았다. 나도 모르는 나로 살아가는 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마음이 피로하니 운동도 가기 싫어졌다. 살이 찌고 작아지는 옷 속의  내 모습이 정말 꼴도 보기 싫어졌다. 점점 사람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도대체, 난 무엇을 위해 내 스스로를 포기했어야만 한 걸까? 


나는 더 이상 가 망가지게 방관할 수 없었다. '발전하고 성장하는 나'에 대한 집착이라면, 꼭 이곳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 성장의 공간을 내가 직접 만들어 준다면? 나의 가치와 목적을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내 안에서 찾아 발현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진정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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