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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oul Searcher Apr 15. 2024

퇴사는 선택이었다.

소울서칭:나를 찾아서

일은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위대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여러분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시길 바랍니다. 안주하지 말고 언젠가 그것을 발견하면 여러분은 마음으로부터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퇴사는 도피처도 아닌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며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

영국 여행에서 돌아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난 만큼 나의 직감만 믿고 사직서를 제출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 속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쫓는것이 망설여졌다.

무엇보다 ‘나가면 현실이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나를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해보고 싶은 일들은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내가 다음 행선지를 선택할 동안 어떠한 수입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다. 게다가 회사를 다니면서 매달 특정 일이 되면 통장에 찍히는 숫자들을 간과할 수 없었다. 고정지출인 월세, 공과금, 그리고 다음 달 상환을 기다리는 카드 값까지. 당장은 무리가 없지만 무소득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동안 저축해 둔 자금을 모두 소진해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나를 붙잡았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더욱더 흐를수록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를 위한 삶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뒤로한 채 돈을 좇을 것인가?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혁신의 대가 스티브 잡스의 이 말 한마디가 나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은 내가 마지막 날을 살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이 단 하나의 질문은 그간의 모든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이 회사에서 낭비하고 있는 내 삶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주말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결정은 분명해졌다. 나는 이 회사에서 나의 인생을 더는 허비할 수 없다고 느꼈다.

월요일 아침 부서장과의 면담을 요청을 했다. 그리고 주말 간 정리한 답을 그에게 전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퇴사 사유가 뭐죠?”란 형식적 질문 하나만 건네고 인사부와 면담을 통해 최적의 퇴사 일정을 고려한 뒤 통보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퇴사일까지 3주가 남았지만, 퇴사 통보한 날로부터 부서장은 매일 같이 나에게 “인수인계서”를 보내달라 독촉했다. 내가 빚을 진 사람 마냥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다시 한번 사직에 대한 내 결정에 확신이 생겼다.

회사의 사정으로 월급을 루팡 하며 보내고 있던 한 동료는 내 사직 소식을 들은 뒤, 프로젝트 매니저로써 그간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어르고 달래며 이끌어 온 내가 떠나면, 더 이상 편안하게 지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결정과 책임을 물어야 하는 모든 일들은 모두 다 내가 마무리하고 가줄 수 있는지 되물었다.


당연히 마무리 짓고 갈 생각이었지만 이기적인 그의 언행과 태도에 신물이 났다. 이 회사에서 그간의 모든 것들을 감당해 온 내가 참 불쌍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며, 나는 더 큰 도전에 맞서 위대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날 이후로 퇴사 확정일까지 담당했던 모든 프로젝트부터 마케팅 전반에 대한 상황까지 인수인계서에 담으며 넥스트 스텝을 위한 나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나에게 큰 지지와 도움을 준 동료들에겐 그간의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퇴사 마지막날,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밝은 에너지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회사 문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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